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출근길에
주차장에 서있는 차 밑에
새끼 고양이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죽어 누워 있는 아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용기는 나지 않았고,
어차피 주차장 관리하시는 분이 보면
치우겠거니 하고 안타까운 맘만 안은채
출근을 서둘렀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외근을 나가야 했기 때문에
주차장으로 갔는데 아침에 보았던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가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겁니다.
이번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세히 보니
가쁜 숨을 몰아 쉬느라
그 아이의 배가 오르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침에 왜 좀 더 자세히 살피지 못했을까
깊은 후회를 하며 얼른 그 아이를 차 밑에서 꺼내
동료에게 안으라 하고 동물병원으로 내달렸습니다.
동물 병원에 가는 동안 녀석은
다행이 울움 소리를 내며 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동물병원에 데려 가 보니
수의사 선생님은 이 아이가 탈진한 상태였던 것 같고
외상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감염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기력만 차리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하는 말을 되뇌이며
분유와 생수를 사서 먹이고 나니
녀석도 좀 기운을 차린 듯 했습니다.
동물 병원에 잠깐 아이를 맡겨 놓은 채
이 아이를 지 어미에게 돌려주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일단은 근처를 돌며 어미를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업무를 다 접은 채로 퇴근 시간 무렵까지 수시로
주차장 주변을 다 돌았지만
어미로 생각되는 어떤 길냥이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녀석을 거둘 상황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고양이를 여럿 키우셨던 경험이 있는 지인분께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분은 흔쾌히 이 아이를 받아 주셨고
다행이도 그 분의 따님께서 하루종일 지키겠다 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러고 딱 일주일이 지나
그 아이가 혈변을 보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이 아이를 받아 주셨던 지인분께 누를 끼치기 싫어서
급히 동물병원을 데려 가려고 지인분 댁으로 내달렸습니다.
그리고 지인분 댁에 도착했는데 그 분께서는
제가 오고 있는 그 동안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가 죽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작은 박스에 담긴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아이를 보여 주셨습니다.
지인분께 맡겨질 때만해도 아직 눈을 뜨지 못했던 그 아이는
그 날 아침 눈을 떴다고 합니다.
세상을 처음으로 마주한 날 무엇이 무서웠는지
이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십 수 년 전 어느 비가 내리던 날 밤
제 뒤를 따라 아파트 현관까지 따라왔던 새끼 길냥이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그 때도 제 사정이 여의치 못해 거두지 못하고
울고 있는 녀석을 뒤에 두고 그냥 집으로 들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기억이 너무 큰 미안함으로 남아 있어
이번에 이 아이는 꼭 살아 줬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제가 벌을 받는 것인지
아님 그 아이의 명이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것인지
더 이상은 이 아이가 건강해져 뛰어 다니는 것도
하다 못해 눈을 뜨고 저를 바라보는 것도
영영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 동물병원에 데려 갔을 때 2주 정도 된 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짧은 3주의 세상 살이를 끝낸 아이를
지인분이 가꾸시는 호박밭 옆 산비탈에 묻어 줬습니다.
그렇게 이 아이와 저와의 짧은 인연은 끝이 났습니다.
다음 생에는 길바닥 삶으로 태어 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고통 없는 곳에서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