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추성훈과 김창희, 그 사이
게시물ID : starcraft_167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드나올
추천 : 4/5
조회수 : 1387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7/04/26 20:41:51
추성훈과 김창희, 그 사이
최근 스타크래프트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이슈는 김창희 선수가 버그를 쓴 일이다. 김창희 선수가 사용한 버그는 유닛이 막은 입구 안의 미네랄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C버튼을 연타하면 SCV가 유닛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버그이다. 이 일이 일어나자마자 상대방인 박성훈 선수는 주최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주최 측에서는 룰에 규정된 버그만이 징계 대상이며 김창희 선수가 사용한 버그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기에 오히려 박성훈 선수에게 경고를 부과했다. 

다행히 패배한 박성훈 선수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본선에 올라갔지만 김창희 선수에 대한 네티즌의 질타는 식을 줄 모른다. 김창희 선수에 대한 댓글에는 악플이 대부분이며 그는 어느새 '벌레테란(bug terran)'이라는 악명을 얻어 버렸다. 듣기에 그리 좋지 않은 별명이 없지만은 않지만 하나의 애칭으로 통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역사상 최악의 별명이 아닐까 한다. 플레이를 볼 때 상당히 기대되는 신예였는데 처음부터 이미지가 너무 나쁘게 박힌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버그를 사용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김창희 선수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을 보며 추성훈(아키야마) 선수가 떠올랐다. 즉 이렇게 정의감 넘치는 사람들이 왜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편을 들었던 것일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추성훈(아키야마) 선수는 2006년 마지막날 일본의 격투영웅 사쿠라바를 아주 발라버렸으나 몸에 오일을 바르는 반칙을 했음이 드러나 현재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고 은신 중이다. 그런데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에 대한 국내 반응은 너무나 편향적이다. 텃세가 심한 국내 스포츠계에 남지 못한 그에 대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조국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에 대한 감동은 민족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네티즌은 물론 기자들마저도 모두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징계는 일본 측의 텃세이자 일본의 격투 영웅 사쿠라바를 눕힌 보복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프레시안 기사까지 이럴 정도면 할 말 다 한거다.

그러나 일본측 반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그저 민족감정으로 몰아붙일 적 일본에서 이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추성훈(아키야마) 선수가 한국인이건 일본인이건 적어도 일본에서 챔피언이었으며 팬 역시 적지 않은 선수였다. 국적이 어딘가를 떠나 그러한 톱급 선수가 상대방에게 위험한 반칙(실험결과 미끈거림은 생각 이상으로 심해서 태클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을 한 것이 가볍게 넘어간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현상일 것이다. 게다가 사실 일본은 한국과 미국에 비하면 자국 선수라고 무조건 응원하는 이들의 비율도 적은 편이다. 우리 언론들은 고이즈미 - 아베 등과 연관지어 마치 극우 민족세력이 지배하는 나라로 그리고 있지만 솔직히 외국 스타들에 그들만큼 열광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현재 추성훈의 동료들조차 반칙에 대해 한 마디 변명도 못 할 상황이다. 

물론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의 반칙은 고의가 아니라고들 이야기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스포츠에서 반칙의 의도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구분할 방법도 없으며 무엇보다 작은 반칙도 어쩌면 생명과 직결될지도 모를 격투기에서 고의성 여부 때문에 반칙이 가볍게 다루어질 리 없다. 프라이드 측에서도 한창 커가고 있는 리그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으니 가볍게 처벌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징계가 과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한국의 징계가 유독 약한 측면이 있다. 토토구매를 한 모 선수에게 겨우 30경기 출장정지를 주는 게 한국 스포츠계 징계의 현실이니까. 그러나 이러한 일이 있다면 볼 것 없이 영구제명이 되는 나라들에서는 무기한 징계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었을테다. 말이 길었는데 정리하면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에 대한 징계는 민족이 어떻고 배타성이 어떻고 할 사안이 아닌 일이었다. 

이에 반하면 김창희 선수의 반칙은 비교적 경미하다. 게임에서 반칙을 한다고 생명이 날아가거나 할 것도 아니며 최고의 위치에서 자웅을 겨루는 상황도 아니었다. 심리적인 측면상 반칙한 상대에게 이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느 쪽이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우리는 추성훈(아키야마) 선수는 희생양이며 김창희 선수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그린다. 김창희 선수를 변호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추성훈(아키야마) 선수를 보면 상대적으로 김창희 선수에게 동정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내 마음이다. 나 역시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의 팬이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볼 수는 없으며 김창희 선수의 행동이 밉기는 하지만 조금은 따뜻하게 봐 줄 수는 없을까? 

http://realfactory.net 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