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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운하에 대한 해상무역관계자의 생각
게시물ID : humorbest_164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녹차Ω
추천 : 97
조회수 : 1751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4/28 10:37:17
원본글 작성시간 : 2007/04/28 09:51:58
%%%%% 이 글은 서프라이즈 토론방에 "파라독스"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


솔직히 이명박의 경부운하사업은 어디에서부터 언급해야 할지 도무지 답이 안 나올 정도의 구상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제 직업이 해상 무역 쪽이라 오래 전 있었던 제 경험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요즘엔 잘 안하지만 예전에는 가끔 3국간 무역도 했었는데요. 예전에(벌써 10년도 넘었군요) 바이어측 요구로 양하항까지 선박(2만 톤급)에 동승한 적이 있습니다. 양하항이 브라질 마나우스(Manaus)라는 곳이었는데 저는 해당 선박이 벨렘(Belem)이라는 곳에 잠깐 입항했을 때 탔습니다. 마나우스라는 곳은 아마존강 끝부분에 있고 벨렘이라는 곳은 아마존강 입구 근처에 있는 항구입니다.

배가 벨렘을 출항할 때 도선사가 2명이 타길래 그 비싼 도선사가 왜 2명이 타나 했더니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당직을 서고 배가 3박4일 동안 강을 타고 들어가더군요.

아마존강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강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제가 탔던 선박이 아마존강 물살을 가르고 지나가면 주위에 사는 원주민들이 작은 뗏목 같은 것을 타고 배로 다가옵니다. 어린애들은 배가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물살을 즐기러 다가오고 어른들은 콜라 달라고 오더군요. (도선사 말로는, 사실 상당히 큰 배가 지나가는데, 뗏목을 타고 다가온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평소에는 강이 출렁거릴 일이 전혀 없고 커다란 배가 지나갈 때가 유일하게 강물이 출렁거릴 때라 그걸 즐기러 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만 않는다면 그냥 놔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도선사들이 그 큰 강에서 배를 일직선으로 도선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좌우로 배를 움직여가며 도선을 하길래, 왜 일직선으로 가면 되는데 지그재그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강이 이렇게 커도 바닥 깊이는 천차만별이라서 강바닥에 따라서 도선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강바닥을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이곳 도선사들은 그렇게 큰 강의 바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다 알아야 한다고 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승선했던 선박의 최고속도가 약 16노트(1노트는 약 1.8키로 정도니까 약 30키로) 정도였는데 안전 때문에 배를 전속력으로 몰지 않고 거의 절반 이하의 속력인 6-10노트(약 10-18키로) 정도로 아주 천천히 항해합니다.

이제 왜 경부운하가 답이 안 나오는 공약인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경부운하는 위에서 이야기한 아마존강과 같이 자연 발생적으로 존재하는 강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 강폭을 넓히고 바닥을 긁어내고 산을 뚫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엄청난 기본 코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2. 운하 건설비용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운하를 이용해서 뭔가 경제적인 행위를 해야 하는데 강을 이용해서는 여객이나 물건을 운송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여객도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것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동수단이 아니라 관광을 주목적으로 하는 여객이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유람선을 띄워야 한다는 것인데 경부운하에 유람선을 띄워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참고로 요즘 크루즈 선박도 대형화 추세에 있습니다. 수십 명 수백 명 태워서는 수지타산이 잘 안 맞기 때문입니다. 크루즈 선박은 다른 선박에 비해서 선박 임대비나 유지비용이 엄청납니다.

3. 물건을 실어 나르는 것은 시간적으로 경제적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요즘 부산에서 서울까지 컨테이너 트럭으로 달리면 약 6-7시간정도 걸리나요? 만약 배라면, 부산 서울 간 거리가 450키로니까 배가 8노트(약 15키로) 로 달린다고 해도 최소한 약 30시간이 걸리는군요. 중간 중간에 기항지를 만들고 계단식 도크 (파나마 운하와 같이 선박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가야할 경우 필요함. 파나마운하: 클릭 ) 를 만들어야 한다면 시간은 훨씬 더 늘어나겠지요. 이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대략 60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명박 씨 측에서는 40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더군요. 40시간이든 60시간이든 6-7시간 걸리는 육상운송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거기에 또 육지에 내려서 트럭으로 운송하는 비용과 시간도 들어가겠군요. 요즘같이 촌각을 다투는 시절에 물건 실어 나르는데 40시간 이상이 걸린다면 과연 그것을 이용할 수요가 있을지 궁금합니다만, 운송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운송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대량으로 실어 날라야 하겠군요. 이것도 일일이 계산을 해봐야 하겠지만 언뜻 생각해봐도 운송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수십 개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고 최소한 수백 개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배도 어차피 속력을 내서 달릴 수 없으므로 굳이 속력이 빠른 컨테이너 전용선이 아니라 때로는 이것저것 함께 실어 나를 수 있는 다목적선 (Multi-Purpose 라고 합니다만)이나 Feeder선이 적합할 것 같군요. 컨테이너 약 300개를 실을 수 있는 다목적선의 경우 선박의 폭이 약 20-25m 정도에 깊이 약8-12m 길이는 약 150m 정도 됩니다. 왕복 일차선으로만 하고 강의 좌우와 선박간 안전거리를 감안하면 강폭은 적어도 200m 이상은 되어야 하고 깊이는 일괄적으로 15m정도는 유지해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운항 스케줄을 잘 맞춘다면 모든 강의 폭을 왕복 일차선으로 만들 필요까지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통행량이 많은 지점들은 반드시 충분한 폭을 유지해야 할 겁니다.

4. 대형 유람선과 최소한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다목적선을 정기적으로 띄워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거기에다 이런 정도의 규모라면 거의 모든 배에는 도선사가 최소한 2인 이상 승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강은 도로가 아니라 계속해서 퇴적물들이 쌓이므로 수시로 강바닥을 체크해서 긁어내야 하고 폭도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운하의 관리 비용들 또한 코스트 비용에 포함되겠군요. 아시다시피 선박 사고는 대부분 대형사고이므로 아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혹여 폭이 좁은 강에 사고라도 발생해서 배가 가라앉기라도 한다면 물론 올스톱이군요.

5. 한국은 봄과 가을에 가뭄이 극심합니다. 물이 말라 버리면 운하는 올 스톱입니다. 겨울에는 곳곳에 얼음이 얼죠. 얼음이야 쇄빙선이나 쇄빙기능이 있는 배를 도입하면 해결될 수도 있지만, 운하에 물이 말라 버리면 방법이 없습니다. 봄가을 가뭄기에는 배를 띄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겠군요. 운송의 연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거의 치명적입니다.

6. 자, 이제 코스트를 정리해 볼까요? “운하건설비용 + 운하관리비용 + 선박관련비용 + 육상운송비용 - 골재판매비” 정도가 나오는군요. 전문가분 계시면 이런 비용대비 어느 정도급의 선박을 어떤 주기로 몇 년간 띄워야 수지타산이 나오는지 계산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볼 때는 어떤 선박을 띄워도 비용과 시간대비 수지타산이 안 나오는 것 같은데요.

7. 여기까지는 순수하게 사업에 관한 사항만 살펴봤습니다만, 사실 가장 중요한 사실이 하나 빠졌습니다. 바로 자연훼손 부분이죠. 이것은 계산이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제가 볼 때,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강을 이용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브라질의 마나우스 같은 경우 또는 확실한 수요가 가시적으로 보이는 파나마나 수에즈 운하의 경우가 아니라면, 운하를 만들어서 수요를 창출해내겠다 또는 운하를 만들면 수요가 창출될 것이다라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고 봅니다.

어떤 분은 경부운하를 경부고속도로와 비교하는 것 같은데 고속도로와 운하는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고속도로의 경우는 어느 정도 수요가 예측 가능한데 반해서 운하는 위에서 살펴봤다시피 예측이 어려운데다 비용과 리스크는 크다는 것이죠. 엄청난 국민적 세금이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사업을 그것도 수많은 자연훼손을 무릅쓰고 한다면 그것은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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