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무선쥐였습니다. 게임플레이마다 격렬한 쥐조작으로 손목을 단련하던 제게 쥐꼬랑지는 은근히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습니다. 크게 문제는 아니였지만 자잘하게 한번 불편하다 느껴지고 나니 그 후로는 여간 못버티겠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일용한 양식을 탐하러 마트를 두리번 거리다 발견한 것이 무선쥐였습니다. 꼬리가 없어! 한 손에 따악! 편리하답시고 사가지고 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놈이 저보다 식탐이 많은지 달마다 건전지를 하나... 둘... 하며 먹어치우는 것이었습니다. 안쓸때는 전원도 끄고 노력도 했지만 결국 지속적으로 지출이 나간다는 건 변함이 없었지요. 결국 무선쥐에게 쥐쥐치고 새로 구한 쥐는 넙적한 쥐였습니다. 물론 꼬리는 있었고요. 넙적해서 손목에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판매원의 말에 혹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어쨋든 그럭저럭 쓰고 있었는데, 이놈은 학교 앞 500원 병아리마냥 병약했는지 얼마 못버티고 맛탱이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냥 고장난거면 포기하겠는데 꼬리를 뽑았다가 다시 박으면 곧잘 작동하는 겁니다. 휠이 고장나 휠클릭도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출이 아까워 꼬랑지를 구멍에 넣었다 뺐다 하며 분주히 컴퓨터를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쥐 꼬리를 컴퓨터 앞 단자에 꽂아넣고 썼지요. 굉장히 지긋지긋했지만 아까워 참았습니다. 하지만 이 짓거리도 오래 못가는지 넣어다 뽑아도 맨정신이 드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니 결국은 정말로 가버리더군요. 결국 전 이 치매걸린 쥐까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맨정신으로 돌아오질 않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큰 맘먹고 주변에서 용던... 이라 부르는 용산에 가봤습니다. 또 뭔 환술에 걸릴지 몰라 아무거나 집어들고 왔다니 그게 문제였습니다. 까망이 아니면 하양이 밖에 없던 진열장에서 홀로 고고히 신윤복에 단오풍정을 몸에 아로새긴 채로(비유 아니라 진짜로 그 그림 그려져 있습니다.)반짝거리는 자태에 어느새 전철역에서 제 손에 들려있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그렇게 설레는 맘으로 집에 돌아와 꽂았는데... 클릭과 휠 잘 됐습니다. 이동이 안되네요. 성질이 뻗쳐서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육두문자를 쏟아부으며 몇번 내리치자 작동했습니다. 역시 국산쥐는 때려야 말을 듣는갑다. 하며 안도에 한숨을 쉬자마자 이 쥐자식이 힝~속았지? 라듯이 거짓말처럼 이동을 그만두었습니다. 평창 2018 동계올림픽 유치의 기쁨을 함께 한다고 적혀있는데! 그래서 믿고 산건데! 지금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시계 건전지를 뽑아 꼬리없는 쥐에게 박아넣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쥐는 뭘써야 안심할 수 있는 겁니까? 전 이제 쥐를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믿을 만한 쥐 좀 소개시켜주세요. 싸면 좋겠지만 트라우마가 있는만큼 왠만한 가격은 감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