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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병원에 가는 것이 꺼림칙합니다.
게시물ID : animal_1660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2
조회수 : 53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8/28 20: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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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다섯 째 날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세 시간마다 주사기로 강제 급여를 하며, 똥 싸기만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별 소식이 없습니다.
집사의 불안한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아도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기는지, 그 눈빛만으로는 도저히 알아챌 도리가 없습니다.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제대로 된 동물용 대화기기 같은 게 나오게 된다면 정말 대박날 것이라 감히 장담합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 녀석이 오늘 낮에는 제법 부비부비도 해주면서 골골송도 들려주었습니다.
드디어 이 공간과 이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어떤 활성화 단계에 도달했나 봅니다.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듣는 골골송은 정말 특이했습니다.
골골송을 진작에 알지 못했다면, 얘가 어디가 아파서 골골거리나 생각했을 게 분명합니다.
물론, 아파서 골골거리기도 한다지만, 정황상 오늘 이 녀석의 골골송은 분명히 편안함과 안락함에 대한 헌사였습니다.


저녁이 다 되어 갑니다.
아직도 똥 쌀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릴없이 두 번째 갔던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한 번 내원하는 게 좋겠다며, 그동안의 상태도 궁금하다 하셨습니다.
그렇게 일단 전화를 끊고, 저는 또 저 나름대로 여기저기 고양이 대변과 관련된 정보들을 검색해 나갔습니다.
어떤 글을 보니, 최대 일주일까지도 안 싸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발, 내일까지는 꼭 싸주길 바라면서, 또 동물병원에 가려던 마음을 접었습니다.


사실, 동물병원 가기가 두려웠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이 녀석의 응급 비용을 비롯해 각종 치료 비용, 생활 비품 구입 비용 등등으로 거의 한 달 생활비가 순식간에 동이 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그것과 더불어 동물병원의 과잉 진료, 수의학이라는 전문성에 대한 불신감, 치료 시설에 대한 회의감, 반려동물의 내원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응급상 어쩔 수 없이 갔던 첫 번째 병원은 다시는 갈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급한 시각에 수의사 선생님이 받아주신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할 따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 가보라고 또다시 권한다면,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다녀왔던 동물병원은 수의사 선생님이 정말 친절하시면서도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 또한 해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진료하러 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왠지 어딘가 과잉 진료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잉 진료라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저 같은 초보 집사에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만, 지금으로선 몇 가지 추측성 단서만 가지고 그냥, 왠지, 느낌상, 과잉 진료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야옹이가 거기서 진료를 여러 가지 받고 지금은 상태가 상당히 많이 호전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과연 과잉 진료라고 할 수 있느냐 물어 따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허피스는 그 특유의 질환적 특성으로 인해 완치는 쉽지 않아도 증상 완화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쉽게 말해 감기였습니다.  
물론, 야옹이의 경우 그땐 허피스보다는 다른 2차 합병증이 더 우려되었던 상태라 거기서의 진료가 적절하였다고 나름 자평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가적으로 이러저러한 캔사료며 처방들을 붙여 판다던지(물론, 권유의 형식이었지만,), 오늘 전화 통화에서는 무슨 수액 주사가 음료수 마시는 것마냥 쉽게 권유되는 것을 보고, 아, 여긴 다시 갈 곳이 못 되는구나 확정 지었던 것입니다.
얼마 전 제가 응급실에서 맞은 수액조차도 정말 간만에, 심지어 그것도 치료제로서의 처방으로 맞은 것뿐이지, 무슨 힘 좀 없다고 음료수마냥 처방되지는 않았다는 점과 비교해 볼 때에도, 아무리 반려동물일지언정 이렇게 아무렇게나 과잉 진료하는 데는 믿음이 가질 않았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야옹이 상태는 예전과 달리 상당히 많이 좋아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수액을 다시 권유하다니, 안 그래도 그때 과연 수액을 맞아야 됐나 약간은 께끄름한 상태에서 더욱더 의심이 번져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전히 야옹이는 다 낫지 않은 상태입니다.
과연 허피스가 주된 질환이었나 싶을 정도로 다른 심각한 증상들은 여전히 도드라져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야 코나 눈 같은 데서 질환이 발생할 경우 허피스나 칼리시를 대번에 의심할 수 있겠지만서도, 다른 질환인데도 허피스나 칼리시같이 비슷한 증상을 부수적으로 드러내는 경우 또한 얼마든지 있음을, 저는 요사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질환의 경우는 거의 답도 없는, 말 그대로 치료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심각한 중병들에 해당되었습니다.
그러니, 제 고양이가 설령 지금 눈에 보이는 허피스 증상을 약으로 치료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상대적으로 쉽게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어서 거의 완쾌된 것이지, 만에 하나라도 다른 심각한 중병으로 인한 증상이었더라면, 아예 동물병원에 가나 마나 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치명적인 병들은 진단을 해도 잘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치료법 자체가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니, 굳이 돈 왕창 써가면서 그 진단명이라도 알려고 하는 노력이 저에겐 부질없어 보일 따름이었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먹거리,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고양이는 그 특성상 낯선 장소에서의 스트레스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그러니, 한 번 내원하는 것도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평소에는 택시 같은 걸 아예 타고 다니지 않는 저인데도 불구하고, 동물병원에 갈 때만큼은 아무리 가까워도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갑니다.
최대한, 어떻게든, 야옹이에게 낯선 장소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려는 고육책입니다.
그래 봤자 약간의 시간과 장소를 단축할 수 있을 뿐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하나.
고양이의 병과 관련하여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오히려 병원이 고양이의 병 진원지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바이러스성, 세균성 질환들에 걸린 동물들이 왕래하는 곳이다 보니, 아무리 청결하게 소독을 하고 관리를 해도 부지불식간에 전염되는 경우가 왕왕 생기곤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진, 내원을 피해야겠다 마음먹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오늘 밤도 깊어갑니다.
그리고 내일은 부디, 야옹이가 똥 싸기를 소원해 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_eun_love/22079485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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