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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층간소음, 그리고 편견
게시물ID : freeboard_16485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대만때리자
추천 : 1
조회수 : 4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21 02:39:07
조금 긴 이야기지만, 최대한 간단히 적을게요.
너무 길면 지루하니까요 ㅎ

명절에도 다녀왔지만 그 다음주에 다시 고향집을 다녀왔어요.
금요일 퇴근 후 버스를 타고 내려갔더니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도착했어요.
고향집에는 어머니와 남동생이 살아요.
버스에서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셋이 앉아서 주거니받거니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던 중에, 갑자기 엄마와 동생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지난 밤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저희 고향집은 4층 빌라입니다.
저희 집은 3층이고 한 층에 두 세대가 삽니다.
저희 집은 평수가 좀 있는 편이지만, 옆집은 원룸인지 투룸인지 조금 평수가 달라요.
옆집에는 주/야간 병행하며 일을 하시는 혼자 사는 아저씨가 있다는 것만 알아요.

이제부터 저희 엄마가 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
글쎄, 어제 낮에 옆집 아저씨가 낮술을 진탕 마시고는 우리집 벨을 누르는거야.
얼떨결에 ㅇㅇ(저희동생)가 문을 열었는데, 아주 고주망태가 되가지고는 얘기 좀 하자는거야.
그러면서 다짜고짜, 너무 시끄럽지 않냐고, 자기는 도저히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여기 빌라에서 우리 3층이 제일 조용한데 다른 집들 때문에 미쳐버리겠다고 하면서 막 난린거야. 
그래서 ㅇㅇ가 어쩌겠냐고, 애들이 있으니까 이해하고 살아야지요- 라고 하니까
자기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시끄러워서 사람이 살 수가 없다고 계속, 문도 못 닫게 잡고, 소리소리를 지르는거야.
결국 ㅇㅇ가 곧 나가봐야 해서 다음에 얘기 하자고 하고 겨우 문을 닫았지.
"

그렇게 일은 일단락이 되었고, 본격적인 사건은 그날 밤, 아니 새벽 2시에 시작됩니다.
새벽에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뭔가가 깨지고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너무 놀라서 방에서 자던 동생도 튀어나오고, 엄마도 벌떡 일어났대요.
그래서 무슨일인가, 나가보지는 못하고 심장이 쪼그라든채로 귀만 기울이고 있었대요.
들어보니 낮에 그, 옆집 아저씨더랍니다.
술을 어마어마하게 먹고, 대단히 취해서는, 빌라 계단이며 복도에 자기 집 화분을 갖고 나와 던져서 퍽퍽 깨고 부수고 
흙을 던지고, 그것도 모자라 집에 아령을 갖고 나와서 벽이며 계단에 쾅쾅 내려찍고. 
난리난리를 치더랍니다.
그러면서 온갖 육두문자에, 이놈저년, 이새끼저새끼, 해가면서, 한다는 말이.
사람 잠 좀 자자, 니네 시끄러운거 생각안하고,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떼고.
니네도 한 번 당해봐라. 얼마나 시끄러운지 들어봐라. 나도 쿵쾅댈 수 있다. 오늘 한 번 자봐라. 
대충 이런 내용의 말들을 고성과 함께 혼자 떠들고 있더랍니다.
장장 3시간을. 새벽 첫닭이 울 때까지. 난리난리 치다가. 
본인도 던지고 소리 지르고 그런게 힘들었는지. 아님 누군가 경찰을 불러서 경찰이 온건지,
엄마도 듣다 듣다 지쳐서 비몽사몽해서 결론은 못 듣고 잠이 들었대요.
새벽에 그 난리가 났으니, 매일 6시면 일어나던 엄마는 9시가 되도 일어나기가 힘드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희 엄마가 부가설명을 조금 해 주십니다.

윗집에 할머니와 딸과 그 자녀들이 함께 사는데, 그 자녀들이, 즉 할머니의 손주들이 대략 5~6살 정도 되는 나이의 아이들이랍니다.
엄청나게, 어마어마하게 뛰어다닌대요. 그리고 그 할머니도 가끔 바닥에 뭔가 떨어뜨리는 것 마냥
꿍- 꿍- 하는 소리를 낸대요.
예를 들면, 맷돌을 떨어뜨렸나 싶을 정도의 우직하고 귀를 때리는 소리. 혹은 집에서 누군가 운동을 해서,
한 10키로짜리 아령을 떨어뜨렸나 싶은 소리.
그런 소리가 시간을 불문하고 난대요.
낮에는 저희 집도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이 많으니까 잘 모르는데, 밤 11시 정도에 갑자기 윗층에서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난대요.
예상해보면, 아이들이 타고노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로 추측이 된다네요. 정확히는 아직 뭔지 모르구요.
아가들이 있으면, 충격방지매트라든지, 카페트라든지 깔아놓을법한데. 그러기엔 소리가, 그냥 아스팔트 깔려있는 느낌이더라네요.
저희 엄마도, 두어번 올라가셨대요. 그리고 계단 오르내리다가 아기엄마를 만나면 그냥 가볍게 몇 번 얘기를 했대요.
낮엔 우리가 없어서 괜찮은데 밤엔 조금 신경써 달라고 했더니.
아니 글쎄. 그 집 할머니가 하는 말이. 정말 딱 잡아떼면서, 우리 집에 애기 없어요! - 이러더라네요.
아이들 오르내리는 거 다보고, 아이 우는 소리가 빌라를 흔들어대는데, 애가 없다니. 
그래서 저희 엄마는, 말이 안 통하는구나, 싶어서 그 뒤론 안 올라갔대요.
그래도 생각이 있으면 밤에는 좀 조용하겠지 싶었지만. 망구 엄마생각이죠.
그리고 아랫층도 문제가 많답니다.
아랫층은 중학생 정도 되보이는 아이들 둘인가 셋 있는 집인데,
그 애들이 밤마다 싸우고, 소리지르고, 욕실에서 그렇게 노래를 한답니다. 노래를 부르는건지, 악을 쓰는건지.
그리고 왜그렇게 현과문을 쾅쾅 닫는건지. 문을 한 번 닫을 때 마다 온 건물이 후덜덜 한다네요.
근데 이건 제가 있을 때도 하루에 수십번은 그러더라구요. 문에 자석이 달렸는지
한 번 닫힐 때 마다 얼마나 세게 닫히는지. 저희 집 문이 다 흔들리더라구요.

이 옆집 아저씨. 희한하게도, 맨정신으론 암말 안한답니다.
술만 먹으면 계단에 대고 소리지르고, 우리집에 찾아와서 얘기 좀 해 보자고 자기가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문제는 맨정신일 땐 가만 있다가 술을 먹고 그렇게 욕을 해대니, 누가 상대나 해주겠어요.
그냥 경찰에 신고해버리고 말지.
그러니 이게 문제가 날로날로 커지기만 하고 해결은 안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마지막에, 저희 엄마가 박장대소를 하면서 한 마디 하더라구요.

그런데 있잖아,
그 아저씨가 술먹고 난리난리치고, 그리고 오늘 낮에, 이 빌라에 개미새끼 하나 소리 안 나더라.
그렇게 문을 쾅쾅 닫고, 맷돌인지 절군지 그렇게 쳐대더니, 아무 소리가 안나. 난 다들 어디 나간 줄 알았잖아.
찍소리 안내더라.
옛날 어른들이, 매가 약이라더니, 진상 위에 진상있네. 더 쎄게 진상 부려주니까, 이렇게 하니까 이것들이 알아먹네
희한하지 않니. 기분좋게 말로 할 땐 귓등으로도 안 듣다가. 진짜 미친듯이 욕을 하니까 알아먹어. 
내가 오늘 베란다에서 빨래돌리는데, 혼자 웃었다니까. 세상에.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어??

제가 집에 있는 이틀 동안, 정말 쥐죽은듯이 조용했어요.
오후에 아랫집 아이들의 문소리가 조금 들리긴 했지만요. 하지만 이게 얼마나 갈까 싶네요.

제가 제목에 '편견'이란 단어를 쓴건요.
작년부터 옆집 아저씨가 술을 먹고 벨을 누른다는 얘기를 몇 번 들었어요.
그래서 지구대에 전화해서 순찰도 부탁해 보고, 집에 아버지가 안 계신 관계로, 삼촌도 오시게 하고,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예전에 아빠가 계실 때도 옆집 아저씨가 찾아와서 술먹고 혀꼬인 소리를 했는데
그 땐 아빠가 호되게 혼내서 돌려보냈었거든요. 그 때 엄마 말이 아빠가 너무 호되게 뭐라해서 그 아저씨 기가 팍 죽어서 돌아갔대요.
그러고 몇 달간 잠잠했는데, 다시 저런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자기 혼잣말로, 교도소도 두 번 다녀와서 눈에 뵈는게 없다느니, 다 불을 싸질러서 죽자느니,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더래요.
그래서 이사를 가야하나,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라는 생각으로 항상 경계의 대상이었어요.
근데, 이 날 저희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술안 먹고 말짱할 때 보면 그냥 인사하고 지나간대요. 그런데 술만 먹으면, 나와서 시끄럽다는 말만 한대요.
저는 단지 이 아저씨가 술먹고 진상부리는 그 행위 자체로 경계의 대상이었는데,
이 행위의 원인이 사실 알고보니, 위아래층의 이웃들이었네요.
물론 아저씨의 행위가 민폐이고 공포의 대상이지만, 멀쩡한 척 하면서, 이웃들에게 애기 없다고 잡아떼는 거짓말을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함을 일으키는 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네요.

단지 행색이 조금 남루해서, 힘든 일을 한다고 해서, 술을 자주 먹고 욕을 많이 한다고 해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는데, 그도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이고, 이웃이고, 삶의 고충이 있을 수 있겠더라구요.

저희 동생이 몇 주 전에, 주민센터에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그 아저씨가 거기도 있더래요.
주민센터 직원(?)이 그 아저씨를 앉혀놓고, 
"ㅇㅇㅇ씨!! 또 술 먹고 와서 욕하고 그러시면 안됩니다!! 낮부터 술드시고 그러지 마세요~ 지금이 몇 번쨉니까. 아저씨가 여기 단골입니까!" 
라면서 달래고 있더라네요.

어쨌든,
층간소음 이거 너무 스트레스더라구요.
저는 꼭대기 층에 살아서 층간소음은 못느끼고 사는데, 고향집에 한 번씩 내려가면 사실 그 소음스트레스가 있어요.
오죽하면 밀대걸레로 천장을 쳐보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했을까요.
그래도 뭐 소용없구요.
층간소음때문에 살인난다, 이사간다, 칼부림난다, 이런 말 정말 이해갑니다.

층간소음 있을 수 있고, 밤에 갑자기 뭔가 떨어뜨릴 수 있어요.
그럼 이웃간에 그냥, 아 지난번엔 미안했다 주의하겠다- 이 정도만 말해줘도 그냥 넘어갈 수 있잖아요. 그죠?
근데 다 아는데, 뻔뻔하게 안면몰수하고 잡아떼니 얼마나 더 괴씸해요. 

이번 일주일은 어땠는지 내일 전화해서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모두들 스트레스 없는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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