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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향기를 쫓으며, 좋은 시절은 모두 갔다.
게시물ID : readers_166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와우는안해요
추천 : 1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0/16 01:35:31
나는 언제나 홀로 서 있었다. 거친 바람 속에서 두려움에 떨 때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말라 비틀어질 때도. 내가 기쁨에 겨워 춤을 출 때조차 나는 혼자였다. 주위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느낄 수 있는 건 그들과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인간관계란 정말 가벼운 하나의 악세사리 처럼 그저 그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붙였다 떼곤 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나의 고독을 선천적인 것으로 인식하며 어떻게든 버텨왔다. 하지만 버티기 힘든 순간들이 종종 온다. 바로 너 처럼 내 마음에 너무도 드는 여인을 가지지 못할 때. 

 나는 그럴 때마다 자괴감과 무너진 자존감으로 몇날 며칠을 아파한다. 아주 어릴 때는 미련이라는 희망고문을 쫓아 허사로 보낸 시간이 더욱 많았지만 나도 세월이라는 걸 먹고나서 보니 이제는 나를 지키는 법에 조금 더 마음이 쏠리더라. 그래서 쉽게 쉽게 포기하며 서둘러 마음을 닫으려 애쓴다. 물론 그렇다고 너에게 했던 것 처럼 많은 이야기와 고백들을 늘어놓지는 않았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말없이 바라만 보다 끝난 것이 부지기 수 였고 그럴 때는 크게 아프지 않았다. 지금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끄러움도 잊을 정도로 많은 고백들을 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다. 물론 그만큼 절박했다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또 나는 너무 쉽게 떠나버렸으니까. 하지만 알 수 있다. 그곳에는 빛이 없음을. 너를 붙잡아 보았자 우리에게 남겨진건 그저 사막의 모래바람 처럼 까끌한 허망함인 것을. 너는 나로 인해 잠시의 시간을 위로받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로 인해 매분 매초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내 마음을 온통 이곳에 쓰며 나를 깎아 너를 사야하기 때문이다. 너에겐 딱히 득도 실도 아닐지 모르지만 나에겐 매 순간이 나를 부정해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된다. 그러니까 나는 나를 위해 죽기전에 나를 살렸다. 

 모든 것은 상상과 망상의 나래안에서 나는 너를 조금 더 완벽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키워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그사람과 마주하면서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라거나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라는 소리만 중얼거리며 오늘도 밤잠을 설친다. 너를 놓은 순간부터 나에겐 불면증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불면증과 함께 노닐면 언제나 처럼 나의 오른쪽 귓가에 고독이 다가와 속삭인다. 그러면 너의 생각에 아련한 마음을 뭉클지고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왼쪽 귓가에 절망이 다가와 현실을 속삭여준다. 

 나는 그 어떠한 잘난 것도 없는 그저 루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성격은 더러워서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내가 왕이되어야 하고 내가 모든것을 통제해야하는 졸렬한 사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싶은것을 가지지 못할 때 이 혼돈을 억제할 방도를 모른다. 그저 혼자서 자책과 절망을 반복하며 끝없이, 한없이 밑으로 떨어질 뿐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알고있기에 네가 어떤 말을 했건 결국 넌 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안다. 네가 6년을 뒤에 대해 한 말이건 뭐건 싫지는 않다거나 그런 이야기들 전부, 그 어떤 것들도 나와의 미래에 밝은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 시간에 대한 결정의 유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너를 쏘아붙여 말 똑바로 하라고 다그쳐도 보면서 나를 죽일 마침표를 구걸했다. 그리고 너는 끝내 그 마침표를 찍는 것을 피했다. 

 모든 시간이 지나면 나와 네 가슴속에 우리의 시간은 남지 않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나는 종종 다시 우리의 시간을 꺼내볼것 같다. 네가 끝을 흐리며 나를 버렸던 순간은 나에게 앞으로도 아무런 빛이 없을 것임을 인지시켜주었기에......나는 너를 떠난다. 그리고 너에게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였지만 너의 그모든 말들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너도 잘 알것이다. 시작도 없이 끝을 맞이하는 웃긴 상황이 또 한번 내 앞에 벌어졌다. 

 나도 너도 서로에게 마침표를 찍어주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는 같은 죄를 공유하는 쌍방과실의 관계이다. 그렇기에 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으리.  이제는 너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비우고 치웠던 내 가슴을 다시금 정리한다. 그리곤 그 어떤 누구에게도 이곳에 와달라 애원하지 않으리라. 나는 독해져야 한다. 이제 웃지 않으리라. 그렇게 참으며 기다려왔던 시간들이 무색할 정도로 너에게 휘둘렸던 덜떨어진 나를 평생 용서하지 않으리라. 다시는 한심한 내가 되지 않으리라. 이런 실수는 한번이면 족하다.

 버릇처럼 나는 스킨쉽과 섹스와 사랑에 대해 말하며 나는 언제나 당당하게 여자없이 살수없으며 변태인게 어떻냐며 외쳐왔지만 아무래도 그 모든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제는 더 다치기 싫다.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사랑해달라고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무엇이 되어야 얻을 수 있는 사랑도 필요치 않다. Take 하고 싶으면 Give해라는 건 그 Take에 대한 확실한 보증이 있을때야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 Take의 가치가 Give한 것의 가치보다 상위에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 모든 것은 공급자의 횡포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선 이들을 쥐어짜는 행위일 뿐이다. 마치 기득권들이 노동자를 황견계약으로 쥐어짜듯.

 너의 향기를 쫓으며, 나는 위태로운 봄을 누비는 나비와도 같았다. 그리고 느닷없이 내리는 봄비에 날개가 젖는 줄도 모르고 맞다가 하늘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젖을 날개를 잘라버리는 것을 택했다. 평생 뽕잎이나 먹으며 누에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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