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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면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는지 모른다
게시물ID : readers_16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ルミナス
추천 : 0
조회수 : 4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16 04:02:18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그날은 내가 친구들과 모이는 날이었다
그냥 바쁘게 살지도 않았다 그저 집과 학교를 오갈뿐,
아무런 의욕도 희망도 없어보이는 그런 날 중 하루였다. 
약속시간이 다 되도록 친구는 연락이 없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더 늦을테니 근처에서 차나 한잔 마시고 있으라는 
짤막한 메시지가 왔다
그렇게 10월의 찬 바람을 품에 안은 채
들어간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시킨 차 한잔과 숟가락때문에
나는 너의 그림자를 만났다

흔한 숟가락이, 낮설었다면 좋았을터였다

계절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앞에 나와 너가 있었다.
기억속의 나는 자신감이 넘쳤고 잘 웃었다.
기억속의 너는 아름다웠고 자주 우울해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내 기억속의 너는... 모르겠다.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다 기억나는데
정작 네 마음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밤을 새며 니 얼굴을 기억했는데
너는 내 얼굴은 보지 않고 술잔만 봤다.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너는 흘러가는 음악만 들었다.
나는 널 만나러 매일 왕복 두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녔는데
너는 단 한번도 날 만나러 온 적이 없다.
그래도 나는 기뻤었으니
나는 분명 너라는 사람을 사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린 헤어졌다.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은 조금씩 커져갔고
그럴수록 너는 내가 부담스러웠을테니
그렇게 끝났다. 

그 날 이후로, 웃기가 싫어졌다.

친구의 문자가 왔다.
어디에 있느냐고, 다 왔다고.
위치를 설명해 줬더니 곧 내 앞에 나타났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다.
30분이나 지난 차는 이미 식었다.

친구가 티슈를 건넨다.
눈물 닦고 멍하니 있지 말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울었나보다.
눈물을 닦고 식은 차를 마시고
일부러 웃어봤다.
무슨 생각을 했냐는 친구의 말에
배고프다고 밥먹으러 가자고 화제를 넘긴다.

익숙한 숟가락을 애써 뒤로 한 채
아직도 나는 널 사랑하는구나
아직도 너를 잊으려면 멀었구나
그렇게 하기 싫은 생각을 하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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