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저는 그런데 차분하고 조용하다는 말을 들으면 차분하게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 말이 너무너무 싫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는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3년이면 이제 어느 정도 일에 적응해가는 시기라고 볼 수 있지만
저의 문제는, 도무지 이 일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들지 않아서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든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3년간 거의 매일같이 실패와 좌절감을 맛보아 왔습니다.
학생 때 좀처럼 지적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직장에 와서 맡은 일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처음이니까, 배우는 과정이니까'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다행히 속도는 빨라지고 업무절차도 익숙해지기는 하더군요.
그러나 일의 양은 점점 늘어서, 현재는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는데
솔직히 저에게는 너무 벅찬 양입니다.
이것 조금 건드리고, 저것 조금 건드리고
그러다보니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해내는 것 없이 실수투성이입니다.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 가운데 면전에 대놓고 싫은 소리하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지만,
자꾸만 스스로 주눅이 들고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삽니다.
왠지 제가 없으면 제 험담을 하고 있을 것만 같고,
농담으로 한 말인데도 은근슬쩍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장안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실수해도 귀엽게 봐주고 싶은 후배도, 배울 점이 많은 시원시원한 선배도, 재미있는 친구도 되지 못하는 저는
꼭 외톨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저는
학생때에는 밝고 상냥하고 재미도 있다는 소리도 곧잘 듣곤 했었지만,
지금은 어디에 가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소통'하는 방법을 까맣게 잊어버린 느낌입니다.
일이 끝나면 피곤하고 힘들어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다보니,
친구들과도 많이 멀어지고 어색해졌습니다.
바보같이 말하고 있는 저를 보면 '쟤 왜저래'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보통만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무능력한 사람,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것 같아 속상합니다.
자존감이 자꾸만 낮아집니다.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매일매일 그들의 표정에서, 목소리에서, 말투에서 느끼고 상처를 받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이 일을 평생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저를 영영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일과 제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 때,
제게 맞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지
아니면 저의 성격을 이 일에 맞게 바꾸려고 노력을 해야하는지
어떤 노력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도, 하셨던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답을 찾는 것도, 선택하는 것도 스스로의 몫이겠지만,
그래도 고민하던 시기에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셨는지 조언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일시적으로 조금은 해소가 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