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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한 줄
게시물ID : freeboard_1679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샤이미스트
추천 : 2
조회수 : 14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2/17 12:28:19
내가 오유에서 본 일이다.

오징어 하나가 베스트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지난 글 목록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제가 메모감인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시게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시게인은 오징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댓글을 훑어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게시글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목록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메모 찍힐만한 글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시게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너 일베하냐?" 오징어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니면 국정원 알바란 말이냐?"
"누가 저도 모르게 월급을 줍니까? 댓글에 옵션보기라도 붙어있던가요? 어서 메모나 달아 주십시오."
오징어는 손을 내밀었다. 시게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메모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오징어 다리가 글 목록 위로 그 메모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오유인페이지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닉네임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메모를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몰이합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신고 넣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전 일베 안 합니다. 국정원 댓글알바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알바비를 줍니까? 베스트 한 번 가본 적이 없습니다. 추천 하나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줄 한 줄 쓴 댓글에서 추천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추천 열 개를 메달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러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메모 한 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메모를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메모를 찍혔단 말이오? 그 메모로 무얼 하려고?"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메모 한 줄이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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