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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덮힌 검은 연탄
게시물ID : readers_166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쥐스킨트고골
추천 : 1
조회수 : 18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0/16 02:08:54
약 5~6년전 끄적인것.
거칠지만 수정하지 않고 올립니다.
공감하실수 있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1998. 겨울. 가파른 좁은 언덕길에 눈이 살금살금 온다. 눈이 꽤나 쌓여있다. 그 위로 중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둔 미영과 지혜가 걸어간다. 숨은 벅찬 듯 입김을 뱉어내는 소리가 조금 거칠어져 있으나 익숙한 골목이라 쉽게 오른다.
 
미영 :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며) 먹을래?
지혜 : (끄덕인다.)
미영 : (멈춰서서 빨개진 손으로 사탕을 까서 지혜에게 준다.)
지혜 : (손으로 받아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가)맛있다.
 
 
다시 한참을 걸어 올라가는 둘.
 
미영 : 춥다.
지혜 : .
미영 : 사탕 또 줄까?
지혜 : 아니. 괜찮아.
미영 : (아무말 없이 멈춰서서 다시 새빨간 손으로 사탕을 깐다.)
지혜 : 괜찮은데..
미영 : (깐 사탕을 지혜 입속에 손으로 넣어준다.)
지혜 : (오물거리며 먹다가 미영을 보고 씨익 웃는다.)
 
 
조금 더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자 둘이 어색한 듯 멈춰선다.
 
미영 : (바닥만 쳐다보다가) ..다 왔네.
지혜 : .
미영 : (무슨 말을 망설이듯이 발로 바닥의 눈을 툭툭 쳐내다가 눈 밑에 흩어진 까만 연탄재가 신발에 묻는다.)에이, 욕쟁이 망할 할망구. 또 연탄 떨어뜨려놓고 치우지도 않았어.
지혜 : (까르르 웃는다.)
미영 : (신발의 재를 하얀 눈위에 닦아내며)에이, 아깝다. 그치?
지혜 : .
미영 : (계속 닦아내며)난 이렇게 타지도 못하구 깨지는 연탄이 제일 아까워.
지혜 : 나도.
미영 : (한참있다가)그래도 넌 이제 연탄 안쓸테니까 아까워 하지마.
지혜 : .
 
추워서 빨개진 볼과 입김이 계속 나오는데도 둘은 말도 없이 추위를 참고 서있다.
 
지혜 : (생각난 듯 가방에서 꼬깃한 분홍색 노트하나를 꺼내며)이거.. 너 가져.
미영 : (당황한 듯) ? 너 가지라니까. 내가 너 준거야.
지혜 : (고개 저으며 노트 손에 쥐어준다) 아냐... 나보다 네가 갖고 싶어 했잖아.
미영 : (글썽해지며) ....아까 화냈던 거 미안해.
지혜 : 아냐. 내가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미영 : 나 이제 집에 갈래. 춥다.
지혜 : .
 
미영, 조심스럽게 지혜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가 뗀다. 사탕 때문에 입술이 끈적하다. 잠시 당황했던 지혜가 빨개진 미영의 귀에 양손을 가져다 녹여주었다가 멋쩍게 손을 내린다.
 
미영 : (다시, 한참 후) 편지.. 자주 하자.
지혜 : ...
미영 ; 나 그럼 갈게. (달려가며) 도착하면 전화해야해.
내일은 하루 종일 집에 있을 테니까. 알았지?
지혜 : 알았어. 잘가아-
 
지혜, 미영이 가는 모습 바라보다 사라지자 - 바닥에 푹파여져 검고 더럽게 변한 눈 위로 시선이 옮겨간다. 피식 웃어버린다. 그리고 문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지혜네 벽 앞에는 하얗게 다 타버린 연탄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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