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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에게......
게시물ID : animal_1668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yanic
추천 : 10
조회수 : 483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9/09 23:59:50
"하다못해 저라도 못 키울거 같아요...."
어제 병원에서 수의사에게 들었다 너를 앞에 두고.

넌 말 그대로 장애견이었다.... 소아마비견.
내가 대학 생활을 앞두며 태어난 너는 하반신을
못쓰는 소아마비였다. 빌어먹을 인간들 선택에서
넌 해당사항이란 없었다.  슬프도록 당연하지만....

어릴적부터 그저 앞발로 지탱하며 
뒷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던 너에게 난 운동과 마사지를 시키며 그저 제발 일어나라고 다그치기만 했다. 
다른 녀석들보다 작고 아직 여리기만 했지만 한두놈씩 다른 부모를 만나 떠나가도 나의 관심은 그저
너뿐이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네가 네발로 걸어다닐 수 있을때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그리고 너무 기뻐서 집으로 
돌아 오자마자 날 보고 소리치며 오줌을 흘리는 너를 
안고 날뛰었다. 그리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네발로 서 있는 너의 모습.... 그때의 행복감과 너에 대한 고마움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기억하기 싫지만 다시 내가 없을 때,
빌어먹을 옆집 미친 주인놈의 도사견이 너의 얼굴을
물고 너의 턱이 부스러졌을 때....
"죄송한데 가망이 없습니다 오래 못살아요"
그날 넌 너의 턱과 아비를 잃었고 난 내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목에 가시가 걸린것 처럼 무언가 따끔하기만 그날....
나는 잊지 못한다.

오랜 나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 날도 
역시나 너는 현관 앞까지 쉬야를 흩날리며 달려왔다.
울부짖으며....한가지 달리진건 휘어진 척추와 
빌어먹을 도사견 때문에 모든 이빨이 빠져 갈아버린 고기를 오직 혀로만 
핧아먹는 너의 모습뿐이었다.

그래도 밥도 잘 먹고 나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물지는 못해도 앞발로 꼭 부여잡던 골프공만 있으면 가장 행복해 하던 너였다....

너는 정말 기적이다. 모두가 포기하고 단념할 때 
너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던 그 당시의 너의 모습은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요즘들어 뒷다리를 못쓰고 넘어지던 모습을 보았다.
다시 일어나려 애써도 넘어지고 다시 넘어졌다.
약을 먹이고 마사지 밖에 해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좋아하던 고기를 먹던 모습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제였다. 너는 갑자기 발작하듯이 일어나지 못했다.
왼쪽 앞다리를 디디지도 못하더니 만지기만 해도
까무러치듯 소리를 질렀다. 늦은 밤.... 어루고달래며
24시간 동물 병원으로 달려갔다.

"정확한 진단은 큰 병원으로 가셔야합니다"
아니! 나에게 그 말은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누구보다 너를 잘 알고 있기에.... 네가 갖고 있던
장애물들과 유선종양이라는 저승사자를 지금까지
애써 부정하며 막아왔지만....

"올해는 넘길 수 있겠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두번의 주사와 진통제....
나를 바라보는 너를 두고 다시 눈물을 보이기가
싫어 꾹참고 묵묵히 조수석에 너를 앉히고 집으로....
집으로.... 처음 너를 보았던 그 때로............


오늘 제가 출근하고 업무를 보고 있던 오후....
어머니가 주사기로 밥을 먹이고 약을 먹였습니다.
그리고 꼬질꼬질해진 녀석 목욕을 시켜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이미 집에 왔을 때 그녀석은 싸늘하게....
좋아하던 간식들을 챙겨서 뒤뜰에 조용히 뭍었네요.

친구야 다음에는 꼭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던 산책이라는걸 해보자.... 너의 아기들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보자.... 우리 못해본게 너무나
많아서 다시 만나면 심심하지 않을거 같구나....
미안해 너무 미안해.
마지막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너무 미안해. 

난 지금 따뜻한 이불 속이지만 너....
차디찬 바닥에 누워 무섭고 춥겠구나.........
내일 아침에 다시 간식들고 찾아갈께 조금만 참아.

이제 아프지마 더이상....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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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 얼룩진 기억 속 추억이란 큰 선물을 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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