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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과연 저 두 생물들 사이에서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것인가
게시물ID : humordata_16491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치카토
추천 : 1
조회수 : 119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1/27 11: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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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유난히도 이번 겨울이 춥긴 추운가 보다.

결혼해서 분가한 동생네 가족이 며칠 전부터 보일러에 문제가 있는가 싶더니

급기야 동작을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 했었는데, 아래집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소식까지 겹쳐

바닥을 다 들어내는 대공사를 어제부터 시작했다.

본가가 가까우니 식구들을 이끌고 이곳 본가로 피신온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삼촌~ 삼촌~ 이라며 그림 그려달라, 토이클레이 만들어 달라~ 뭐해달라 뭐해달라~ 내 뒤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조카(여)/한참미울나이의 강아지과와 유사성을 보이는 생물이 하나,

아직 말도 안통하는데 걷고 뛰긴 우사인볼트 뺨치는.. 그리고 울어제끼는 소리가 천지를 개벽하고도 남을 목청을 타고난

조카둘째(여)/태어난지 두해가 되어가나(?).. 아직은 강아지보다 뭔가 좀 부족해 보이지만, 귀챦기는 몇곱절인 생물이 또 하나.

이 둘로 인해 어제 오후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개인적인 공부를 위해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공부겸 숙면(?)을 취하고 와보니

거실의 앞뒤벽에 그려진 피카소의 선형 예술을 색연필로 흉내낸듯한 작품이 반겨준다.

아이의 엄마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벌어진 일이라며 울먹거리며 지우개로 그 작품을 정성스레 지워내고 있는데

진척은 없이 바닥에 지우개똥만 쌓이고 있더라.

어찌하겠는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치약을 이용한 완벽한 방법이라며 누군가 올려둔 글과 결과를 보여주는 사진.

이를 믿고 작업에 착수.. 했으나.. 벽지의 무늬가 같이 지워지는 참사..

아마도 앞뒤 벽의 벽지는 이참에 새단장을 해야 할듯 싶다..

뒷벽은 포기해서 지금 그 미묘한 선형예술은 거의 온전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

그러고 나서도 자신이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기준이 서지 않았던 것인지, 삼촌~ 삼촌~ 거리며 졸졸졸 따라다닌다.

요즘 더치커피를 내려 먹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원두를 글라인더에 돌리곤 하는데, 마침 원두 갈아둔게 다 떨어져 그걸 돌리고 있으니

첫째가 호기심이 동했는지 옆에 따라 붙는다.. 

"삼촌~ 뭐 하고 있는거야?"

"커피 갈고 있다"

"커피?"

글라인더 위에 덮개를 열어서 아직 갈아지지 않은 원상태의 커피콩을 보여주며

"이 콩을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거야"

글라인더 아래 갈아진 가루가 떨어지는 서랍을 열어 보여주며

"위에 손잡이를 돌리면 이렇게 가루가 되어 이 상자에 담기는거야"

"삼촌~ 내가 해볼래~!!"

"안돼~ 위험해~!!"

"삼촌~ 나 해볼래~~ 해볼래~~!!"

"위험한데... 그럼 시키는대로만 하는거다?"

"응~!!"

대답은 언제나 잘한다만... 역시나 한참 미울나이... 

손에 쥐어주고 돌리는 방향 알려준 후 정상적인 방향으로 잘 돌리는걸 확인하고 손을 떼면 반대로 돌린다;;

이 뭐~ㅁㄴㅇㅁㄶㄴ밍러ㅣ .. 차마 욕은 할수 없고..

"반대로 돌리면 고장 나니까 아윤이는 돌리면 안되겠다~"

"아니~ 아냐~ "

"그럼 꼭 이쪽으로만 돌려야 한다?"

"응~!!"

오.. 이제 제법 정상적인 방향으로 잘 돌린다..

뭐.. 제대로 돌리고 있겟다.. 성인 어른이 돌려도 팔이 아파서 오래 못돌리는데 이 어린것이 돌리면 얼마나 돌리겠는가..

라는 생각을 한 찰나... 머리속에 번뜩이는 생각..

그래 이 아이를 노동력으로 만들어보자~!!

"아윤아, 이거 이제 그만하자.. 아윤이는 하다가 중간에 금방 팔아파서 못해 그러니 그만~"

"아냐~ 할 수 있어~"

"진짜? 중간에 그만하면 안되는데?"

"아냐~ 끝까지 할 수 있어~"

"그래? 그럼 꼭 끝까지 하는거다?"

"응"

이렇게 미운나이의 청개구리표 마인드를 역이용하여 오토글라인더 머신으로 만들어 놓고 

글라인더가 움직이지 않게 본체만 잘 잡아주는 정도로 삼촌은 오늘의 노동을 하나 회피했다.

물론...나름 노력한듯 싶긴 했지만 중간에 악에 받쳐서 얼굴이 벌개지며 억지로 돌리는구나 싶을때

"자 이제 삼촌이랑 교대하자"

라며 바꿔 줬지만... 힘에 부칠때까지 해봐서 그런지.. 이 후부터는 자기도 돌려본다고 하지는 않더라~

삼촌 의문의 1승.

앞으로 공사가 끝나고 바닥이 마르는 시간까지 넉넉하게 잡아서 집에 있다 가기로 결정하여 주말까지 함께 있을 예정인데

아직 아이라고 보기엔 살짝 모자르고 강아지라고 보기엔 그래도 인간다운 면이 조금 더 있는 두 생명체가

반나절 만으로도 내 진을 다 빼놓은것을 보면...

앞날이 걱정될 뿐이다...

난 과연 저 두 생물들 사이에서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것인가...

ps. 그나저나 둘째가 한번 울고 난 후 잠잠해지면, 마치 비행기를 타고 고도가 급격하게 변했을때 마냥 귀가 먹먹해지는건
좀 더 적응하면 나아질려나....

ps2. 사정상 서울에 있다가 얼마전 허리 치료차 본가로 내려와 있던터라 두 생물중 인지력이 있는 생물이 날 삼촌으로 인식한 기간이
그리 오래지나지 않았다. 그림을 그려준게 실수다... 안그려줬으면 그냥 마냥 어색하기만한 머리긴 아저씨 였을텐데...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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