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 일베를 하는 행위가 그릇된 것으로 규정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충분히 입증된 일베의 독성이 오프라인으로 전염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지향해야 할 분위기라고 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 사건처럼 잘 인지하지 못한 언어를 일베몰를 통하여 한 사람을 몰아 넣는 것은 스스로 악으로 규정한 일베가 하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폭력을 막기위해 폭력으로 그들을 제압하는 다크나이트가 아니라 처음엔 좋은 의도가 있었지만 제대로된 방향을 잃고 광기에 휩쓸린 투페이스 밖에 되질 못합니다.
생각이 짧아 혹은 경황이 없고 큰 실망감에 처음에 손가락질을 할 수는 있습니다. 어리석은 짓을 하기전에 충분히 생각을 할 여력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못된 정보나 분위기에 휩쓸려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후, 사건이 불거지고 어느정도 진실의 윤곽이 드러나 자신들이 일베용어나 그런 의도가 아닌 것을 일베로 몰아갔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정황증거들이 지금처럼 나오면 반성하고 멈추고 사과해야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격식을 조금 더 갖춘 일베수준 밖에 안되는 겁니다. 실망하여 누군갈 물어뜯길 시작했으면 피냄새에 취하지 말고 자신과 주변을 경계하고 아귀의 힘을 풀어야 할줄 알아야합니다.
지금 여러 자료가 이미 홍진호씨의 발언이 일베발언이 아닌 것을 증명하고 본인의 해명까지 나왔는데도 논리의 변화없이 그를 까는 집단이 있다면 스스로의 수준을 너무 비하하는 것 밖에 안됩니다. 이건 결국 가까운 예로 인지부조화에 빠져 지니어스 4화에서 이은결을 버린 사람의 '난 잘못되지 않았고 얘가 어떻게든 나쁜 구석이 있었으니 얘가 나쁜거야.' 수준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모습이라고 보여집니다.
개인적으로 마녀사냥이란 말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정당한 비판이나 피드백을 무시하는 마법의 단어가 생각의 자유로움을 억제하고 경직시키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것을 한 자를 논리적으로 공격하는 건 (인터넷의 특성상 그 여론의 크기가 개인에 비해 거대하여) 조금 가혹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 멈춰선 안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공격이 정당한 비판이나 피드백이 아님이 명확해진 후에도 공격을 감행한다면 그건 이미 무고한 여인들을 정치적/성적/경제적인 이유로 불태워 죽인 그 악독한 마녀사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개중에는 해명글이 정중치 못하다는 뉘앙스로, 해명글 태도를 지적하는 자들도 있는데 이건 그나마 자신의 공격이 타당치 못했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발톱에 할퀴어져 아프고 놀라서 비명으로 항변하는 먹잇감의 태도를 농락하는 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엄한 사람 뒷통수 쳐놓고 왜 눈을 부랴리냐는 식입니다. 일종의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아직도 끊임이 없습니다. 이미 여론몰이가 되었고 거기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으면 공격의 대상이 자신이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정당성을 잃은 비난의 발톱은 당사자를 노리다 주변의 더 쉬운 먹잇감을 노리게 되어 있습니다. 조그만 실수나 만만한 상대를 어서 빨리 공격해서 조금이라도 부족한 정당성을 보충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만 발톱을 감출 때입니다. 날카롭게 갈아온 발톱은 애먼 상대가 아니라 충들을 향한 것이었을 겁니다.
의도적으로 분탕질하는 충들을 제외하고 해당 커뮤니티 등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유저들이 성난 마음을 잠재우고 잠시만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를 드높힌단 생각으로 '내가 잘못 안게 있으면 쿨하게 정정하자'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빌고 또 그럴 수 있다 믿습니다.
심연을 바라볼 때 그 심연도 우릴 바라본다는 말처럼 경계하는 마음이 냉정을 잃고 방향을 잘못 잡으면 정작 자신이 물드는 것을 경계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가 일베를 악으로 규정했다면 스스로 일베가 되지는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