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의 반을 넘게 함께해온 우리인연도 여기서 끝인가보다. 너는 무슨 결심이 있었나보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것처럼. 나는 하나도 준비가 되지않았다. 아니 준비할 생각조차 없었다. 오랜시간속엔 너와의 추억이 많다. 벌써부터 지워보려하지만. 역시나 너무 많다. 함께하자고 떠벌인 일들이 산더미인데. 미처다 하지 못한 밀들도 산더미인데. 그저 입속에만 머문다. 말로는 더 할수 없을것 같다. 널보면 울음이 먼저나와 가슴속 말들을 꺼내지 못하게 할까봐. 열아홉살. 널보면 가슴이 뛰었다. 그저 니앞에선 수줍어하기만했다. 용기를 내 고백했다. 너도 내가좋다고 했었지. 세상이 내것인것만 같았다. 그렇게 너와 난 차곡차곡. 추억들을 쌓아왔다. 시간이지나 내가 조국을 지키러 갔을때 넌 말했다. 기다리겠다고. 난 너의 그말을 흘려들었다. 아니 부정하고싶었다. 내가 더 힘들어질것같아서. 기다린단 말 후에 니가 돌아선 사실을 알게되면 내가 너무 힘들것같아서. 그런데 넌. 정말로 날 기다려줬다. 모두가 조심하라했던 일말상초. 넌 우습게도 걱정말라며 내가 외박나올때마다 날 찾아왔다. 그렇게 이년의 시간은 너의 기다림속에서 찰나의순간처럼 지나갔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았다. 만나면 딱히 말하지않아도. 너의 눈빛. 너의 향기. 모든것이 좋았다 그런데 어느날 나에게 차가운 겨울 바람으로 차가워진 마음에 너에게도 차가워지려했다. 하지만 넌 날 따듯하게 감싸안으며 날 차가운 바람에서 막아줬다. 그뒤로 내게 찬바람은 불어오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전과같았다. 아니 전과 같이 행동했다. 내가 니가 아니니 니가 무슨생각을 하는지는 모르니까. 난. 전과같이행동하려 했으니 너도 그랬을 거라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이젠 끝이다. 지난 시간. 우리는 무얼 보고 달려왔을까. 서로의 무엇에 그렇게 뜨거웠을까. 작은 기계에 남겨진 너와나의 기억들을 처음부터 되새긴다. 화면속의 넌 아직도 날보며 환하게 웃어주는데. 이제 넌 웃어주지 않을꺼라한다. 난 힘들다고한다. 너도힘들거라고한다. 하지만 이내 괜찮아질거라고 말한다. 거짓말이다. 힘든데 괜찮은건 이세상 어디에도 없다. 힘들면 힘든것이다. 그래도 이제 내일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서 귀찮게 연락안해도 되고. 무슨밥을 먹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고. 골치아픈 기념일따위 신경쓰지않아도 되고. 남는시간을 날 위해서 쓰면 되니 좋다. 좋다. 그런데. 아프다.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지만 아프다. 너도 아팠으면 좋겠다. 나보다 많이. 그리고 많이 힘들었으면 좋겠다. 힘들때마다 나와의 기억들을 추억해줬으면 좋겠다. 이밤. 난 청승맞게 울면서 글을 쓰고있다. 너도 울면서 잠못이뤘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너와난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내가좋아하는건 넌 싫어했고. 너가 좋아하는건 내가싫어했다. 잘된일이다. 사람은 자기와 맞는 사람하고 살아야된다고들 하더라. 너와맞는 사람. 꼭찾아 떠나라. 그동안 함께여서 즐거웠다. 니가볼진 모르겠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쓴다. 난 널. 사랑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