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12년차,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6년차, 고양이와 함께 생활한 지 101일 된 여자 사람입니다.
울 고양이가 우리 집 온 게 3개월 좀 넘었네?라고 생각하다가 날짜를 계산해 보니 마침 101일 째라 기념삼아 글을 씁니다.
우리 부부의 첫 고양이가 되신 카탈로그(고양이 이름이 카탈로그 입니다!! CATalog) 사진부터 올립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뾰로통한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요...
동물병원에 다녀온 직후의 "도대체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한 순간
나이키 광고가 들어올 것 같은 포즈
이상하게 머리가 작아보이는 사진
흔한 냥모나이트..
카탈로그는 올해 5월 5일, 저희가 사는 지역의 동물 보호단체에서 연 입양행사에서 만나 우리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원래 주인이 중성화 수술도 안시킨 집고양이들을 반쯤 놓아기르다가 고양이가 너무 많이 늘어나니까
몇마리만 자기가 키우겠다며 나머지는 살처분해달라고 동물보호소에 데리고 왔다고 해요.
그래서 동물보호 단체에서 보호하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큰 아이들은 인기가 없다보니 보호소에서 오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출생일이 확실하지 않아 나이는 정확하지 않지만, 2013년 4월~5월쯤에 태어났다고 추정되어서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만 3살이었구요.
솔직히, 동물보호단체 직원분이 "올해 3월에 태어난 아기 고양이들을 6월부터 분양한다"라고 하길래 좀 기다릴까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행사장에서 카탈로그를 본 순간 "아... 저 고양이가 우리 고양이구나"란 느낌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한 눈에 반해버려서 데려왔어요.
저보다 남편이 더 간절히 고양이와 함께하는 생활을 원했거든요.
우리집에 온 지 며칠 안되어서 가출하는 바람에 제 속을 까맣게 태우기도 했지만
성묘成猫 라서 그런 건지, 따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어서 같이 생활하는 건 참 편합니다.
(물론, 단순히 냥바냥 성격 차이일 뿐일 수도 있겠구요...)
집에 온 첫날부터 화장실도 가렸고, 스크래처 사다 주니 집안이나 가구를 긁지도 않아요.
우다다다도 안하고, 아침에 배고프다고 밥 내놓으라고 깨우지도 않습니다.
이제는 포기해버린, 저 엄청난 털 뿜뿜만 빼면, 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짙은 곤색 이불보를 흐옇게 덮은 털... 털... 털...
아무리 브러싱을 해도... 아무리 진공청소기를 돌려도... 원죄처럼 지워지지 않는... 너의... 털...
결국 이불보 바꿨음.
하지만, 카탈로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성묘成猫 를 들였을 때의 치명적인 단점이 부각됩니다.
동게에 와서 아기 고양이들 사진을 볼 때마다
"으아아아아!!!! 우리 카탈로그도 아기 때 으음청 이뻤을텐데!!!!! 사진이!!!! 사진이!!!! 한 장도 없다!!!!!"란 생각에 한탄을 하게된다는 거예요.
우리 카탈로그와 같은 종인 고등어태비 아기 고양이 사진이 보이면 이 현상은 더 극심해집니다.
"우리 카탈로그 어렸을 때 모습이 보고싶다!!!! 으아아아아!!!! 보고싶다!!!!!" 라고 절규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보는 카탈로그의 얼굴 90% 이상이 "ㅉㅉ 한심한 것"이란 표정이거든요.
아침에 눈을 뜨니 카탈로그가 제 옆에 있길래 기념사진을 찍고 보니 이런 표정
언제 봐도 이 표정
변치 않는 이 표정
그냥 이 표정
언제 찍어도 이 표정
뭘 하든 이 표정
아니 뭐... 이 표정이 싫다는 건 아닌데... 아기 고양이들의 뽀샤시한 사진들 보면,
지금의 우리 카탈로그에게서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어린시절 순진순진 귀염귀염한 카탈로그의 모습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렬하게 들어서...
성묘를, 그것도 어렸을 때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지 않은 성묘를 들였을 때의 유일한 단점입니다.
며칠 전 우리 남편이 카탈로그로 wii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이 캐릭터도 "ㅉㅉ 한심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ㅠ.ㅠ 하아... 잘 만들긴 했는데... 근데... 저 턱수염은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