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엔트로피 극대화 가설로 돌아가자. 엔트로피 극대화 가설이 단순한 가설이 아닌 자연법칙으로 확립되는 자연원리라고 가정한다면, 생명체는 물질들의 자연원리 작용만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앞서 설명하였다. 엔트로피 극대화 가설이 태초의 생명체에서 보였을 과복잡성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한 것이다. 그럼 생명체에게서 보이는 지향성에 대한 문제도 엔트로피 극대화 가설로 이해될 수 있을까? 즉, 생명체에게서의 고유규칙인 ‘존속’이라는 지향성 역시 궁극적으로는 엔트로피 극대화 현상이라는 자연원리와 만나게 될까? 생명체의 탄생을 엔트로피 극대화라는 물질의 기본 성질에 의한 것이라 한다면, 생명체에게서 보이는 지향성, 주체성도 역시 엔트로피 극대화 가설에 부합 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위 내용에서의 관점으로 보면, 생명체라는 주체체는 엔트로피 극대화 현상으로부터 발생한 극적인 결과물이다. 동시에 생명체는 엔트로피 극대화 현상이라는 자연원리에 최고로 적합화 된 물질이다. 따라서 엔트로피 극대화 현상 관점에서 본다면, 생명체에게는 주변의 엔트로피를 최대한 빠르게 극대화 시키려는 핵심적인 기본 성질이 있다. 생명체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주체적 지향작용들도 이런 생명체의 기본 성질이 발현되는 일환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생명체에게서의 생존지향성은 그 중 하나이다. 모든 탄생한 생명체에게는 살아남아서 존재하려고 하는 기본적인 지향성이 있다(또한, 그런 생명체만이 살아남았다.). 그러니까 생명체가 세상에 최대한 지속적으로 생존하려는 성질은 생명체라는 물질이 세상을 무질서하고 쓸모 없게끔 어지럽히려는 작용을 최대한 지속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은 엔트로피 극대화를 가속화 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 한다.
생명체에게 있는 번식 지향성 역시 엔트로피 극대화 가설에 부합 시켜 볼 수 있다. 번식은 우선 생명체의 개체 수를 증가 시킨다. 대개 일 이란 것이 일손이 많으면 많을수록 처리하는데 유리하다. 특히나 그 일이란 것이 에너지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과 같은 단순 반복에 가까운 작업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번식을 통한 생명체의 개체 수 증가는 엔트로피 극대화를 가속화 하는데 대단히 부합한다. 또한 번식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필연적으로 진화를 이끌어 낸다.
진화 역시 엔트로피 극대화 현상을 가속화 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볼 수 있다. 진화라는 현상을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지구라는 자연은 사실상 자신의 엔트로피를 극대화 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그래서 지구 자신의 질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파괴할 수 있을법한 DNA를 가진 개체를 우선적으로 선택해 왔었던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지구상의 생명체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엔트로피 극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가속화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보’하여 왔다. 지구의 에너지는 점점 무질서하게 쓸모가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온 반면, 무질서화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생명체의 질서 정보는 점점 더 정교화 되어 왔던 것이다 (다만 생명체가 지구의 엔트로피를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정작 지구의 엔트로피는 사실 전혀 무질서한 방향으로 흘러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태양이라는 외부의 거대 에너지원이 항상 지구에 충분한 에너지를 채워줘 왔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진화 과정을 통해 태초의 단순한 형태를 가진 생명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연스럽게 진핵세포를 거쳐 다세포를 이루기도 하였다. 나아가 생명체는 진화 과정을 통해 양성 생식을 하고, 때로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엽록체을 만들거나, 또는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세포를 만드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분화 되었었다. 그리고 이런 정교화 과정을 통해 생명체들은 점점 더 효율적으로 지구의 엔트로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왔다. 그리고 그 끝에 우리 인간이 있다. 엔트로피 극대화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분명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 중에서 가장 진보하고 우월한 생명체인 것이 맞다. 인간을 보라. 항상 열심히 무언가를 개발하고 계발하여 최선을 다해 지구 환경을 남김없이 망치려 하고 있다. 이 인간들은 사실 엔트로피 극대화 라는 생명체 존재 본연의 임무, 목적을 대단히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엔트로피를 최대한 빨리 생성시키려는 물질 본연의 성질이 지구적인 환경과 우연히 맞아 떨어지면 드물게 규칙 정보가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생명체는 그렇게 발현된 일시적인 규칙 정보를 DNA를 통해 자기 형태 정보로 존속시킬 수 있게 된 결합체이다. 이런 태초의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연의 지향성을 바탕으로, 돌연변이 DNA정보의 축적 과정인 진화과정을 오랜 기간 걸치게 된다. 그리하여 생명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엔트로피 극대화를 가속화 시키는 방향으로 다양하고 정교하게 분화 되어 왔다. 즉, 생명체라는 존재에서 보여지는 모든 지향성 작용들이 향하는 곳은 존속일 텐데, 이 1단계적 목적인 존속지향성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은 결국 세상을 가능한 무질서 하게 만들어서 쓸모 없게 만드는 것인 것이다. 이 엉뚱할 정도로 염세적인 결론은 삶을 허무하게 느끼게 하면서도(그런 거라면 잘 해 봤자 무슨 소용인가?), 또한 잘 해야한다는 중압감이나(그런 거라면 스트레스 받으며 까지 잘 하려 할 필요 있나?), 뭘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그런 거라면 꼭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있나?)도 내려놓게도 한다.
진보: 목적에 좀더 부합하는 상태가 됨 (정치적 의미에서의 진보와는 무관함)
진보(정치적):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진보를 추구, 하면 좋을 것 같은 변화 수용?
보수(정치적): 안정적인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진보를 추구, 안하면 힘들 것 같은 변화 수용?
진화: 생명체의 DNA존속 지향성이 긴 시간을 두고 자연선택과 돌연변이 작용을 거치면서 생명체가 좀더 엔트로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상태의 존재로 되어가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