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생활에는 크게 드러나는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인 우울증에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더이상 저의 젊은 날을 먹구름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 상담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수십군데의 센터에 전화해보고 홈페이지를 뒤져보다가
독일에 유학다녀오신 부부께서 운영하시는 곳인데 자그마한 규모에 따뜻한 인상을 주는 분위기가 맘에 들어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다녀왔어요.
내담자의 성향에 따라 회복의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본인을 드러내는 성격인지, 혹은 숨기는 성격인지에 따라 상담에 차이가 있다구요,,
저같은 경우는 자기얘기를 숨김없이 하는 스타일이고,
사실 제 살아온 얘기를 모두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50분 내내 쉴새없이 재잘재잘 제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센터에 들어서고 상담선생님을 뵙는순간 울컥하는 기분부터 들기도 했구요.
오늘은 제가 센터의 방문한 이유, 현재의 상태, 전반적인 저의 살아온 내용을 이야기 해드렸어요.
구석구석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래도 한번 훑어내고 나니 속이 시원하더라구요,
오늘의 진단은 이거였어요.
부모님에게 감정적인 울타리를 받지 못하고 성장하였고
그 과정에서 내가 더 강해져야만 살아남는다는 자아가 생긴거라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좀 더 괜찮은 껍데기를 갖기 위해 나를 계속 채찍질 하고 몰아쳐오고,
더 나은 나의 모습을 갖고 싶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 방법의 유통기간이 다 되어서 더이상 그 방법이 먹히질 않고 염증을 느껴서
상담소를 찾아온걸 것이라고..
맞는 말씀이었어요.
저는 제가 얻고자 하는걸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어서 성취해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노력을 해도 안되는걸 보면 한동안 엄청 실의에 빠졌구요.
딱히 부모님이나 가족에 의지하지 않은 체 혼자 미친듯이 뛰었어요.
근데 어느순간 나만 아둥바둥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남들은 쉽게도 잘 가는거 같은데 왜 나만 악을쓰나,
굳이 이러지 말아야겠다 하면서 뭔가 상실감에 빠지고 무기력한 시간들을 갖게 되기도 했어요.
한회에 십만원에 달하는 상담비용에 많이 고민도 했지만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고,
몸을 건강하고 예쁘게 하고싶으면 좋은 헬스장, 좋은 코치님, 좋은 영양제 먹는 것에 소비를 하고
얼굴을 예쁘게 하고싶으면 피부과, 피부관리사, 성형외과를 찾듯이
저의 정신을 예쁘고 건강하게 하려면 이런 소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이상 저에게 구김살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주1회마다 뵙기로 했어요. 나아지겠죠..?
누구에게도 못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다행이에요.
센터 다녀올때마다 이렇게 후기를 쓸 예정이에요.
제가 한창 고민게시판에 혹시나 이런 정신상담소 이야기가 있을까 해서
매일 게시판을 뒤졋던 것 처럼 그 누군가도 저의 경험을 궁금해 할까봐요.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이젠 좀 편안해지고 싶네요.
맘편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