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5807 춘천의 주한미군기지 캠프 페이지에서 1972년 핵무기 사고가 발발, 문제의 사고 핵무기를 춘천 인근에 폐기했다는 전 주한미군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이었던 댈러스 스넬 씨(59·미국 몬태나 주 거주)는 <시사IN><민중의소리> 등과의 전화,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31일 <시사IN> 최신호에 따르면, 1972~73년 캠프 페이지 1/42핵포병대대(1/42nd Atomic FA)에 근무했던 그는 “1972년 여름 점심을 먹고 쉬는데 갑자기 전 부대에 사이렌이 울렸다. 사병과 헌병 등이 3중으로 경비하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핵미사일 보관소에 모였다”며 “부대원 20~30여 명이 메탈룸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핵탄두가 장착된 어니스트 존 미사일을 등지고 디펜스 자세를 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핵 미사일 탄두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헬기가 (이를) 수송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부대에 핵미사일이 있다는 것은 그때 캠프 페이지에 있던 모든 병사가 알고 있었다. 핵미사일 탄두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당연히 방사능 따위가 누출되었다고 생각했다”라며, 고장난 탄두를 상자에 담고 나니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고 부대원 중 몇 십명이 이 상자를 들고 헬기장으로 뛰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고 핵무기 처리와 관련해선 “춘천시 남쪽 15마일(약 24㎞)쯤 떨어진 어딘가에 폐기되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하지만 정확한 장소는 모른다"며 "나도 그날 궁금해서 여러 번 상관에게 물어보았으나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스넬씨 외에 캠프 페이지에 근무한 사람들이 만든 페이스북 그룹에는 1972년 그날의 사고를 기억한다는 다른 사람들의 증언이 올라 있다. 이 페이스북에 개설된 캠프 페이지 그룹에서, 한 제대 군인은 “나도 똑똑히 기억한다. 내가 바로 헬기까지 운반한 사람 중 한 명이다”라고 밝혔다. 스넬씨에 따르면 당시 상자를 들고 뛰었던 동료 한 명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스넬씨는 <민중의소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1972년 핵탄두를 장착한 '어니스트 존'(Honest John) 지대지 미사일에 사고가 발생해 핵탄두를 급히 해체했다"고 동일한 증언을 했다.
그는 당시 부대원들이 탄두해체 작업을 하룻만에 서둘러 진행해 헬기장으로 운반했으며, 밤이 되자 아무런 표시가 돼 있지 않은 CIA(미국 중앙정보국)의 검은색 헬기들이 핵탄두를 가져갔다며 "캠프 페이지에서 핵관련 사고 발생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당시 캠프페이지에는 전술 핵무기를 보유한 미군 제4미사일사령부(the 4th Missile Command) 본부가 주둔했으며, 예하부대인 1/42핵포병대대는 전술 핵무기인 어니스트 존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부대에 대해선 "캠프페이지 제4미사일사령부 예하에는 1/42 핵포병대대와 제161핵폭약부대(the 161th Atomic Demolitions Unit)가 주둔했는데 어떤 부대에서 사고가 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 161핵폭약부대가 북한의 남침에 대비에 침투 예상로에 핵지뢰들을 매설했다고 증언했다.
캠프 페이지의 전술 핵무기는 지난 1987년 9월 작성된 미군의 '한국무기지원단(WSD)-한국핵작전 표준절차' 기밀문서에 드러난 바 있다. 83페이지 짜리 이 문서는 지난해 말 미국 노틸러스연구소가 처음 공개했으며, 문서의 표지에는 방사능물질 표시와 함께 '춘천 캠프페이지'라고 명시돼 있다. 미국은 노태우 대통령의 '11·8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그해 12월 남북간에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계기로 1991년 전술핵을 철수했다.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