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동 굽던 노인 -
벌써 육개월 전이다. 내가 갓 인터넷 깐지 얼마 안돼서 푸르나에서 살때다. 속도가 안나 초고속 다운로드 받으려고 토토 디스크 회원가입을 해야했다.
토토디스크 한쪽 구석에서 야동을 구워 올리던 노인이 있었다. 노모를 하나 다운받고 나가려고 업로드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포인트를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저용량으로 구워줄수 있습니까?" 했더니,
"저용량으로 꾸우면 털이나 보이겠소? 포인트가 아깝거든 푸르나가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포인트를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올려나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올리는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면 꼴릴만 한데, 자꾸만 확인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업로드해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R바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었다.
"모자이크라도 좋으니 그만 올려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보일만큼 보여야 야동이되지, 하두리가 재촉한다고 AV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다운받을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확인한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R바 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푸르나 가우. 난 안 올리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로그아웃 할 수도 없고, R바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올려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저퀄리티에 꼴리지도 않는다니까 야동이란 제대로 골라 올려야지, 떡만 친다고 야동인가."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숫제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담아 피우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버려 디스플러스를 한 개피 꼬나물게 되었다.
얼마 후에야 올리던 야동을 다시 한 번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돼었다고 다운 받으란다.
다 올라오기는 아까부터 다 올라와있던 야동이었다.
R바 시간을 늦게되고 사장에게 쿠사리 먹을 생각을 하니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업로드를 해가지고 누가 다운이라도 받나보자.' 생각할 수로 화가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바지를 내리고 크리넥스를 뜯고 있었다
그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오덕후다워 보이고 현란한 손놀림에 내 마음이 약간 누그러졌다.
R바하러가서 씨디를 내놨더니 사장놈은 화질이 예술이라고 야단이다.
난 지금까지 받아놓았던 것보다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사장놈의 말을 들어보니 화질이 너무 흐리면 털 끝에 맺힌 이슬도 보이지 않고
밝기가 어두우면 그늘져서 조개인지 홍합인지도 구별이 가지 않는단다.
요렇게 퀄러티가 높은 것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야동을 굽는 그 순간만큼은 오직 아름다운 야동을
굽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이 씨디도 그렇게 구웠을 것이다.
그런 노인이 나같은 찌질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퀄러티가 높은 야동이 탄생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그 노인은 찾아가서 인공소녀나 같이 해보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노인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노인의 현란한 핸드플레이가 거룩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R바를 하러 갔더니 사장놈이 야동을 보며 3보1탁을 하고 있었다.
문득 야동을 업로드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