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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남친이 죽은것 같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665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민Ω
추천 : 5
조회수 : 133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1/06/14 16:30:14
20살때부터 4년간 만났던 사람이 있습니다.
학교 선배였는데 다정다감하고 젠틀하고 매너있고 배려심 있는 사람에...
잘난척 하지도 않고 공부도 잘하고 후배들도 잘 따르고...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고백하고 사귀게 되었고 초반에 약 석달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사귀게 되고 난뒤 알았습니다. 그 사람은 몸이 건강하지 않았어요..
어릴때 방치와 학대를 당해서 소아 당뇨가 있었고 비만이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다이어트하고 병원 꾸준히 다니며 치료 받았고
다시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두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고 해요..
식사때마다 인슐린 주사를 배에 맞아야 했고 끼니를 거르면 금방이라도 쓰러질것처럼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흘렸어요...
자신은 25살이 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며... (그때 24살...)
나랑 만나는 도중에..언제든 쓰러져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꺼라며... 
그러면 너 어떻하냐고 울던... 사람이었어요...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소중해서...
아침 일찍부터 만나고 하루종일 내내 같이 있고 저녁늦게 집에 들어가고..
다음날 아침 일찍 또 만나고... 밤에 쓴 편지를 내게 내밀던 사람...
그 사람이 아픈게 너무 슬펐고 힘들었고 불쌍했고....그 무엇보다 그사람을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그사람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몸이 아프다고 해서 죽을 사갔는데 그 죽 숟가락으로 머리를 때렸습니다.
죽이 싫다고... 화를 냈어요 
내가 환자냐고 나는 죽 먹기 싫다고 너나 먹으라고...
다 토할꺼면서..... 굳이 밥을 먹겠다고....
너무 미안하고 안쓰럽고...내 생각이 짧은건가....내가 어린건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 다음은 아침에 일찍 오지 않는다고....제 따귀를 때렸습니다.
학교 랩실에 출근 시간은 9시 였고 그 사람은 학교앞에서 자취를 했습니다.
8시에 자취방에 찾아가 그사람과 아침먹고 학교에 나가는데...
그날은 8시 십분...정도에 도착했는데 늦게 왔다고...
또 사과를 했습니다. 약속은 약속이고 늦게간건 제 잘못이니...

그 뒤로도 약 3년간 구타를 당했습니다.
컴퓨터로 고스톱을 치는데 제가 계속 이긴다고 때리고
떡볶이를 만들어줬는데 떡이 다 퍼졌다고 때리고
고기를 굽는데 다 녹지 않은 고기를 그대로 후라이팬에 올렸다고 때리고
정말 별것 아닌일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화내고 구타를 당했습니다.
지옥이었고 악몽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살도 생각해봤고 헤어지자고 울고불고 매달려도 봤습니다.
찻길에 멍하니 서있다가 뛰어들려고 했는데 엄마 생각이 나서 차마 그럴수가 없었네요..
헤어지자고 그사람에게 말하니 또 때립니다.
옆에 놓여있는 컵도 집어 던지고 머리채를 잡고 벽에 찍고 쓰러뜨려서 발로 짖밟았습니다.
그럴꺼면 꺼져버리라고 집에 가라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가는데 전화가 와요... 그사람이죠...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전화를 받으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죽기전에 내 목소리 듣고 싶었데요 밥먹고 인슐린 주사 한번 안맞으면 그만이라고
자기는 이제 죽을꺼래요... 그럼 저는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잡고 그사람에게 갑니다.
울고 불고 달려가서 미안하다고 안그러겠다고 그사람에게 용서를 빕니다.
그 사라은 그날은 따뜻하게 절 안아주었죠... 
그리고 그다음날은 또 구타....


첫 구타가 사귄지 백일정도 였고... 두번째 구타때 이건 아니라고 느꼈고
세번째 구타때 헤어지자고 했고.... 네번째 구타는... 포기하게 됐네요..
아니 포기할수 밖에 없었어요 
이 지옥에서 누가 날 구해줄까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빠져 나가나..
제 나이 20살... 정말 막막 했습니다.
친구에게도 부끄러워 말 못했고..
남자친구의 친구...학교 선배죠... 그 선배들에게도 말 못했고...
부모님께도 말 못했습니다.

부모님께 조심스레 휴학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절대 안된다고 빨리 졸업하는게 니 인생에 도움이 될꺼라고...허락하지 않으셨죠...
그렇게 4년을 보내고 4학년 2학기에 도망쳤습니다.
제 나이 23살 그사람 27살...
수업은 사이버 강의로 꽉 채우고 용인의 이모댁으로 도망갔어요

그날은 그 사람이 저에게 칼을 들이댄 날이거든요...
식칼을 목에 들이대며 이러고 사느니 다 끝내버리자며 협박했습니다...
저는 또 울면서 이러지 말라고 진정시켰구요...
이대로 지내면 정말 죽을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이 죽기전에 제가 먼저 죽을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엄마께는 그냥 쉬고 싶다고... 수업은 사이버 강의로 채웠으니 걱정말라고...
그렇게 조용히 3달이 지났습니다. 
아니 조용히 지낸건 아니죠 전화를 받지 않으니 문자에 온갖 욕과 협박을 보냈고
저는 번호를 바꿔버렸습니다.
반응이 없으니 장문의 메일이 왔죠
패턴은 항상 같아요 
죽여버린다 내 가방에는 항상 칼 넣고 다니며 발견하는 즉시 죽이겠다..
다음날은 나 죽어간다 마지막으로 목소리만 들려달라..
다음날은 나 화나지 않았다 걱정마라 너한테 화낸게 아니니 연락 좀 해달라
다음날은 다시 죽여버리겠다....너고 니 가족이고 다 죽이겠다..이런식이었어요..

처음 한달간은 너무 무서워서 길에도 못다녔습니다.
그사람이 찾아올까봐 그사람과 닮은 키큰 남자만 봐도 심장이 덜컹거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약인가봐요..차츰 괜찮아졌습니다.
저는 알바도 하고 수업도 들으며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메일도 안왔구요,..알바하며 정리하고 있는데 오는 문자 하나...
익숙한 번호...
`숨으려면 더 꽁꽁 숨어. 이래선 찾기가 너무 쉽잖아`
다시 번호를 바꾸고 연락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죠....

몇년이 지난뒤....저는 지금 남친을 만나게 되었고...
다 털어놓았습니다. 전부는 아니고...그냥 일부정도..조금..구타 당했었고 협박 당했고...힘들었다...정도
다행히 절 이해해주고 보듬어 주었습니다. 
지금 남친에게 그사람이 연락해 저에대해 알려 줬다고 합니다.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저에겐 그것만 말해줬네요..)
그래서 신경쓰지 마시라고 알아서 하겠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지금 남친과는 만난지 3년 정도 됐고...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대외적으론 매너남인 그사람... 헤어지면서 저에 대해 안좋은 말이 돌았나봐요...
뜯어먹을꺼 다 뜯어먹고 필요없으니 버려진 그사람... 다른 남자와 눈 맞아서 살림 차렸다더라...
그렇게 소문이 났네요 ㅎㅎ 미친자식...

아무튼... 그렇게 헤어지고 저도 이제 서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십대 초반의 그 지옥같은 날을 보냈던 것도 서서히 잊혀져가는거죠...
친구에게 연락이 왔더라구요 그사람 싸이 들어가보라고..
(제일 친한 친구라 다 털어놓았고 간간히 미친짓 안하나 싸이 들어가서 살펴봤다고 해요...;;)

방명록에 그 사람이 죽은듯한 뉘앙스로 글들이 적혀 있었어요...
마지막 업데이트는 4월 말 이었고... 그 글은 5월 중순..
그 사람이 떠나갔는지...어쩐지 확실치는 않아요...방명록의 그 글이 전부니까...

어쩌면 25살 이전에 생이 끝날지도 모른다던 그사람...
하루하루 잠에서 깰때마다 두렵다던 그사람...
한때는 정말 절실하게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했던 그사람...
이제는 용서하렵니다...
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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