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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는 게 부끄러워요... (무척 긴 글...)
게시물ID : gomin_16749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Nma
추천 : 3
조회수 : 23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2/02 20: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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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꽤 활발했었는데...부모님이 좀 엄하셨어요.
(언니가 덜렁대는 성격인데 언니가 물건 잃어버리면 
제가 혼났어요. 언니 원래 덜렁거리는 거 알면 니가 
잘 챙겼어야지! 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요.)
그러다보니 기가 죽어서인지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는
이미 밖에서 거의 말도 못 하는 내성적인 아이가 되어있었어요.
(물론 타고난 성향이 내향적이라 원래 정적인 걸 좋아하긴 하지만 그땐 도가 지나칠 정도였어요...)
그렇게 초등학교에선 항상 말도 없이 있다 돌아오고...
초등학교 땐 뭐가 뭔지 잘 모르니까 성격이나 친구에 대해 별 생각 없었지만... 언젠가 부모님께서 생일파티를 열어주신다고 친구들한테 초대장을 나눠주라고 했을 때 도저히 애들한테 초대장을 못 주겠는 거예요.
다들 안 올 거 같고... 그래서 결국 아무한테도 못 전해주고 생일파티 당일에 부모님이 ㅇㅇ이 친구들은? 이러는데 아무한테도 말도 못 꺼내봤으니... 그냥 엉엉 울기만 했어요. 언니 친구들 (언니랑 생일이 가까워서 같이 했었어요)이 언니 주려고 가져온 선물 나눠가졌는데 정말 서러웠어요.
혼자 속으로 생각만 많고 말을 하나도 못 했어요 그땐.
첫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귀었어요.
그렇다해도 그냥 집에 같이 가는 정도의 친구였어요.

그 상태 그대로 중학생이 됐는데 그 성격이 어디 갈까요... 여전히 내성적이고 조용했어요. 친구는 한두 명 있었지만 이때는 친구나 성격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다보니.. 많이 힘들었어요. 여자아이들은 잘 해줬는데 남자애들이 은근히 괴롭히는 거? 물론 학교폭력 수준으로 심각한 건 아니었는데 그 또래 남자애들의 짓궂은 장난이 제겐 너무 아팠어요. 막 청소할 때 제 책상은 막 더럽다는 듯이 리액션 하고 자기들끼리 비웃고... 그러면서 성격 활발한 여자아이들한텐 세상 착한 아이인 척 하고... 그러면서 진짜 학교에선 거의 말을 안 하고 집에선 매일 울었어요.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항상
죽고싶다고 생각했어요. 유서에 걔네 이름 쓰고 목 매달아 죽으면 걔네가 미안해할까? 하루 종일 그런 생각만 했어요.
그래도 직접 시도하는 건 무서워서 상상만 하면서 방에서 계속 있었어요. 그렇게 엄청 힘들어하다가 (그 힘든 상황 속에서 가장 잘 한 건 책을 계속 읽은 거였어요.) 어차피 학교에서 친구도 별로 없으니 항상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는데 중2 때 시크릿이란 책을 읽었어요. 그때까지 세상에 회의적이었던 저는 그 내용을 믿지는 않았지만 시도한다고 손해볼 것도 없으니 그 날부터 생각을 바꿔보자고 생각했어요. 생각 바꾸는 건 돈도 안 들고 티도 안 나니까 믿져야 본전이다 싶어 해보자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시크릿이나 자기개발서들에 대해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건 저도 알고있고 시크릿 내용에 대해서도 믿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 저는 '생각'의 중요성이나 '생각'에 대해 다룬 내용의 책을 처음 읽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놀랐어요.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아무도 생각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가르쳐준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부정적인 생각만 하며 살았어요.) 그렇게 생각을 바꾸자고 생각하고 처음으로 날씨가 좋네, 라고 말해봤어요. 그게 제가 그 시절 처음 했던 긍정적인 말일 거예요. 
이미 어렸을 때부터 모든 일을 부정적이게 생각해오던 제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시도는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냥 계속 했어요. 달라지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제가 바뀌니까 거짓말처럼 주위도 천천히 바뀌어 가더라고요. 그렇게 중3이 되고나서 정말로 다른 학우들과 다름 없는 평범한 중학생의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친구들이랑 쉬는 시간에 어울려 얘기하고, 놀러가고...
시내라는 곳도 처음 가봤어요. 행복하더라고요.
다른 애들이 학교가 즐겁다고 하는 말에 한 번도 공감 못 했는데 드디어 저도 공감할 수 있게 됐어요. 즐거운 건 아니라도 예전처럼 학교가 괴롭지 않았어요. 그때서야 조금 알 거 같았어요.
내가 너무 어두컴컴하니 밝은 세계가 다가올 수가 없었구나...
어쨌든 패배주의적이고 극도로 회의적이었던 삐뚤어진 생각 대신 평범하게 생각하게 된 덕에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변하고 나니 성격도 점점 변해서 발표 같은 것도 그냥 평범하게 할 수 있어지고, 거절도 할 수 있게 되고.. 하고 싶은 말도 당당히 전할 수 있게 됐어요. 친구도 많이 사귀고요. 근데 그래도 아직도 사람이 엄청 많거나 제 스스로 큰 소리를 내는 일은 아직도 부끄럽고 그래서 도저히 못 하겠더라구요. 예를 들어 엠티 같은 걸 가서 장기자랑 구경하며 응원하는 거나(소리 큰 팀 몇 점 드립니다! 하면 와아!!! 소리 지르고 이러는 게 저 보는 사람 없어도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못 따라해요)막 율동 따라하는 거, 애들끼리 춤추는 거... 이런 되게 사소한 것들이요..
이런 게 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져서 못 하겠더고요. 그냥 제가 제 몸을 써서 막 나서는 그런 게 제겐 너무나 부끄러워요.(뭐라고 설명해야할지...)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모습 고치려고 계속 엠티 다니다가 이제는 그냥 안 가게 됐어요.
물론 이런 건 제가 엠티 같은 축제를 즐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게 자의식 과잉이나 남들이 볼까봐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하는 제 모습을 제가 보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못 해요.. 

그래서 사실 정말 말씀 드리고 싶은 건 광화문 집회에 대한 거예요.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고 싶은데 막 소리치잖아요 가서... 혼자 오는 사람 많다고 하는데도 도저히 혼자는 못 가겠더라고요. (혼밥이나 혼영 같은 건 잘 하는데...ㅠㅠ) 그래서 요번에 친구 한  명이랑 같이 가기로 했어요. 근데 또 계속 걱정이 되면서 한 편으론 국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는데 나는 내 성격 하나 때문에 고민하고 안 가고 그러는구나, 한심하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솔직히 막 크게 소리치고 그런 게 자신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어요. 

사실 그냥 간단히 글 써서 정치게에 올리면 되는 내용인데도 
전 저 자신을 드러내는 게 부끄러워서
또 익명으로 글을 쓰고 있네요.. 

집회 같은 게 처음이라 더 걱정되고 떨리고 그러는데
그냥 건전지로 켜지는 촛불만 들고 가면 되는 건지...
아니면 깃발이나 손에 들 문구들을 가져가야 하는 건지...
문구는 외치는 거 그냥 따라서 외치면 되는 건지...
이런식으로 자꾸 생각이 꼬리를 물어요.ㅜㅜ
저 같은 소심보도 가면 도움이 되는 거겠죠?
저 같은 성격 가지신 분들이 또 있으신가요? 
그분들은 집회 가셔서 어떠셨을지도 궁금하네요.ㅠㅜ 
저 가서 잘 소리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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