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com/?love_16313 첫번째글이에요.
엊그제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어요.
그리고 첫눈도 왔죠. 신부의 면사포처럼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축복같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각자의 모임이 있어서 볼 수 없었는데
첫눈이 오는데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가겠다고
그가 찾아오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약속을 못지켰어요.
혹시라도 글을 기다리셨으면 죄송합니다.
오늘은 쭉 써볼게요.
제가 "다정한 남자와의 연애"라고 이름붙이며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남자 중에 제일 다정하고 자상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사랑이라는 파워게임에서 약자임을
자청하는 점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밥을 같이 먹어도 건장한 서른후반의 남자가
제 몫을 다 못먹어요. 뭔가 속이 불편하거나
미리 간식을 먹었냐고 물어보면 그 자리에서는
그냥 조용히 웃고마는데 나중에 고백해주기를
제 앞에서는 긴장이 되어서 밥을 양껏 못먹겠다고 해요.
어이없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서 그게 무슨 열없는
소리냐고 살짝 힐난을 하면 쑥스러운듯 웃습니다.
내가 정말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제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마치 자신이
먹는것 마냥 배가 부르고 뿌듯하고 기쁘다고해요.
그래서 뭐든 주고 싶고 하나도 아깝지않다고
진지하게 말합니다.
차를 마시러 카페에 가서 마주 앉으면
저를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제가 마주 웃으면
감탄하듯이 불쑥 뱉습니다. " 아, 참 예쁘다 "
단언하건데, 저는 그렇게 타인의 감탄을 받을만한
미인이 아닙니다. 그저 타인과 사귀기에 꺼려지지
않을만한 정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와 만나면서부터는 제가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서 예쁘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기쁘기도 하고 수줍기도 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지만, 이제는 제 버릇을 망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해요.
저를 기쁘게 해주는 그를 저역시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무엇을 제일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 돌아온 청은 단순했어요.
전화통화 많이 하는 것. 하루 중 틈틈히 제 목소리를
자주 듣고 싶다는 단순한 소원에 혹시라도 늑대같은
소원이지 않을까 불필요한 경계를 가진 제 시커먼 마음이
부끄러워졌어요.
낮에는 제가 주도권을 잡았다면 밤은 철저히 그의 영역이
되었어요.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내게 되었을때 늦되는
저를 위해 기다려주고 배려해주는 그의 자상함에
첫만남에서부터 점점 작아져갔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갖고 있었던 제 경계심이 완전히 허물어졌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척 소중한듯 사랑스러운듯 만지고
쓰다듬는 그의 손길아래 몸과 마음이 활짝 열린다는
그 글귀를 문자 그대로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