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몸도 마음도 다 내어주고 어린 나를 욕정으로 바라봐도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나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좋아하니까, 같이 자자. 그게, 정말로 날 좋아해서 그러는 줄 알았어. 안해주면 떠나갈 것 같아서 무서워서. 정말 어렸을때, 정말로 어렸을 때 아직 채 피지도 못한 꽃을 그렇게 밟아버려도 나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던건 아닐 거야. 외로워서, 그냥 외로워서 어떤 방식으로든 그 사람이 주는 관심이 좋았겠지. 근데, 나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해도,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안해줘도 그 사람 때문에 마음아파서 울고 그 사람 때문에 웃고 나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내가 정말로 어리고 여렸을 때 하얀 이불 위에 채 피지 못한 빨간 꽃봉오리를 짓밟아 붉은 선혈을 남긴 그 사람이 나는 내 사랑인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