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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연애
게시물ID : gomin_16495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nnui
추천 : 0
조회수 : 550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08/04 0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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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처음하는 연애라 그래서 서툴렀고
못난 모습만 보인것같아 후회가 됩니다. 
 
 내년 1월에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던 그 아이는
자신이 없는 동안 다른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도 좋다며 몇번씩이나 얘기했었지요.
기다릴 자신이 없다는 내 비겁한 대답에
나름대로의 배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턴가 취업을 준비하는 저와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 아이
둘 사이에 시간의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아이를 외롭게 만들고 있다는것도 
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헤어지던 날 밤
  이기적인 결정을 해서 미안하다 우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던 저는 지난번의 다툼에 대해
     사과하려 건내주려던
편지 한장을  그 친구 손에 쥐어주고
뒤돌아섰습니다.

 26해 살며 처음으로 스스로가 과분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500일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문득문득 닫은 마음 사이로 그 아이의 그림자가 새어나와
제 하루를 물들이는게 참 괴롭습니다.


뒤돌아보면 아쉬운것만 남고 다시 잡고서 미안하다 다시 시작하자
애원하고 싶은데
그날 밤 단호한 눈으로 저를 끊어내던 그 아이임을 알기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기에,
우두커니 시간이 흘러가는걸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비오는날 밤거리를 하릴없이 걷다 걷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편지라는 노래에  
마음이 무너지고 
이를 닦다 그 친구 집에 두고 온 칫솔이 생각나
또 무너지고 
밥을 먹다 식성이 좋았던 그 친구가 생각나
또 또 무너지고

뱃속부터 올라오는 아릿한 감각이
계속 그 아이를 생각 나게합니다.

어딘가 하소연 하고 싶지만 그럴 곳이 없어
이렇게 글을 막 쓰게 하네요.

밝고 씩씩하고 긍정적이고 자심감 넘치던, 
내가 가지지 못한걸 가진
귀하고 빛나던 아이야

니가 지쳐가는 동안 눈치채지 못하고
너에게 손을 뻣어 안아주지 못하고
널 기다리겠다 자신있게 말해주지 못했던
못나고 못난 나를 용서해주라

헤어지며 눈물이 들어찬 니 큰 눈으로 나를 보며
1년후에 돌아오면 꼭 밥 한끼를 같이 먹자 얘기해준
너의 말이 그때까지 기다리면 다시 너와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타지에서 이렇게 못난놈 만나 해보고 싶은일들 마음껏 해보지도 못하고 울게만들어서 미안하고 미안하다.

부디 행복하고 그래왔던것처럼 밝게 웃으며 지내라
미안하고 사랑했고 아직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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