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담당 보험설계사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와 통화를 종료하고 문득 통화목록을 보게 되었어요
엄마 동생 엄마 친구 친구 엄마 동생 친구.... 사이사이에 낀 스팸번호
왠지 모르게 전화번호부를 눌러봤는데 약 500여개의 등록된 전화번호 중에 지금 당장 전화 걸어서 아무렇지 않게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한손으로도 꼽아지더라구요.
대부분의 연락처는 예전 직장에서 알게된 사람들이나, 언제 접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예전 게임 길드원들...
'3X년을 살면서 나도 참 좁은 인간관계속에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나면서 슬퍼지더라구요
워낙에 소극적이고 낯가리는 성격에 새로운 사람을 쉽게 사귀지도 못하고, 바빴다는 변명속에 그나마 있던 친분들 유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버린
인연들이 너무 아깝더라구요.
힘들고 속상할때 술한잔 할 친구조차 없어져 버린(위에 말한 친구는 타지역에 살아서 자주 보기가 힘듭니다) 일상이 씁쓸해지네요.
며칠전 자주 오시던 단골손님이 "사장님은 왜 연애도 안해요?" 라고 물으면 '연애가 문제가 아니라 같이 술마셔줄 친구도 동네에 없어요 ㅎㅎ'
라는 말이 목끝까지 올라오지만 차마 부끄러워서 내뱉지 못하고 "일이 좋아서요 ^^" 라고 얼버무렸거든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되게 비겁한 변명같고... 그러네요 ㅎㅎ
내가 달라져야 하는 문제지만... 막상 직면하면 이래저래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구요.
잠이 안와 뒤척거리다 맥주한캔 까먹으며 앉아있다 왠지 여기에라도 적어놓고 자꾸 보다보면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몇자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