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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6506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아아앙s
추천 : 0/9
조회수 : 1690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08/08 00:53:06
  24살입니다. 제대한지는 5개월이 되어갑니다.
먼저 제목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를 조금하려 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거짓말을 두번했습니다.
실은 빠른 94년생이라 23살입니다. 그리고 조금이 아니라 주저리주저리 많이 할 거 같습니다.
전 잘못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또 이렇게 동정이라도 받기위해 밑도 끝도 없이 자기비하 발언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만큼이라도 진실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그냥 제 주저리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저는 또다시 거짓말을 할 거라고, 해버리고 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고 글을 지웠다 다시 쓰고 혹여 해버리고 말았다 싶어서 쓴 글을 몇일동안 내비두었다 다시 읽고 수정에 수정을 반복하더라도 거짓말은 제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 문장 하나하나에, 여백에, 아이디에, 꼬릿말에, 출처에, 제목에, 옵션에, 게시판에,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단어의 순서에, 문장의 순서에, 내용의 순서에, 그리고 제가 이전까지 쓴 글에, 제가 쓰지 않은 단어와 단어 사이에, 문장과 문장 사이에, 스페이스바와 엔터 속에, 글씨체와 크기에, 들여쓰기에, 조사에, 쉼표에, 마침표에, 문장의 길이에, 단어와 문장의 애매모호함 속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실이란 것은 왜곡되고 훼손되어 지독한 냄새만 날 것입니다. 불쾌할 뿐인 의미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전 이 글을, 또한 이런 글을 쓰려고 몇 번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첫째로는 어차피 제 이야기만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재미라고는 조금도 없을 것이며 이런 글을 게시하는 것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이런 글을 쓰다가 혹여나 위로를 받고 그것을 연료로, 아직 나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무장하여 더욱 추한 것이 되어버리는 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셋째로는 한 번 쓰면 두 번 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글을 써버리면서 저는 더욱 거짓의 늪에 돌진할 것이며, 더욱이 누군가와 시비가 붙고, 혹은 시비가 붙든 붙지 않든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마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저는 더욱 자극적이고, 저를 더 흥분하게 만드는 웹페이지를, 커뮤니티를, 게시판을 찾아 헤맬 것입니다.
그런 저는 이미 일베에 도착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베란 사이트에는 들어가 본 적도, 어떤 게시물도 따로 읽어 본 적도 없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타 커뮤니티를 통해 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것에 관해서 아는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행태를 벌이고, 어떤 도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욕망 속에 헤매이는지 정도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일번은 분노이며, 이번은 자기혐오일 것입니다. 삼번은 비도덕과 폭력성이겠지요.
저 역시 그러합니다.

  분노 속에, 자기혐오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분노가 일번인 이유는 자기혐오가 분노 때문에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자기혐오는 저와 같은 사람들의 혐오와 비난에 화살을 겨누고 있습니다.
저처럼 입만 산 사람들, 저처럼 거짓말만 늘어놓는 사람들, 저처럼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들, 저처럼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 저처럼 이런 글을 읽는 사람들, 저처럼 사는 게 너무나 시시해서 쓰레기같은 짓거리만을 골라 망설임없이 쾌락 본위로 저지른 채 책임은 회피하며 변화하지 않는 것을 꾀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며 그에 대해 더러운 쾌락을 품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위해 저는 스스로를 혐오하고 있습니다.
물론 객관적으로도 저는 혐오받아 마땅한 사람입니다.
어려움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거짓말로 시간을 보내며 저와 만난 사람들에겐 불쾌를, 저와 친해진 친구들에겐 불행을, 저와 시간을 보낸 여성들에겐 그보다 더한 불행을 주었습니다. 역시, 물론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존재도,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제가 준 불쾌나 불행도 그다지 의미있는 것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길가다 넘어지거나 30분정도 늦게 일어나거나 스타킹에 구멍이 뚫리는 정도겠지요. 하지만 제가 행복했어야할 시간을 망가뜨리고 아무런 플러스 요인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제가 사용한 단어가 문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어떤 한국 드라마를, 최근에 어떤 일본 만화를 보았습니다.(제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드라마와 만화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힘겹게 이겨내거나 받아들이면서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종래에 그들의 표정은 눈물을 닦아내며 웃는 표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울었습니다. 얼굴을 감싸쥐고 큰소리를 내며 울었습니다. 제 자신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울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머리속은 더할 수 없이 냉정해지면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평범하고 싶었다.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평범하게 웃고, 평범하게 고생하며, 평범하게 울고 싶었다고.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이 머리속을 느리게 헤쳐 지나갔습니다.
자기혐오가 어떤 것인지 아시는지요.
저는 그건 불과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혐오 속에서 헤매이고 있는 사람의 마음 속은 불지옥과 같습니다.(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만)
그러므로 자기혐오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사막처럼 보인다면, 이미 모든 것이 다 타버리고, 풀 한포기가 기적적으로 싹을 틔우려해도 그것이 땅을 뚫고 나오자마자 타들어가는 상태입니다.
저는 그것을 스무살, 실제로는 열아홉살 때부터 겪었으며, 한번 개X끼는 영원히 개X끼라는 명제 앞에서 울고 불고 애원하고 무릎 꿇고 빌고 애써 미소지어보고 어쩔 때는 냉소하고 비관하고 무시해봤지만 어떤 것도 소용 없었습니다.
인간은 변하는 존재이고 그것을 믿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제가 어떤 개X끼가 되어가느냐에 관계있는 이야기지 개가 새가 되거나 혹시라도 사람이 되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저질렀고 한 번 벌어진 일은 계속해서 벌어졌습니다. 아아, 저는 두번째의 감각을 잊지 못합니다. 슬픔과 쾌락과 물리적 충격에 가려진 저의 마음. 그것은 다시는 이 일을 되풀이 않겠다고 한 다짐이 너무나 무겁고 압박감이 되어서, 오히려 그것에서 해방되기 위해 저질러버리는 저의 마음을요.
그런 저는 오랫동안 사막에서 살았으며, 그것을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습니다.

  중학생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입니다.
드디어 본제입니다만, 그 전에 또 하나 더 짚고 가야겠습니다. 왜 제가 위의 이야기를 했는지에 관해서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실 권리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통해, 잊고 있었던, 필사적으로 잊어낸 것들이 녹도 하나 슬지 않은 채 나타난 것입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요. 거짓말도 변명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는지에 관해, 이런 저를 마주보는게 싫어서 그랬을지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 했습니다. 실은 확실히 저를 마주보기 싫어서 그랬던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초라할 뿐만 아닌, 더럽고 못된 개X끼인 것입니다.

  저는 복학 전에 잠시 수학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같은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자의식과잉도 아니고 이 정도의 일은 문제없이 해낼 수 있기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짓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점에 관해서는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 아니 이 아이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입니다. 키 150 초중반 정도에 등의 반 정도 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입니다. 얼굴은 계란형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고 착한 인상인데 조금 날카로운 고양이같은 눈매를 하고 있습니다. 웃는 표정, 살짝 인상 쓰는 표정, 짜증내는 표정, 장난 치는 모습, 말투나 몸짓으로 봤을 때 필시 부모님의, 특히 어머니 쪽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겠지요. 굳이 열람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아마도 4~5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을 거 같습니다. 학습 태도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꾸준합니다. 정말 모르겠는 문제가 아니면 질문하지 않는 편이고, 그것도 다른 아이들이 질문하지 않는다 싶을 때만 질문합니다. 저나, 다른 선생님들하고도 따로 친하게 지내고 있진 않습니다. 성실한 캐릭터다보니 선생쪽에서도 장난을 거는 일이 없고 아이 쪽에서도 굳이 그러지 않습니다.
  제가 그런 별로 교류도 없는 아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정말로, 예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지금은 정말 그 뿐입니다.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정말 이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이가 딴청 부릴 때(가끔 딴청 부립니다. 딴청이라고 해도 핸드폰을 보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한쪽 팔을 베고 다른 데를 보면서 딴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무슨 생각 하니? 어려운 거 있어? 라고 물어보니 네? 하면서 딴 생각 하다 들킨게 부끄러워 눈썹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눈도 동그랗게 떠지고 입가는 살짝 미소짓는데 머리 속이 잠깐 하얘졌습니다. 이것이 뇌사, 심쿵, 스트라이크 라는 걸까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면 평생 보면서 즐거울 것 같습니다.
어쨋든 그 전에도 이쁜 아이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후로는 점점 더 그 아이를 눈으로 좇게 되었습니다. 이 나이 들어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마치 제가 중학생이 된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아, 또 종종 그 나이 때 아이들이 그러하듯 머리를 묶고 오는데 저는 대충 묶은 당고머리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그, 머리카락 삐져나오는 당고머리를 훔쳐보며 하루종일 헤롱헤롱하고 말았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스물네살, 스물세살입니다.
아이는 중2. 15살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이제 1년 반. 생리도 고작해야 3~4년 전부터 했겠지요. 제가 그 아이한테 두근거릴 때 저는 다른 것에도 두근거려야 합니다. 철컹철컹이나, 영욱이나, 전자발찌 같은 것들을요. 그래서 저는 역시 키잡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당연히 손 끝도 닿을 생각이 없습니다. 시선조차도 이따금 눈길이 향하는 것이지만 그것도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려 애써야겠지요. 이런 아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나중에 기억을 곱씹는 일 밖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 외에 할 수 있는 게 있다 해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애초에 아이는 저라는 사람이 아웃오브안중이고요.
그러니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분들과, 학원 관계자 여러분들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아니, 부디 염려하셨다면 그 염려를 거둬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냥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를 본,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니까요.

  저는 지금까지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한다고 한없이 말해보아도 마음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만약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랑해달라고 요구하는 구걸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좋아한다는 것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마 이 아이도 그러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 아이를 좋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던 것입니다.
이 눈에 띄게 귀여운 아이에게 그저 조금 두근거렸고 조금 눈길이 향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건 제 마음속에서의 감사 정도겠지요.
학창시절에,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시절에 하지 못했던 첫사랑을 해본 느낌이었고 그것에 대해 보상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누군가를 좋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과거의 여자친구들에게 느꼈던 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실패 뿐인 엉망진창의 인생 속에서 너같이 귀여운 아이를 만날 수 있는, 두번 다시 없을 행운을 누렸다.
고맙다.
부끄럽지만,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으니 속으로라도 중얼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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