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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못 입는 20대 여자의 삶(긴글주의)(스압주의)
게시물ID : gomin_16772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우링
추천 : 12
조회수 : 2760회
댓글수 : 91개
등록시간 : 2016/12/14 22: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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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목 그대로인 옷을 못 입는 20대 여자에요.  
딱 평범하게 생기고 키는 살짝 작은,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사실 저는 제가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 지 모르고 살았어요. 
딱 붙는 티에 스키니진을 모르니까 그냥 즐겨 입었었는데 
일 시작하니 혼맥으로 야금야금 찌기 시작하던 살이 앞자리를 바꾸고 
지금은 그냥 후드에 스키니, 바지가 안 맞아 후드에 기모레깅스나 입고 살고있지요. 
 

어릴 적 얘기를 해드릴게요.  수능 보고 나서 서울에 중상위권인 대학을 붙었어요. 
붙을거라 기대도 안 했었는데, 예비가 잘 떴는지..  그치만 취직이 잘 된다는 지방의 전문대를 갔어요.  
부모님이 가지 말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알고있었죠.  
4년제 대학교를 갔더라면 최소 유학인데... 보내달라 할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학에 들어가 어느정도 장학금도 받고 
그마저도 안 되면 학자금대출도 받고 원하시는 방향으로 살았어요.  
졸업하고 취업하자마자 학자금부터 갚으라는 부모님 얘기에 그때가 23살이었는데 한 달에 20만원으로 1년 반을 살았어요.
학자금을 다 갚고 나서는 제 한 달 용돈을 30만원으로 올렸어요. 
데이트하면 한 순간이지만요. 가끔 화장품이나 사고...  
습관이 그렇게 들어버린 것 같아요. 안 쓰는 습관, 모으는 습관. 그러다보니 못 쓰게 되고... 
정신차리고 보니 5년차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그렇게 사네요.



며칠전에 월급에서 잘 꾸미고 다니는 2살 어린 남동생이 엄마한테  
"누나는 다 좋은데 옷만 잘 좀 입었으면 사람이 업그레이드가
될텐데 왜 안 그러는지 참 아쉬워." 란 말을 했었대요. 
간혹 엄마와 같이 가곤 하는 목욕탕에서 한참 사우나를 하다가
속알머리 없는 엄마는 동생이 이렇더라~ 제게 얘기를 전했고요.  
사실 엄마가 제게 하고싶던 얘기였겠죠. 저라고 왜 겨울철에
검은 긴 코트에 남자친구가 준 빨간 목도리만 하고 다니고 싶겠어요...  
월화수목금토일 매일매일 다르게 코디해보래요.
사실 이너로 입는 옷들은 잘 빨아 입어요, 좀 낡았지만
아우터가 없을뿐이죠. 하나 더 있네요, 일 시작하고 겨울 되자마자
너무 추워서 산 패딩도 있네요. 

엄마한텐 "용돈이 30인데 코트 하나 사면 10만원 훌쩍 넘고 20만원으로 목조르고 한달을 살으라고? 난 못해 ㅋㅋ"하고 
웃으며 넘겼지만  가슴속이 턱 막혔어요. 

"옷 못 입는 여자"가 된 나를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고 살았었지만 
그 날 부터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어느날은 원망도 했었어요.
왜 나는 돈을 못 쓸까. 내게 투자를 못 할까. 뭐가 그리 아까울까. 


부모님은 제게 "동생은 장가갈 때 보태주겠지만 넌 알아서 가라, 
그동안 모은다면 스스로 갈 수는 있을거다" 라고 은연중에 
아니 의식적으로 늘 얘기 해왔고, 

 사실 전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너무 결혼하고 싶은데 
그깟 돈 때문에  같이 못 살거라 생각하면 상상하면서부터 
눈물이 나요. 그래서 젊을때 악착같이 모으는데..... 

중반이 넘어가고 후반이 되려는 시점에 어느순간 후회만 남네요. 
내 젊음, 내 청춘이 몽땅 다 사라지고 
겨울 아우터 하나인 여자만 남아서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 발 구르며 살고있네요.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가끔가다 치킨도 먹어주고 맥주도 먹어주고 오유하는 남자친구 
맛있는 저녁도 사주고요. 선물도 해주고 싶고.. 
전 지금이 좋아요. 
그치만 옷은 한 벌 사려고요. 살이 쪄서 안 맞으니까요 ㅋㅋ 


쓰고보니 꽤 기네요... 며칠 전부터 가슴이 턱 막혀서
쓰고싶은 마음에 쓸까 말까 하다 쓰고나니 
풀어지는 마음이네요,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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