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학교에서 상위권에 들었어요. 1학년 때 정신 못 차리다가 2학년 되면서 확 올린 케이스죠. 모의고사도 잘 나왔었고, 내신도 상승세였어요. 학교에서도 기대를 했고요. 그래서 수시 6개를 싹 상향으로 질렀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부끄럽지만 정말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수학 하나로 지금 재수의 길에 설 판이 됐네요. 거의 국+영+탐 등급=수학 등급인 수준이라서요... 수시는 서울권 대학 하나 남았고, 16일이 지나면 재수생과 대학생 중 하나가 될테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적정을 좀 쓸 걸 후회도 되고, 괜찮다곤 하시지만 티나게 속상해하시는 부모님께도 되게 죄송해요. 집에서 누워있는 것도 눈치보이고... 그렇다고 놀러 나가기도 그렇고요. 저보다 애들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도 쪽팔리고 속상해요. 뭘 믿고 정 안되면 정시!라고 떠들고 다녔는지... 친척한테 아무 말도 못한 건 당연하고요. 이미 지나간 일이죠. 성적은 바뀌지 않을테고요. 뭘 탓할 수도 없지만 정말 열심히 했던 지난 2년이 너무 아깝고 보답받지 못한 거 같아 우울해요. 우스갯소리였던 재수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수시 쓸 때는 거들떠도 안봤던 학교를 써야하나, 아님 그냥 재수를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곧 발표될 마지막 학교에 불합격 하더라도, 1차 면접이라도 갈 수 있었으니 됐다며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과연 1년 더 이렇게 공부할 수 있을지는 걱정되네요. 버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