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넘치는 정 아나운서는 PD도 잘 만났다. 중계를 재미있게 꾸미려는 중계 PD의 노력과 정 아나운서의 욕심이 만나 많은 재미난 장면을 연출한다. 포항 스틸러스 경기 중계를 앞두고는 영일만의 영일대 해수욕장 근처에서 마이크를 잡고, 수원 삼성이나 수원FC의 중계를 하면 수원성에 가서 경기 프리뷰를 찍어 온다.
경기 하프타임에는 팬들을 만나러 관중석에도 간다. K리그 중계권을 구매한 중국의 IPTV인 LeTV에서는 정 아나운서가 포항 경기 하프타임에 양동현(포항 스틸러스)의 아내와 인터뷰를 하는 동영상이 자체 페이지에서만 조회수가 70만을 넘었을 정도다. 일반 K리그 경기 중계가 평균 4~5만 정도 관전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중국 누리꾼들에게 정 아나운서가 재미난 구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셈이다.
"1분 정도의 리포팅을 위해 온갖 지식을 알아야 하더라고요. 특히 스포츠는 기록과 이야기가 중요하잖아요. 해당 경기 관련 기사는 기본이고 기록도 찾아보고 할 일이 많아요. 경기 중 특정 상황을 목격하면 바로 PD에게 보고해요. 그러면 만들어보라고 지시가 와요.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니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방송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하프타임에는 뭐든지 하게 되더라고요.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춤이라도 추라면 춰야죠."
정 아나운서는 해맑게 웃으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 웃음이 딱딱한 K리거들의 굳은 마음을 풀어 흥미있는 장면을 만든다. 아나운서 학원에서 만나 함께 수학한 JTBC FOX SPORTS 3의 이유경 아나운서도 K리그 중계에 나서니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다. 더 멋지고 재미난 장면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지는 이유다.
스포츠 여자 아나운서의 수명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좀 더 오래가는 방송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방송사가 특정 아나운서를 활용했는데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현실이라 외모, 실력, 지식 모든 면을 잡아서 살아남겠다는 것이 정 아나운서의 솔직한 마음이다.
"모든 아나운서가 꿈꾸는 장면이 있어요. 지식과 경력이 쌓여서 (감독, 선수에게) '그 때는 그랬잖아요'라는 말로 과거의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대단한가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을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간접 체험 중인데 길게 할 수 있다면 꼭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정 아나운서는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는 그 종목에 애정을 얼마나 쏟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야구, 농구, 축구를 다 다니지만, 축구는 아직 보수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송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선수도 방송을 잘 활용해 유연하게 자기 홍보를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팬들도 좀 더 애정을 갖고 축구를 대했으면 합니다"라며 K리그 선수들과 팬들에게 부탁의 한마디를 던졌다.
기자도 K리거들의 언론 노출 증대를 위해 한 가지 솔깃한 제안을 하며 기사를 끝내려 한다. 내년 K리그 신인 워크샵 미디어 대응 교육은 단골 강사 박문성 SBS 해설위원의 독점 체제(?)를 깨고 정 아나운서나 이유경 아나운서가 나섰으면 어떨가 싶다. 교육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고 선수들의 화법도 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