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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여러분 진짜로 정말 미안요. <스압>
게시물ID : humorstory_1661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ustXVII
추천 : 4
조회수 : 61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9/05/19 01:50:35
이제 1주일 됬는데, 사실 저 여자친구 생겼습니다.

나이 24먹고 처음으로 사귀는 애인이죠.
게이지옥&솔로천국에 몸담고있은 저로서는 지금이나마 생긴것도
억조창생의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좀 일반적인 커플들과는 이상하다면 이상하게 시작했습니다.
전 1월제대하고 칼복한 05복학생.
그녀는 신입때 잠수탔다가 2학년때부터 과방죽순이가 된 07.

그녀는 재작년부터 남자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상대가 자신을 별로 안좋아해도 자신이 좋아하면
온맘을 다줬기 때문에. 
굉장히, 엄청, 조울증때문에 가끔 병원서 처방을 받을정도로.

저는 복학하고 어쩌다 그녀(이하A)와 그녀와 친했던 그녀의동기(이하B)와 친해졌습니다.
후배들 중에서는 제일 친해졌죠. 옛날 06들은 이제 보기가 힘드니까.

셋이서 몰려다니면서 밥먹고 카페에서 3시간 넘게 수다도 떨고, 
네이트온에서 이야기도 많이했습니다.
그러면서 A의 과거 고생들을 자연스럽게 알아나갔죠.
저도 남들한텐 잘 안하는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친한 후배였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A를 이해하고, 안쓰러워 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커진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해실해실 웃는얼굴로 신입이나 후배들이랑 친하게 지내서인지
학기초부터 저와 09몇명을 엮을려는 이야기가 많았었죠.
전 별로 기분나쁘진...아니 감지덕지였지만 크게 마음은 없어서인지
저랑 이야기에 오르는 몇몇09들이 상처받을까봐
A와 B와 의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젠 09와 더불어 A와 B도 소문에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중간고사기간이 끝나고 소문이 커질것을 걱정한 저는
A에게도 '이런 소문이 있는데 어떤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A는 처음엔 '선배가 친절하게 대해서 내맘이 흔들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아니니까 걱정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 그말에 별로 상심하거나 아쉬운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근데 B가 복수전공 문제로 휴학하고 난뒤 
저와 같은 수업을 제 옆자리서 청강하고,
같이 식사하고 걸어가거나 이야기하는 모습이 과사람들에게 목격되면서
저와 B와의 관계가 
소문속에서 거의 커플로 기정사실화 되어가는걸 알았습니다.

저도 B가 싫은건 아니었지만, 
B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저도 연인관계만큼의 마음은 아닌 것 같아서
A에게 다시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다,
A가 말했습니다.
'오빠가 딴애들이랑 커플이되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부담가지지말고 우리 가볍게 만나자'
남주기는 아까우니 자기와 만나자는 이야기였죠.
지금까지 이야기와는 반대잖아?!

완전 쇼크먹은 저는 어버법어ㅓ하다 A가
'오빠도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만나자. 가볍게'
라고 말하길레 얼떨결에 승낙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A와 사귀는게 싫지 않았습니다.
약간 이상하고 얼떨하긴 했지만 좋았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에 서로 힘든점을 나누고, 기대면서
제 마음은 더 커진거죠.

A도 저를 좋게보고있었지만, 예전 모든걸 바쳤던 전 남자친구씨발롬이
자신을 버리고 영국으로 토낀지 2개월도 안되서
아직 정리도 안되고 많이 힘든 상태인 데다,
과방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애써 정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저와 제 문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어 '우발적으로' 
고백아닌 고백을 한거랍니다.

여튼, 저희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주위의 커플과는 다르게,
서로에 대해 보통이라면 숨기고싶을 사실까지
다 알고있고, (좀 수위높은 이야기까지)
남자가 여자를 열렬히 사랑해서 고백한것도 아니고
여자가 남자에게 확고한 마음이 있어 고백한 것도 아닌
어정쩡하고 기묘한 상태로.

그래도 저는 그녀가 좋았으니까,
그리고 저의 첫 연인이기도 하구요.
즐거운 나날이었습니다.
뜨겁고 크진 않을지 몰라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A도 저와 있을 땐 즐거워 보였습니다.
다만...그래, 가끔 불편한 기색이 보이긴 했죠.
뭐, 전 왜그런지 대충 다 알고 있으니 (아직 마음으로 정리못한 전 남자친구씨발셐 문제등등)
별로 신경은 안썼습니다.
A가 힘들때 마다 도움이 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오늘 학교서 헤어지고 제가 집으로 오자마자
A가 전화를 했습니다.
울더라고요. 마음이 '덜컥' 했습니다.

A는 자신이 채 마음의 정리도 못하고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저에게 고백을 했고, 
자신은 저에게 예전 남자친구들 처럼 
온 마음을 다 줄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닌데

제가 자기한테 마음을 주고있는게 느껴져서
미안했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전남자친구 문제로
너무 심하게 기대고 있는게 미안했답니다. 
(A는 그런문제가 있을때마다 주변인들한테 너무 오래 기대고 힘든모습을 보여서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B에게 이미 들었었죠.)

A에게 그말을 듣고 전 기뻤습니다.(미안하지만)
A그만큼의 의미는 있는 사람이란 뜻이니까.
그래서 '나도 네가 미안해할 만큼 모든걸 다 바칠정도는 아니고,
네 사정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부담가지지말라'고 말했지요.

1시간 40분동안 통화한 내용을 간추려보면 저렇습니다.
A가 저에게 고마워해서 좋았습니다.
다시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좋은사람이라고 칭찬해줘서ㅋ 기분좋ㅋ


미안. 게이여러분. 솔로여러분.
나 이제 씩고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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