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와 관련한 논쟁이 있는 것 같길래 검색 및 수소문을 해본 결과, 며칠 전 공개되었던, 현재 수감되어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을 응원하는 비키니 인증과 관련된 논쟁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내가 파악한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김용민 교수가 방송에서 정봉주에 대한 응원 메시지로 비키니 사진이라도 보내줄 것을 반농담조로 요구하였고, 이에 호응을 하여 정말로 비키니를 입고 가슴에 정봉주 응원 메시지를 쓴 인증사진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의 다수 남성 유저들이 성폭력적 댓글을 올렸으며, 주진우 기자는 자위소재라는 식의 발언을 하였다. 따라서 소위 '삼국' 카페가 중심이 된 여성층에서는 "여성은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 는 반발이 거세졌으며, 비키니 인증에 환호하였던 '미권스' 의 남성 이용자들은 "가슴 작은 여성들이 열폭한다" 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진흝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일전에 노무현 및 나꼼수의 과격한 지지자들에 대해 "노란 나치스" 라는 상당히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 바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전혀 극단적이지 않으며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적 언사와 성적 대상화에 분노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옹호하며 자신들이 무책임한 쾌락의 혼돈에 빠질 자유를 옹호하는 자들이 이명박 행정부를 비난하며 자신들의 진보성을 과시하는 것은 정말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토마스 만의 나치에 대한 묘사를 빌리자면 '모든 것에 대한 반대' 를 일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옳은 가치를 위해 스스로의 편견을 깨부수고 자아를 굽힐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자신의 편협하고 졸렬하고 천박한 욕망에 거스르는 것들에 대한 즉자적 분노만을 발산할 뿐이다. 그들은 언제든지 '가카'와 함께 마사지걸을 선택하는 노하우에 대해 친밀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
물론 삼국 카페에 올라온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 라는 글은, 타당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소위 "배운녀자" 로서의 허세에 찬 자의식과 반지성주의가 느껴져서 상당히 불쾌하다(오히려 해당 글에서 비난을 하고 있는 그 '진보논객' 들이야 말로 진보진영 내부의 여성주의적 이슈에 대해 끊임없이 환기를 해오지 않았던가). 즉자적 형태의 여성주의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해당 글 역시 자신들의 '생활정치' 를 옹호하며 반지성주의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현재 비키니 인증에 환호하며 여성들을 비난하는 미권스의 마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성과 합리성, 가치에 의한 스스로의 계몽을 거부하고, 즉자적 감정에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귀속시키는 유아적 자아는 양자 모두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권스의 마초들은 젠더적 이슈를 학습하고 자신들의 마초적 자아를 반성할 필요가 있으며, 삼국 카페의 여성들은 학술적 담론 혹은 좌파 비판자들의 논리를 학습하고 자신들의 중상층 스노비즘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어쩌다보니 형식적으로 양비론이 되어버렸는데, 이번 사건에 있어서는 나는 미권스의 마초들 및 나꼼수 팀이 절대적으로 잘못하였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미권스의 노란 나치들은 자신들의 저열한 욕망에 대한 성찰을 거부하고 말초적 쾌락에 스스로를 내던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자들이 이명박 행정부에 대해 도덕주의적 비난을 하는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나꼼수 멤버들의 마초성은 에리카 김이나 개고기집 사장 누나 등을 다룰 때 이미 드러났다고 생각하지만(전형적인 남한 중년 남성들의 천박한 음담패설 분위기였다), 이러한 형태로 직접적으로 드러남으로써 이들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하는 여성이 생길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나꼼수 팀과 미권스의 마초들은 자신들의 신앙의 대상인 노무현의 행적을 충실히 답습하여 "여보, 밥좀 줘!"를 외치지만, 바보들에게는 밥이 아니라 매를 주고 학습을 시켜야 한다.
진보진영 내부의 성차별 문제는 상당히 노골적이고 저열한 형태로 드러나긴 했지만, 비단 노무현 추종 그룹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다. 현재 일부 남성들이 "표현의 자유" 를 부르짖거나 혹은 나꼼수와 미권스의 성폭력적 행태에 대해 반발하는 여성들의 "보수적 성의식" 을 비난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결국은 자신들의 섹스 상대를 더 쉽게 찾기 위해 성해방을 부르짖은 68년의 덜떨어진 남성들이 오버랩된다. 성해방과 권위의 타파를 부르짖은 1968년 운동 당시에도 여성 활동가들은 성적 착취의 대상이거나 대부분 남성 학생운동 지도자들의 애인으로서, 일종의 단추구멍의 꽃으로서 소개되었으니 진보진영 내부의 여성의 대상화는 여전히 갈길이 먼,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여튼 이번 사건을 통해 노무현 추종그룹 내에서의 자정 혹은 이념적 분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언제까지 나꼼수의 지령에 따라 모바일 투표를 하며 문재인, 한명숙 따위나 찬양하며 가슴인증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페북 지인의 글을 퍼옵니다. 상황이 이렇듯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골수 나꼼수 추종자들은 '지금 이명박이 눈 뜨고 돌아다니는데 여성 인권이 대숩니까? 분열시키지 말고 힘이나 합치시죠' 이 드립이나 치겠죠. 그것이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빨갱이들이 있다'와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하긴 '노란 나치즈'들이니 논리도 같을 수 밖에), 잘못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교체하고자 하는 그들과 달라질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