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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전 한 닢. (사수생버젼)
게시물ID : humorbest_165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치뽕짝
추천 : 41
조회수 : 2805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3/11/24 12:36:41
원본글 작성시간 : 2003/11/23 23:11:10
내가 어느학원에서 본 일이다. 



삭은 사수생 하나가 상담실(相談室)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사백점짜리 성적표 한 장을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성적표가 가짜인지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상담실 직원의 입 

을 쳐다본다. 상담실 직원은 사수생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성 

적표를 비추어 보고 '좋네'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네'라는 말 

에 기쁜 얼굴로 성적표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 뒤를 자꾸 돌아다 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학원의 상담실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 

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성적표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나눠준 성적표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상담실 직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성적표 어디서 주웠어?' 



사수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옆엣 사람걸 베꼈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수능을 잘봅니까? 커닝하면 걸리지 않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사수생은 손을 내밀었다. 상담실 직원은 웃으면서 '좋네'하고 던 

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 

를 흘끔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 

뚝 선다. 서서 그 성적표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거치른 손바닥이 누더기 위로 그 성적표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 

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 

어가 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성적표를 손바닥에 들 

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 

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점수가 좋습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 

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빼앗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주운 것이 아닙니다. 전산처리가 잘못된 것도 아닙니 

다. 저같은 넘이 사백점 수능점수를 받아 보겠습니까? 모의고사 

삼백팔십점 (三百八十占) 한 번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삼백 

오십점 받는 일도 열에 한 번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시간 

한 시간 공부 한 실력으로 몇 점씩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기른 

실력으로 모의고사 점수를 수능에서 땄습니다. 이러기를 세 번 

을 하여 겨우 이 잘 본 사백점(四百占) 성적표 한 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점수를 따느라고 사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점수를 받았다는 말이오? 그 성적 

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점수, 한 번 맞아보고 싶었습니다 .....' 




첫째줄 삭은 사수생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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