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제 마음에 공감해 주신 댓글도 있었고,
제 남자친구도 이런 마음일까 이해를 도와주신 댓글도 있었구요
오늘 남자친구랑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봤어요
일단 남자친구는 본인 생일에 의미를 안 두는 사람이 맞구요...
그 이유는 자신의 삶이 너무 힘들고 불행해서 생일이 축복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저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 여러 날들과 똑같은 날이라구요.
오유에 달린 댓글 중에 좀 더 자기 의견 같거나 공감되거나
아니면 하고 싶은 말 없냐고 댓글도 보여줬는데
본인 의견이랑 다른 의견은 별로 이해하려 하지 않더라구요
그게 좀 섭섭하네요 사실 제가 공감했던 댓글에 남친은 공감을 전혀 안하는게;
본인이 설명한 생일이 의미없는 이유를 제가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그럼 앞으로 저는 남친을 위해서 챙겨줄 기념일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퍼요.
안그래도 챙기는 기념일 따위 없는데 생일까지 챙기지 말라니..
보통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상대방에게 잘 해주려고 하고
그래서 저도 제 기준으로 최대한 남친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고
근데 방향이 영 잘못 되었단 생각을 하게 되니까
지금까지 제가 남친에게 해 준 것도 영 잘못된거란 생각이 들고
그래서 제가 뭔가 해줬을 때 제가 바랐던만큼의 반응이 없었던건가 싶고..
남친 말로는,
제가 자신이 태어난 걸 고맙게 생각하도록 해주는 게 진정한 의미의 생일 선물이래요
그냥 공부 열심히 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제 인생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달래요
제가 잘 돼서 멋진 사람 되어주면 그게 최고의 선물이라구요.
근데 저는 왜 본인의 삶의 의미를 저를 통해서 찾으려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진짜 단순하게 정말 생일 선물을 주는 문제가 이렇게나 심각해지는 이유도 모르겠고.
솔직히 남친 말대로라면
제가 뭐 케이크니 빼빼로니 초콜릿이니 여러가지 음식이니 손편지니 해주는 것 보다
힘들어 하거나 아파할 때 약 사들고 서프라이즈 해주는 것 보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 많은 제가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남친보러 가는 것 보다
걍 그럴 시간에 공부 한 글자 더 하고 운동 한 번 더 가는게 나았겠네요
무슨 프린세스 메이커 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생각해 보니 프메조차 딸래미가 아빠 생일때 선물 사주잖아?!)
세상에 생일 선물 주겠다고 했다가 이렇게 마음 상하기도 처음이에요..
하필 대화를 나눈 오늘 남친 컨디션이 되게 안좋았어요
장염이 심해서 걷기도 힘들 정도인데 끝까지 일하고
병원가서 수액맞았더라구요 그와중에 제가 또 생일얘기 꺼냈으니
짜증 날 만도 했겠죠...
물론 본인 컨디션 하필 나쁠 때 제가 이 얘기 꺼낸 게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난 너한테 기대고 싶은 날이었는데
굳이 오늘 니가 듣고 싶은 대답 들어야 했냐는 식으로 힐난하는 것도 속상하구요
제가 너무 야속하게 느껴진대요.
저딴엔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정리해서
다시는 똑같은 문제로 다투기 싫어서 그랬던건데. 완전 생일 노이로제 생기겠네요.
미안하다고는 했는데...저만 나쁜 사람 되는 기분. 내가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앞으로는 아무것도 그냥 안 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