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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고 어린 아이를 먼 곳으로 보냈습니다
게시물ID : animal_1651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힐링텐트
추천 : 11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8/13 21: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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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난 주 수요일 출근길에

주차장에 서있는 차 밑에

새끼 고양이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죽어 누워 있는 아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용기는 나지 않았고,

어차피 주차장 관리하시는 분이 보면

치우겠거니 하고 안타까운 맘만 안은채

출근을 서둘렀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외근을 나가야 했기 때문에

주차장으로 갔는데 아침에 보았던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가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겁니다.

이번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세히 보니

가쁜 숨을 몰아 쉬느라

그 아이의 배가 오르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침에 왜 좀 더 자세히 살피지 못했을까

깊은 후회를 하며 얼른 그 아이를 차 밑에서 꺼내

동료에게 안으라 하고 동물병원으로 내달렸습니다.

001.JPG

동물 병원에 가는 동안 녀석은

다행이 울움 소리를 내며 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동물병원에 데려 가 보니

수의사 선생님은 이 아이가 탈진한 상태였던 것 같고

외상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감염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기력만 차리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하는 말을 되뇌이며

분유와 생수를 사서 먹이고 나니

녀석도 좀 기운을 차린 듯 했습니다.

002.JPG

동물 병원에 잠깐 아이를 맡겨 놓은 채

이 아이를 지 어미에게 돌려주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일단은 근처를 돌며 어미를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업무를 다 접은 채로 퇴근 시간 무렵까지 수시로

주차장 주변을 다 돌았지만

어미로 생각되는 어떤 길냥이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녀석을 거둘 상황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고양이를 여럿 키우셨던 경험이 있는 지인분께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분은 흔쾌히 이 아이를 받아 주셨고

다행이도 그 분의 따님께서 하루종일 지키겠다 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003.JPG

그러고 딱 일주일이 지나

그 아이가 혈변을 보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이 아이를 받아 주셨던 지인분께 누를 끼치기 싫어서

급히 동물병원을 데려 가려고 지인분 댁으로 내달렸습니다.

그리고 지인분 댁에 도착했는데 그 분께서는

제가 오고 있는 그 동안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가 죽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작은 박스에 담긴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아이를 보여 주셨습니다.

지인분께 맡겨질 때만해도 아직 눈을 뜨지 못했던 그 아이는

그 날 아침 눈을 떴다고 합니다.

세상을 처음으로 마주한 날 무엇이 무서웠는지

이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십 수 년 전 어느 비가 내리던 날 밤

제 뒤를 따라 아파트 현관까지 따라왔던 새끼 길냥이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그 때도 제 사정이 여의치 못해 거두지 못하고

울고 있는 녀석을 뒤에 두고 그냥 집으로 들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기억이 너무 큰 미안함으로 남아 있어

이번에 이 아이는 꼭 살아 줬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제가 벌을 받는 것인지

아님 그 아이의 명이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것인지

더 이상은 이 아이가 건강해져 뛰어 다니는 것도

하다 못해 눈을 뜨고 저를 바라보는 것도

영영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 동물병원에 데려 갔을 때 2주 정도 된 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짧은 3주의 세상 살이를 끝낸 아이를

지인분이 가꾸시는 호박밭 옆 산비탈에 묻어 줬습니다.

그렇게 이 아이와 저와의 짧은 인연은 끝이 났습니다.

다음 생에는 길바닥 삶으로 태어 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005.JPG

고통 없는 곳에서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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