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남자고 30대야 나름 업계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해. 재능기부겸 취준생분들에게 자소서 첨삭이나 면접 조언도 많이 해드렸어. 중학교 진로교육 같은 곳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강연도 갔었고. 나름 프라이드가 있었어.
그런데 요즘 새로운 팀으로 차출되어서 신입사원취급 받으며 각종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밤늦게까지 회식에 접대에...소주 세네병 먹고 집에와서 다 못한 회사업무 하려고 노트북 켜고, 잠은 두세시간 밖에 못자. 내가 속한 업계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업무량이 많아. 방금전에도 9시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씻고 회사 업무 때문에 노트북을 열었는데.
갑자기 너무 슬퍼진다. 주말도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일하고 9월엔 주말마다 해외출장에 10월 11월은 격주로 주말이 없을 예정이다. 그 사이사이에도 스케쥴이 다 짜여있어서 스케줄 관리앱을 열기가 무서울 정도야.
요즘 같은 취업난에 배부른 소리라고 할수도 있는데
퇴근하고 밤11시에 상사전화를 못받았다고 그 시간까지 일할만한 열정도 없냐고 욕처먹고나니까 그간의 모든 경력과 내 업무가 초라해진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시간을 다 회사에 바치면서 가족들하고도 좀 소원해지고... 돈이라도 많이벌면... 전에 있던 회사에서 이직할때도 라이프랑 오피스 밸런스를 고려해서 연봉도 손해보고 왔는데.
지금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우울하다. 혹시몰라서 인터넷에 우울증 자가 진단해봤는데 점수높다고 빨리 진료보라고 뜨네.
뭔가 얘기가 하고 싶고 가슴안에 응어리진걸 말하고 싶은데 목구멍에서 탁탁 걸려.
지금까지 어찌보면 그럴듯하게 포장된 내 삶을 이젠 다 깨부수고 싶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도 때로는 병신같고 변태처럼 보여도 그냥 막 내키는 대로 살고 뱉고 싶다.
오늘도 쓰지도 못할 사표만 몇번을 쓰고 지우다가 벌써 이시간이네.
난 진짜 도라이니까 나같은 도라이랑 얘기 나눠줄 고마운 사람 어디 없을까? 익명에 기대어 비겁하게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