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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서 처음 포상휴가 나온 기념으로
게시물ID : readers_164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맛사
추천 : 0
조회수 : 47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0/06 12:48:50
군대문학.txt
어느 새 입대한지 반년이 넘었네요...근데 지금까지 한 군생활의 두배를 해도 전역못함ㅋㅋ. 이런 시, 시이쉬, 시이바알.
내용은 픽쑌입니다. 특정 인물 부대 사건과는 상관이 읎서요.
제목은 <담배와 밤하늘>입니다.

*  *  *

 "진수야."

 야간 경계 근무가 끝나고 난 뒤. 막사로 복귀해 잠이 들 생각에 들떠 걸어가던 도중, 뒤에서부터 ​나직한 말이 들려왔다. "예."하고 대답하며 윤 상병을 돌아보았다.​ 어렴풋한 가로등 조명 아래서 윤 상병은 경계 자세를 취하지도 않은 채, 소총을 등 뒤로 넘겨 메고서 고개를 숙인 채 버석거리며 제 가슴 주머니를 뒤지더니 이내 담뱃갑과 라이터 하나씩을 꺼냈다.​ 윤 상병은 멋쩍은 웃음조차 짓지 않고 무감히 말했다.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가자."

 야간 경계를 나가는 와중에 그걸 챙겼단 말인가. 나는 흡연자의 경우 아닌 선견지명에 내심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우리는 그 길 그대로 달빛을 받으며 막사와 초소 사이에 있는 취사장 뒷편으로 향했다. 취사장 뒤 공터는 큰 건물과 어두운 조명 덕에 조금만 멀어져도 눈에 띄지 않는곳이라, 끽연자라면 누구나 알고있을법한 부대의 공공연한 흡연장이었다. 틈틈히 흡연장으로 지정된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꺼끌꺼끌한 아스팔트 순찰로를 지나 가파른 ​계단 몇 개를 올라가자 금방 취사장에 도착했다. 건물 뒤로 들어가자마자 윤 상병은 주머니에 넣어 둔 담뱃갑을 다시 꺼냈다.

 담배. 그래봤자 숨을 들이 쉬었다가 다시 내뱉을 뿐 아닌가. 배가 불러지는 것도, 목이 축여지는 것도, 하다 못해 몸이 따뜻해 지는 것도 아닌 것을. 대체 무슨 사유로 이들은 담배를 놓지 못하는 것일까. 심지어 야간 경계에서마저. 꺼낸 담뱃갑을 손에다 두 번 탁탁, 하고 내리 치더니 능숙한 손놀림으로 담배 한 까치를 입에 문 그는 그 일련의 과정을 심드렁히 지켜보는 나에게 웅얼거리며 사과했다.

 ​"미안하다, 담배도 안 피는데."

 "아닙니다."

 ​괜스레 뜨끔한 나는 눈을 돌려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거무죽죽한 하늘 위에는 흩뿌려진 별들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짧은 지식으로 저건 카시오페이아였지, 저건 오리온 자리였지, 하며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점들을 이어보고 있노라니 그 사이로 희뿌연 연막이 흩어져 올라왔다.

 ​"……."

 ​​윤 상병은 고개를 치켜든 채 하늘로 연기를 뿜어냈다. 허연 연기가 유난히 몽실댔다.

 "날이 쌀쌀해졌네."

 어둠 탓에 보이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그런지 별도 많지 말입니다."

 ​내 말에 윤 상병은 흐흥, 하고 콧웃음을 치더니 손가락으로 톡, 하고 담배를 한 번 털었다. 산개하는 담뱃재. 새까만 밤풍경 위로 가루불빛이 춤추며 떨어졌다. 윤 상병이 담배를 다시 한 번 입으로 가져가자 빛을 잃어가던 담뱃불이 그의 숨을 빌려 다시끔 말갛게 타올랐다. 또 하늘을 보고 푸우, 하고 연기를 뱉어낸다.

 "옛날엔 말야."

 ​"예?"

 ​"나 이등병 때. 그 땐 혼자 담배 피우기도 참 눈치 보이잖냐. 그래서 항상 선임 한 명이랑 붙어서 갔는데."​ 또 한 번, 푸우. "근데 마주보면서 담배를 뻑뻑 피워 댈 수가 없잖냐. 그래도 선임인데. 담배연기 그거, 직빵으로 맞으면 기분 참 더럽거든."

 "그렇습니까?"

 "왜, 한 번 해줄까?"

 하이바를 덜걱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윤 상병이 피식댔다. 그가 이어 말했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고개 들고 뱉었거든, 하늘로. 그러면 얼굴에는 잘 안 가니까."

 윤 상병은 황량한 밤하늘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가슴께까지 올린 오른 손에 쥔 담배가 움츠러들며 타들어가는 것도, 그 모습을 내가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근데 이등병 때 그러고 담배를 피고 있었더니만, 눈에 잡히는 거 하나 없고, 하늘만 보이는데. 집이랑 너무 똑같은 거야. 저 밤하늘이. 온갖 데에 하늘만 꽉꽉 차있으니까, 꼭 집 같은 거야."

 그가 또 담배를 입에 가져간다. 꼭 빌려준 숨 만큼 담배의 머리가 새빨갛게 타들어간다. 어느 새 담배는 벌써 짜리몽당해져 있었다.

 "그래서 선임한테 까일 때, 간부한테 까일 때……뭔 일만 있으면 나와서 하늘만 줄창 쳐다보면서 담배만 피웠다. 담배 타는 시간만큼은 꼭 집에 온 것 같아서."

 윤 상병이 마지막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근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네."

 그 말과 함께 윤 상병이 숨을 토해내자 한숨이 희멀건 색으로 머리 위를 어지럽혔다. 아롱이며 흩어지는 연기. 나는 혹시 담배를 피는 것은 자신의 한숨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 따위는 그만 두기로 했다. 손가락에서 흘러떨어진 꽁초는 시멘트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윤 상병이 전투화 끝으로 그 꽁초를 짓이겼다. 돌아가자, 라는 말조차 연기와 함께 내뿜어버린 그의 처량한 뒷모습을 뒤따라 취사장을 뒤로 했다.

 짓이긴 꽁초의 끝에는 아직도 희미한 불씨가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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