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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할 떄 떠나라(부제 : 새신발)
게시물ID : travel_16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잘가요섹세랄
추천 : 12
조회수 : 612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1/30 00:41:38
오랜만에 글을 쓰려 하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다만 어제 한 숨도 자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 했을 때는 그냥 그런 저런 무거움이 남아 있었다.
 
아침, 커피? 맥주?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런가?
한 숨도 자지 못한 채 가볍게 씻고, 카메라와 노트북 그리고 여권과 지갑만
달랑 챙긴 채, 공항으로 달려갔다.
울적할 때는 떠나라.
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니, 아무생각이 없고 싶다. 어제 즉흥적으로 하네다(도쿄)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여행의 두근거림 보다는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하는 맘에 밤을 지새
웠다.
 
내가 어떻게 담배를 두 달가까이 끊은 거지? 어제 오랜만에 태운 줄담배 덕분에
아침부터 목이 아프다. 며칠전에 받은 닥터마틴 단화, 오랜만에 구매한 새신발
오래전에 구매했지만 느려터진 해외 배송 덕분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잊은 줄 알았는데 도착한 새 신발.
어제 처음 신어보았지만 뒤꿈치가 계속 까진다. 새 신발이라서 그런지 아직 발에는
잘 맞지 않는 듯
오늘도 새로산 이 신발을 신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새신발이라서 계속 걷다보면 뒤꿈치가 까지고 피가 날지 모르지만
아프기 때문에 느린? 컨셉의 여행을 하고 싶었다.
언젠가 아픈게 적응되면 굳은 살이 생기겠지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길,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다.
오늘따라 더 차게 느껴지는건 가볍게 입은 옷 때문이겠지

일본은 좀 따뜻하려나?
 
“지금 자리가 가운데 좌석 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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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나 상관 없다. 빨리 비행기에 타서 눈을 좀 붙이고 싶다.
길고 긴 보안 검색 줄을 통과하고 비행기로 들어선 순간,
어제 부터 쌓인 피곤함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짖눌렀지만
자리에 앉고 나서 부터는 왠지 모르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건 역시 아침에 마신 아메리카노 한잔 때문일까?
생각이 많아 졌다. 잠을 자야하는데 생각이 많아 시간 조차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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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부터 왠지 입맛도 없고, 하루가 좀 이상하다. 불같은 성격이지만 항상
이성적으로 차가워지려고 노력했는데,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오늘은 조금
기분이 우중충하다
 
“코히데 요노미마스?”
 
기내식은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승무원이 주는 커피 한잔으로 허기를 달랜다
어느새 한국과 일본 거의 중간 지점까지 비행기는 날아가고 있다.
무료함을 달래고자, 아니 이런 저런 생각을 떨치고자 신문을 읽어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 내가 왜이런거야
 
제기랄
 
도착한 하네다공항,
내 기분만큼이나 우중충한 날씨,
비가 오늘 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아니 깜빡한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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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문하는 도쿄,
역시 여행은 날씨가 반은 먹고 들어가는 말이 맞아
배가 고프다.
당연히 고프겠지. 어제 점심 이후로 먹은 건 맥주 한 병이 끝이니까.
일단 시부야로 이동해서 맛있는 스시를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방문인 만큼, 처음보다는 익숙하게 전철 패스를 끊고 공항을 나섰다.
 
멍청이,
 
센가쿠지 역으로 가야했는데 시나가와 역에서 내려서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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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친절히 설명되어 있었지만 이정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디로 갈지 길을 잃은 아이처럼 멍하니 서 있다가, 비오는 도쿄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겟단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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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두분은 컬투 인줄 알고 한참을 쳐다봣다.)

보슬비가 내리는 도쿄, 센가쿠지 역까지는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거리기에 잠깐
걷기로 결정
 
멍청이,
 
발이 아프다. 뒤꿈치가 아파서 천천히 걷다 보니 10분 거리를 20여분 가깝게
걸었다 그리고서 도착한 센가쿠지 역, 많이 내리는 비는 아니지만 몸이 젖어버려
추위가 느껴진다. 걷는 피로와 함께 추위가 다가 오니 생각을 좀 접어 둘 수 있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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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센가쿠지 역에서 시부야로 갔어야 했는데, 전철 방향을 잘 못탔다.
다시 시나가와로 돌아와버린 나,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결국 제자리에 돌아와 버린 내 자신이 잠깐이지만 한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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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반대 방향으로 전철을 갈아타고 시부야역을 향하다.
두 번째 방문이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시부야
나름 맛집이라고 찾아간 스시가게, 마크시티 몰 이란 곳에 있는 미도리 스시라는
체인점이다. 가자마자 대기번호표 90번을 받아버렸다. 내 번호를 부르기 까지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냥 저냥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며
생각이 흩어지기만 바랄뿐,
 
30여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런치 스페셜!
점심 시간에만 먹을 수 있는 스시세트, 맛있게 먹고 싶었지만 기다림에 지친 탓일까?
입맛이 없어 다 먹지도 못하고 나와버린다. 핸드폰을 꺼내 어디를 갈까 고민에 빠진다.
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DSC0276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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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집 바로 옆쪽에 있던 스타벅스나 가려다 ‘시부야 카페’를 검색하고서는
‘스트리머 커피 컴패니’란 곳으로 향하기로 정했다.
비를 맞아서 그런지 몸이 좀 으슬으슬하다. 내일이나 모레쯤엔 감기로 조금 고생 할 듯
차라리 감기 기운에 잠이나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젠장,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 도중에 핸드폰 배터리가 다 나가 버렸다.
빌어먹을 아이폰, 이 사람 저사람에게 물어 커피숍 근처에 있었던거 같던 ‘시부야 고등학교’
위치를 묻는다.
 
땡스 갓
 
겨우 네번째 사람에게 물었을 때, 아주아주 친절한 일본인 청년(?)이 아이폰으로
지도를 검색하고 내게 위치를 말해 주었다.

비도 오고 뒤꿈치도 아픈데, 왠지 집에 가면 뒷꿈치에서 피가 나고 있을지도...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시부야 고등학교, 근데 커피숍이 어딘지 모르겠다.
근처 비를 피할 곳으로 잠깐 들어가 노트북으로 잠시 아이폰을 충전하고 다시
커피숍을 향해 찾아갔다. 오늘 컨셉은 느리게 걷기 였는데, ‘헤메다’로 바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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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아온 ‘스트리머 커피 컴패니’

아메리카노가 땡겼지만 라떼 아트가 매우 유명하다길래
잘 마시지 않는 라떼를 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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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지 않지만 맛있고 예쁜 라떼
라떼를 한잔하면 노트북을 꺼내 지금까지 있었던 여행기를 정리해 본다.
그리고 핸드폰도 좀 충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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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히 앉아 있으려니 나쁜 생각이 자꾸 떠오르려 한다.
지금 시간 오후 3시 28분, 35분까지만 핸드폰을 충전하고 다시 나가서 걸어야 겠다.
37분, 잠시 딴 생각 하느라 2분 늦게 커피숍을 나선다.
보슬비에서 가랑비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춥다. 서울 만큼은 아니지만
어디로 갈까? 무작정 시부야 거리를 걸어보다 오모테산도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거기서 마지막으로 맥주를 먹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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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산도, 뭔가 땡기는 맥주 집이 없다. 즐비한 디저트 카페, 그리고 명품 샵 사이사이 골목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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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부야로 발걸음을 돌린다. 시부야 근처로 가면 골목골목에 왠지 멋진
맥주집이 있을것 만 같아서
다시 쇼핑몰 아래를 지나 빠찡꼬 가게가 보이는 골목길로 돌아 들어간다.
오늘은 왠지 오른쪽이 땡긴다. 왼쪽에도 맥주 가게 하나, 오른 쪽에도 하나,
오늘은 오른쪽
 
생각없이 들어 왔지만 역시!, 내 예감은 적중하는군, 맛있는 에비수비루를 팔고 있다.
주문을 하고 가볍게 한잔을 들이키지만 안주는 아직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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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잔 째, 안주가 나왔다. 제일 맛있는 메뉴로 추천해달라고 했다. 점원이 영어를 못해서
그냥
 
“스페셜 메뉴”
 
라고 했을 뿐인데 닭다리 하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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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비싼 780엔, 맥주는 580엔 밖에 안하면서
맛은 있지만, 오늘은 여전히 식욕이 없다 몇 번 깨물어 먹고서는 맥주만 하나 더 비우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내가 안주 안먹고 나온걸 봤는지 혹은 뭔가 측은한 마음이 든건지

점원이
 
“프레젠또”
 
하며 선물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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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다고 하고, 점원과  사진을 한 장 찍고 가게를 나섰다. 선물은 서울가서 열어 봐야지
20분만에 맥주를 두잔 들이킨 탓일까? 안주를 먹지 않아서일까?
취기가 올라온다. 그리고 감춰둔, 깊숙한 곳에 감춰둔 무엇인가 내 속에서 다시
올라온다. 당분간 술을 먹지 말아야지.
시부야 밤거리가 빛나고 있지만 나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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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아프다. 눈물이 나올만큼 말야, 뒷꿈치가 다까져버렸다. 신발을 벗으면 피가 뭍어 있겠지.
 
멍청이,
 
아프다는 걸 뻔히 알면서 이 신발을 신고 왔을까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느리다. 너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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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가와 역에서 하네다공항으로 가는 전철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침에 도착했을 때는 한가했었는데, 다리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그리고 춥다. 전철 안에서 눈물이 떨어질 뻔 하는 것을 겨우 참아낸다.

담배를 끊어야지,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 되겠지

그동안 참아낸게 아까워서가 아니라 ㄴ를 위해서
하루가 짧게 느껴져야하는데, 오늘 하루는 너무나 길다.
어제의 연장선 같은 느낌,
 
공항에 도착해 여행기를 마무리 하며 글을 적는다.
 
이상하다....  갑자기 폭포수 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사람들이 쳐다볼까 고개를 푹 숙인 채 소리 없이 눈물만 떨군다.

까진 뒷꿈치가 너무 아파서,
 
런거 하나 참아내지 못하는 내가 너무 밉지만,
너를 미워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밉지만 말야.
 
그래도 고마워
 
소리없이 우는건 뭐라고 하지마, 너무 오랜만이라, 주체할 수 가 없어.
몇년동안 울어보지 못한 눈물 샘이 터져나와 그런가봐.
 
내가 널 잊을 수 있을 그 때,
그 시간만큼까지는 널 사랑할께
 
사랑해, 사랑한단 말 한번도 못해줘서 미안해
 
안녕,
 
 - 서울은 춥다. 비행기에서 문득 내리자 마자 너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단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지만, 비에 젖은 생쥐꼴에 내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가지 못한다. 전화를 할까 해보지만 혹시나 받지 않을까, 혹은 받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내려 놓는다.
 
다행히 감기에 걸린거 같다. 내일은 하루종일 집에서 누워 있을 수 있겠지, 감기가 빨리 지나가기를

*그 사람이 내 맘을 조금 이해해 줬다면, 이제 닿지도 않는 메아리지만, 어딘가 몰래 남겨두고 싶어 그을 남깁니다.
 무미건조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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