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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쓴 창작시 세편 정도 올려볼게요 ㅎㅎ
게시물ID : readers_165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른영혼
추천 : 1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0/08 23:17:43
아까 오후에 시를 어떻게 쓸지 고민했던 작성자예요

댓글 중에서 '어떻게'보다는 '무엇을'에 초점을 맞춰라, 퇴고하면 할수록 오히려 작위적인 느낌이 난다.. 라는 글을 봤는데, 이게 제 고민의 가려움증을 가장 잘 긁어준 것 같았네요 ㅋㅋ

형식적인 틀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말씀도 감사했습니다.

가을인지라 갑자기 저도 모르게 시상이 마구마구 쏟아지네요.

그래서 한없이 모자라지만 몇 편의 시를 보답 차원에서 올려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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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나는 몰랐었네
널 향한 내 마음이 그리움이 될 줄은
어느 날 오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너의 모습은
마치 개구장이 아이처럼 내게 다가와
이제는 깊은 밤 불꺼진 방 안에도
너의 웃음 목소리 말투 너의 모든 게 공기처럼 부유하네
잠을 잘래야 잘 수가 없으니,
도대체 이 카페인 같은 사람아!


2014.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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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의 나에게 시쓰기는 반항이었다
쓸데없이 왜 돈 한푼 되지도 않는 짓을 하냐며
나를 타박했던 엄마에 대하여
연약했던 나를 은근히 고립시켰던 학교와
출구없는 불만만 쌓이게 했던 세상에 대하여
소소한 일에도 욕부터 내뱉던 나에 대하여

어린 나는 그저 모든 게 만만했던 거다

어느덧 나는 사회진출을 고민할 나이가 되었다
그 동안에 나에게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수많은 질문들은 그저 질문으로만 끝났을 뿐
도대체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 나는 어쩌면 어디 한 군데라도
발 딛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실 나는 아직도 여물지 못했으므로
시가 뭔지 어떻게 쓰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굳이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스물 다섯의 나에게 시는
가장 멀리 떠나고 싶은 도피처면서
내가 돌아가야할 집이라는 것
아픔이었다는 것
위로였다는 것.

201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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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생각


크고 작은 괴로운 일이야 어쩔 수 없다마는
때마다 내 마음이 환청에 시달렸다.
그 날 선 속삭임, 죽음의 말들이
너무 아팠다가,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되었다.
나에게 사랑이나 희망같은 단어는 텅 빈 깡통같은 말이었다.
우울과 충동과 불면의 밤 속에서
귀를 틀어막아도 들리는 소리 가라앉히려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나를 천천히 죽이고 싶었다.

-언젠가 고등학생 시절 체육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네 속에 가득찬 고뇌와 잡념이 너를 괴롭힐 때면
저 아파트 옥상에 너를 그대로 올려놓아라
그리고 그 놈의 등을 떠밀어, 떨어뜨려 죽여라-

한동안 마음 속을 헤집던 폭풍은 가라앉고
단풍잎 아삭이는 계절이 올때 쯤,
나에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를 몰랐던 내가 나를 알고 싶어졌다
사랑을 몰랐던 내가 사랑을 알고 싶어졌다
시간의 지평선 위에 어두웠던 나들을 올려놓고
따뜻하게 두 눈을 응시하며 말해주고 싶었다
무엇이 널 그리 아프게 했느냐고
그러자 오랜 동안 출구조차 보이지 않던 터널에
한 줄기 빛이 어리듯
너무나도 쓰라렸던 목소리들은 발바닥 밑으로 떨어졌다

내게 아파트 옥상을 올려보는 습관이 생긴 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201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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