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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성형수술을 할겁니다.
게시물ID : gomin_16773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발
추천 : 3
조회수 : 929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12/15 21: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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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만 이래저래 하다가 첫글이 이런 우울한 내용이네요 하지만 크게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어쩌면 외모지상주의에 굴복하는걸 수 도 있고 외모지상주의를 인정하게 되는걸 수 도 있지만 저는 성형을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쌍꺼풀 앞트임 뒷트임 콧대 콧볼축소 안면윤곽 돌출입 교정 양악도 하고는 싶지만 금액이 감당이 될지는 모릅니다.

맘같아선 머리크기 줄이는 수술이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페이스 오프든 인조인간 소리를 듣든 어떻게든 뜯어 고치고 싶네요.

여자라 외모에 민감하다곤 하지만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요? 저 남자 입니다. 아직 어려서 철이 없다고요? 저 며칠후면 서른입니다.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저 위에 대충 스스로 견적을 내본걸 보셔도 알겠지만 저는 못생겼습니다. 눈위 지방이 많고 눈매는 깊고 찢어져서 불량스러워 보이고

콧대는 낮고 콧볼은 크며 주먹코입니다. 광대도 약간 튀어나왔고 이는 약간 부정교합이며 입은 살짝 튀어 나왔고 턱은 주걱턱이고 하관도

넓습니다. 얼굴에 달린 이목구비중 그나마 귀는 잘생긴게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일겁니다. 여러분께 제 사진을 못보여드리는게 못내

아쉽고 다행이라 생각이 드네요.. 사진한장이면 제가 어떻게 얼마나 못생겼는지 저렇게 구차한 필력으로 구구절절 쓰는것보다 한번에

이해가 가실테니까요 물론 못보여드려서 여러분의 기쁜 저녁 휴식시간을 망치지 않는건 다행이다 싶습니다. 다행히 키는 180입니다.

하지만 머리도 크고 얼굴도 커서 비율은 망이고 팔다리도 짧고 굵어서 키보다 작아보입니다.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혹시 제가 단지 외모컴플렉스에만 빠져 있는게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사람은 보이지 않는 내면을 가꿔야

한다는 지극히 도덕적인 말과 남자는 능력이지 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말을 믿으며 남중 남고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나름 알아주는 공대에

들어갔고 지금은 적당한 중견기업에 입사해서 다니는 중입니다. 성격이 어두운것도 아니라서 초중고 전부 지금도 연락하는 친구들도 많으며

대학에서는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보기보단 세심하고 섬세한 성격이라 배려심도 넘치고 예의있다는 말과 가정교육 잘받았다는

말을 들으며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보름후면 서른인 제가 사회학적이든 생물학적이든 모태솔로라는걸 깨닫게 된겁니다.

결국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건 남한테는 보이지 않는것입니다.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저는 여자지인은 조금 있는편입니다. 워낙 남에게 맞춰주는 성격이라 그런지 몰라도 제가 본의아니게 어장안에 들어온 물고기로 보였는지

이따금 연락은 옵니다. 물론 연락만 하고지게 됩니다. 또 위에서 말한대로 인간적인 면모로는 좋은 편이라서 이래저래 지인은 많습니다.

물론 이 인간적인 좋은 면모에 좋은 이성이란 부분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친절한 할아버지 상냥한 가게 아주머니 이런 범주에만

저의 인간적인 면모는 포함되는겁니다. 결국은 이효리가 예전에 말했던 '남자의 외모는 이남자와 키스를 하는 상상이 가능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저는 제가 생각해봐도 저와 키스는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저는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탈락이더군요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저는 좋은 인간이지만 좋은 이성은 절대 되지 못합니다. 그 덕분에 대학시절에도 조금 친하게 지내더 여자 동기나 여자

후배들은 주변의 '잘어울린다'는 별거 아닌 농담에도 부담스러워 하며 거리를 두게 되더군요. 어떤때에는 다같이 모였던 술집에서

잠시 따로 나가서 얘기나눈 저와 제 후배를 보고 고백한다는 헛소문이 순식간에 돌아서 저는 사람들에게 오해라는 해명과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딱히 제가 저들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저와 엮여서 입방아에 오르는게

미안하긴 하더군요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저는 헌팅은 어불성설이며 그 흔한 소개팅도 제대로 못해봤습니다. 친한친구들 사이에서의 소개팅 주선에도 자연스럽게 배제 되었고

친한 친구녀석의 '야 너는 좀 힘들어' 라는 농담 섞인 말에 같이 웃어줬지만 마음 한켠이 쓰리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철없고 패기 넘치던 대학시절 친한친구들에게 소개팅을 해달라고 말했던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눈빛과 표정은 마치 '도박중독에 신용 불량자인

친구'가 돈 빌려달라고 할때 바라보는 눈빛, 표정과 일치했습니다. 저는 알량한 우정을 무기 삼아 친구들과 친구들의 인간관계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서 이제는 알아서 소개팅의 ㅅ자도 꺼내지 않습니다. 아! 대학시절 저를 소개팅 주선해줬다가 아는 여자후배와 인연을 끊었던 형도 있습니다.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이런 상황인 저이기에, 찌질하다고 욕하실 수 도 있지만, 채팅 어플같은것에도 손을 대봤습니다. 어김 없더군요

어플에서 얘기가 잘맞아서 카톡으로 옮겨서 얘기하고 통화도 자주하며 친해지고 서로 잘맞는다 우리 언제 만날까 이런 얘기를 나누던 여자들도

제 얼굴이 궁금하다는 말에 제딴에는 눈물겹게 노력해서 찍은 제 사진을 본 이후에는 연락이 뜸해지고 그렇게 연락이 끊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충격이 컸지만 이제는 그저 씁쓸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좋지않은 기분이 쉽사리 없어지진 않더군요.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아 저는 저위 사건의 사람들에게 원망같은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저의 대쉬에 거절했던 분들에게도 인간적인 원망은 없었습니다. 다른사람을

좋아하는게 자유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듯 다란사람을 안좋아하는것 또한 자유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아니 며칠전 동생이

무심코 던진 '아 존못'이라는 말에 속으로 울컥하게 되더군요. 27살먹은 여동생은 다행히 유전자 조합이 성공해서 예쁘거든요. 서로 장난삼아

외모 디스하면서 살아왔고 그날도 그 예전과 다름없던 그런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지금까지 나름 나라는 인간을 지켜주었던 구차한 자존심과

자존감 비루한 가치관이, 그 낡은 방패가 와르르 무너짐을 느꼈습니다. 동생앞에서는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왔지만 조용히 누워서 남자연예인들

사진을 보다가 눈물이 나더군요 울컥울컥하다가 손으로 입을 막고 펑펑 울었습니다. 뭘까... 같은 인간인데 빛이나는 저들과 지금 초라한 나는 분명

같은 인간인데..... 그러다보니 30년 가까이 당연하게 내것이라고 여겨왔던 제 외모가 마치 평생 떨어지지 않는 짐과 같고 저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

같이 느껴지게 됐습니다. 제 얼굴이 이렇게 생기게 된것에는 제 노력은 하나도 반영 되지 않았습니다. 제 의지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생기려고 생긴게 아닌데... 왜 나는 내가 어쩌지 못한것 때문에 이렇게 고통받아왔어야 했나....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성형을 결심하게 된것에는 일말의 후회도 없습니다. 후회라면 단지 왜 현실을 외면하여 지금까지 살아왔냐는것입니다. 한살이라도 어릴때 할걸

아니 첫만남 소개팅에서 영화표를 예매했는데 화장실 간다면서 도망쳤던 여자애를 20분 동안 기다리다가 혼자 돌아온 다음날이라도 할껄

아니 내 10대시절 전부를 다 바쳐 짝사랑했던 여자애가 자기 친구들에게 걔 진짜 내스타일 아니라는 말을 듣고나서라도 바로 할껄 이라는

생각만 들뿐이네요. 제 얘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 사회생활 인간관계에서 외모적으로 직접적인 디스는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눈치도 빤해져서 씁쓸함은 여전합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자심감이고 좀먹는 자존감만 남았네요. 이렇게 글쓴건 소위 값싼 동정도

그저 지나가는 위로의 한마디라도 받아봤음해서입니다. 욕심같아서는 많은 분들께 위로 받고 싶네요

저는 성형을 할겁니다. 아니 합니다. 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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