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3년이네요. 제가 아직 교복입고 가방메고 돌아다니던 적.
새 하얀 솜같이 생겼던, 한 손에 담길정도로 너무 작았던 우리 강아지를 처음 만난것도 그때였고요.
어미품과 떨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항상 새로운 환경에 두려워했지만,
작은 공 하나만 쥐어줘도 금세 지쳐 혀를 헥헥 내밀때까지 뛰어놀던 우리 강아지..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여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때로는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울고있으면
마치 제 마음을 아는듯한 눈빛으로 슬쩍 다가와 안기고, 그렇게 매일을 위로받았고..
제가 잠시 집을 비운날에는 항상 제 방문 앞에서 속상한 표정으로 엎드려 잠자다가,
집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달려나오던 녀석..
그러던 녀석이 어느날 점점 몸에 힘이없어지고, 백내장에 걸려 앞도 제대로 안보이더니
이제는 점점 저까지 못알아보기 시작했네요. 식욕만 너무 심하게 늘어, 밥을 줬는데도 까먹고 계속 달라고
생전 짖지도 않던 녀석이 이빨을 드러내며 짖고, 그러다가 밥을 주면 허겁지겁 먹고..
배변훈련이 그렇게 잘 되었던 녀석이었건만, 어느날부터 갑자기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고
그것을 배고프다고 먹기시작하고, 널브러져 몸을 더럽히고..
이런 모습 볼때마다 진짜 너무 마음아파서 하염없이 울기만하면서,
이러지좀 말아라, 왜 이렇게 내 마음 힘들게 하냐 하며 그렇게 좋아하던 양말뭉치나 공을 던져줘도 반응도 없고..
그렇게 울면서 몇년을 더 보냈는데..
어제인가 이틀전인가, 자고일어났는데 저를 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꼬리를 흔들더라고요.
늙은뒤로부터는 저를 잘 못알아봐서 꼬리도 안흔들고 반응도 없었는데,
갑자기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었고, 얘가 좀 상태가 괜찮아지려나 하는 괜한 생각에 잠시 기분이 좋았지만,
결국 며칠 뒤, 오늘 오후 4시쯤 무지개 다리를 건넜네요.. 마치 자는것처럼..
지금까지 술도 한잔하고.. 정신없이 울면서 머리아파서 자다가 일어났는데... 그저 멍하고 아무 생각이 안나네요..
참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이 애가 늙어가면서 여러 질환에 시달렸고, 약도 듣지 않을정도로 심각해져있던 상황이라
이제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너무 그리워서 힘드네요.
한참 저도 정신적으로 힘들때, 이 애가 놀아달라고 하면 괜히 귀찮아서 가라고 했던게 생각나고,
바빠서 제대로 된 간식도 몇번 주지 못했던것도 생각나고..
산책도 많이 못시켰던것만 계속 생각납니다.
밥 생각도 안나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그 녀석의 푹신한 집, 사료, 간식, 낡은 장난감, 그리고 냄새.
모든게 아직까지 선하네요.. 하나도 손을 못대고있습니다.
한번이라도 더 많이 쓰다듬어줄걸, 더 많이 안아줄걸.
참 후회만 많이 됩니다. 막판에 바쁜 주인만나서 외롭게 한것도 너무 미안하고..
더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건, 11월 말이 이녀석 생일입니다.
생일때 몸보신이나 하라고 소고기도 사놓았었는데, 그렇게 좋아하던거 먹이지도 못하고
혼자 꽃동산으로 간것을 보니 그저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가을의 끝자락을 이녀석과의 이별로 끝맺음을 할줄을 몰랐네요.
마음이 그저 너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