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고 누워서 잠들랑 말랑 하는데
밖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저급한 외국팝송이었다
요즘 아이디어가 고갈된 외국 십라들은
걸핏하면 클래식을 가져다가 지들 딴따라 음악에 가져다 붙인다
그리고는 오오 참신하다 이러면서 자화자찬하지
어휴
마치 파우스트를 패러디하는 야동을 보는 기분이었다
난 누가 이 새벽에 몰상식한 짓을 하는지 점잖게 주의를 주려고 밖으로 나왔다
하얀 렉서스에 어떤 거만한 젊은 놈이
이 새벽에 반팔에 선글라스를 끼고 창문을 열어놓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지 여친이 나오길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야!!"
하고 불렀는데 음악이 시끄러워서 그런지 이 놈은 날 못 봤다
그래서 다시 불렀다
"야 임마!!"
그랬더니 그제서야 녀석은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가오를 잡으며 내게 말했다
"뭔데?"
보통의 인간들은 나를 보면 그 고귀한 자태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녀석은 예외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아직 자는 사람들 많은데 좀 조용히 하지?"
난 점잖게 녀석을 타일렀다
그러자 녀석은 마치 못 들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뭐?" 이러는 거시였다
그래서 난 화가 낫다
"조용히 좀 하시라구요 자는 사람 많은데"
그러자 그는 피식피식 웃더니
다시 시선을 차안으로 돌리며
"병-신"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나를 쌩까고 다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녀석을 다시 불렀다
"저기요"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100까지만 세고 그 때도 시끄러우면 일을 벌이기로 햇다
40까지 셌는데 음악이 멈추고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녀석은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창가에서 나지막히 읊조렸다
"너 오늘 아주 운 좋은 줄 알아라 이 시발색기야"
이제 자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