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1662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놔캐감동
추천 : 70
조회수 : 2345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5/21 21:28:34
원본글 작성시간 : 2007/05/21 19:03:51
디시 패스트푸드 갤러리 펌.
초등학교, 아니 그때는 국민학교 때지...
어렸을 때는 우리 집이 그렇게 가난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보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3학년 때 엄마가 하루에 두끼 정도 라면 끓여준 게 돈이 진짜 없어서
그러셨단 걸 슬쩍 깨닫는다. 참고로 우리집은 홍대 뒷산에 있던 와우아파트였다.
지금은 다 철거되고 군부대랑 암벽타기 하던 데가 다 공원으로 바뀌었던데.
쪼끄만 애새끼들이야 라면이랑 김치만 먹어도 성장에 좀 지장이 있기는 하겠지만 몸이 축나진 않을 텐데
다 큰 어른인 엄마랑 아빠는 그거 먹어가면서 일다니고 살림 꾸려나갔는지...
하여튼 지하세계에서 전기실 일을 하던 우리 아빠 월급이 88년도 기준으로 12만원이더만.
5학년 정도 돼서 돈 개념이 슬슬 생기니까 아빠가 그 정도 받는다는 걸 내역서 보고 알았다.
하여튼 치킨에 환장하게 된 까닭은 이렇다.
그 어려운 와중에서도 고기라도 먹이려고 월급날 되면 엄마가 봉투에서 4천원 정도 빼서
신촌시장으로 내려가시더라. 거기 "켄터키 후라이드"라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낸 드럽다고 다들 욕할거다.
압력솥에 묻은 기름때하며, 흰색 타일벽에 누렇게 튀긴 기름들...
그때는 지금같은 종이 박스도 없었고 갈색 갱지에 단백질 1등은 닭고기, 2등 쇠고기, 3등 돼지고기 뭐 이런 문구 써있고
닭이 우승테이프 끊고 소랑 돼지랑 뒤쪽에 ㅈㄴ 처져서 들어오는 그림 있었는데... 하여튼,
그게 한달포 유일하게 제대로 먹는 고기였다.
경기 좋아지고 아빠 진급하고 나서 일주일에 한번씩 돼지 살코기 먹는 걸로 업글됐지만...
(그러고 보니까 삼겹살도 못먹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었잖아!)
4학년 때 같은 반인 닭집 큰딸이 있었는데 은근 사모했었다.
물욕 때문에...ㅋㅋ 그때 이 나이였으면 닭고기가 탐나서 결혼하자고 뭐든 했을까나?
IMF터지고 나서 아버지 옷벗고 엄마 미용실에 온 가족 생계를 다 기댈 때도 먹기에 만만한 건 치킨밖에 없더라.
99년에 제대하고 2000년에 1학년 다시 복학했는데 돈없으니까 라면, 쫄면만 먹으니까 이명이란게 생기더라.
그 영양실조 때문에 귀울리는 거 말야. 겪어본 적 있냐?
학교 갔다가 돌아와서 엄마 미용실 청소하고 나면 가끔 시켜먹거나
기술자들끼리 시켜먹고 남은 식은 가슴살 먹고 나면 신기하게도 좀 나아지더라.
지금은 회사 다니면서 살쪄서 걱정이지만(이래뵈도 졸업하고 2년 넘게 알바만 했다... 점심주고 먹을거 주는데만 골라 다니면서)
그러고 나니까 치킨하면 뭔지 울컥하는 게 있다.
잘 못먹어서 몸 축나려고 할 때 한마리 시켜먹는 게 치킨 아닐까? 안그런가?
오늘 디씨에 음식갤 있는거 첨 보고 이리저리 다녀봤지만 패푸갤 머뜩찮게 보더만.
앞서 말한 배경을 가진 나로서는 음식이 맛없네 있네 하는게 이해가 안가고
골골할 때 치킨 한마리 시켜먹는게 뭘 그리 구질구질하게 보는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
앞으로 패푸갤을 사랑하게 될 거 같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