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4, 5, 1, 2, 3, 4, 5, 1, 2, 3, 4, 다음에 무엇인가? 5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전에 배열된 숫자에서 1, 2, 3, 4, 5 가 반복되었는데 마지막 숫자가 4이기 때문이다. 만약 문제가 명시적으로 1, 2, 3, 4, 5 가 반복되는 수열에서라면 그 수열에서의 임의의 위치에 있는 숫자 4 다음에 올 숫자가 무엇인가? 정답은 그냥 5 이다. 이것은 기본적인 숫자 개념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신호는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반복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데이터이다. 따라서 신호에는 그 반복성으로 부터, 확정되지 않은 다른 데이터 값을 결정 짓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처럼 신호에서 보여지는 다음 데이터에 대한 결정성은 모르는 다른 데이터 값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반복되는 데이터, 즉 신호는 모르는 값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데이터에서의 이 예측 가능성은 너무나 당연하면서, 또한 너무나 중대한 속성이다. 문제는 데이터에서의 그 반복성 또는 규칙성을 파악하느냐 못하느냐, 또는 그러한 패턴을 어떻게 파악 하느냐에 있겠다. 앞서 언급한 수열 예시의 경우, 숫자 예측이 쉬웠다면 그것은 해당 데이터에서의 반복성이 쉽고 명확하게 파악되기 때문일 것이다.
예측 가능성의 핵심이자 예측 가능성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이 반복성에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어쩌면 단순한 성질이 앞으로 이 책 내용에서 나올 모든 복잡한 이야기들의 시작점이다. 반복은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는 중대한 특성이다. 모든 패턴은 반복에서 나오며, 모든 신호는 패턴에서 나온다. 반복이 없으면 패턴도 없고 신호도 없고 앞으로 나올 정보도 지능도 없으며 생각도 없다. 패턴이 있는 신호에는 규칙이 있으며, 규칙은 반복되는 성질을 통해 형성이 되고, 반복되는 것은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예측은 지능의 핵심이다. 즉, 패턴의 본질은 반복되는 성질이며, 패턴의 본질은 (신호에서의) 반복되는 속성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반복되는 신호인 패턴은 필연적으로 모르는 관련된 신호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신호(또는 자료)에서 어떤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은, 신호(또는 자료)에서의 반복되는 성질의 관찰을 통해 신호에서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예측 가능한 성분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여 그 내용을 파악하려 한다는 의미이다.
그럼 정보는 무엇인가? 정보를 “가치 있는 내용”으로 그 의미를 좁게 정의해 보자. 우리는 “내용”이라는 말을 신호와 같은 뜻으로, 또는 신호에 포함되는 용어로도 사용하고 있다. 즉, 아무런 예측을 할 수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데이터라면 우리는 아무런 내용도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정보는 그냥 가치 있는 신호라고 말해도 될 듯 하며, 정보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신호가 되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가치’가 제대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 “가치”는 무엇인가? 이것은 대단히 주관적인 용어이다. 누군가에게는 핵심적인 정보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잡음 과도 같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 수가 있다. 이렇게 그 내용이 정보인지 잡음인지를 결정 짓는 기준이자 핵심이 이 “가치”이다. 가치를 “어떤 대상과 자신과의 관계로부터 인식체가 인식하는 자기 목적 충족 관련성”으로 그 의미를 정의해 보자. 그러니까 “그것은 나에게 가치가 있다” 라는 말은, “나는 그것을 나와 엮임으로써 나의 목적을 충족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라는 말이다. 특히, 여기서의 “자기 목적 충족 관련성”은 “중요성”과 같은 말이다. 실로 우리는 자기 목적 충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서 중요성을 느끼며, 그것에서 중요성을 느끼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기 목적 충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정보가 될 수 있는가? 자연 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물리적 화학적 현상은 정보의 대상이 될 수는 잇겠지만, 그 모든 현상들 자체가 곧 정보는 아니다. 물리적 화학적 현상이 누군가에게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로 그 현상에는 반복되는 성질인 신호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물리 화학 현상이 반복된다고 해도 그것이 곧 정보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복되는 물리 화학적 현상이 정보가 되기 위해서 그것은 둘째로, 인식체에게 데이터로 인식이 되거나 나아가 자료화 되어야 한다. 세상 거의 대부분의 반복되는 물리 화학적 현상은 인식체에게 데이터로 인식되거나 자료화가 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렇게 인식체로부터의 의미에서 멀어지고 사라진다. 반복되는 물리 화학적 현상이 인식체에게 인식되거나 데이터나 자료 형태로 까지 되었어도 그것이 곧 정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신호가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필요한 단계가 있는데, 그 신호가 인식체의 자기 목적 충족성과 관련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물리적 화학적 현상은 인식체에게 잡음과 마찬가지가 된다. 실로 세상에서 기록되고 인식된 수많은 신호들 중에서 극히 일부만이 누군가에게의 정보가 된다. 세상의 수많은 반복되는 데이터 거의 대부분은 인식체들에게는 의미를 부여 받지 못하는 관심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하여 어떤 인식체에게 정보로 인식된 신호라 할지라도, 그것은 또 다른 대부분의 인식체들에게서는 그냥 잡음인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이 책을 통해 필자가 전달하려는 ‘정보’들 역시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시 정리하면, 정보는 “인식체가 자기 목적 충족성과 관련 있다고 인식하는, 모르는 것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라 할 수 있다. 데이터나 신호나 자료가 물리나 화학 같은 순전히 자연과학적 단계에서의 것이라면, 신호와 목적이 만나야지만이 성립되는 ‘정보’라는 용어는 인식체 라든가 목적 충족성 같은 주관적인 개념이 도입되어야만이 제대로 정의될 수 있다.
가치(의미): 대상과의 관계로부터 인식체가 인식하는 대상에 대한 중요성
감각: 물리, 화학적인 변화나 상태로부터 신호를 구분함
계측: 물리, 화학적인 변화나 상태를 데이터 형태로 추출함
맥락: 주변정보들간의 일관성 흐름 틀 로부터 설정되어지는 해당 시점 정보에서의 상황적 개연성
예측: 관련 정보에 있는 맥락으로 부터의 미래상황이나 현상에 대한 의문점 해결
인식: 신호들로부터 정보를 구분함
인식체: 인식할 수 있는 존재
자료(내용): 정보화를 위해 기록된 데이터
정보: 예측에 가치 있는 신호(내용)
주관성: 인식체마다의 상태나 목적에 따라 규정되는 성질
중요성: 자기 목적 충족 관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