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은 무엇인가? 넓고 얕은 의미에서라면 지능은, 받아들인 데이터나 가지고 있는 정보를 자신에게 주어진 목적을 추구하는데 활용하는 능력이다. 가지고 있는 정보, 또는 아는 것 자체를 곧 지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알아도 그것을 자기 목적을 추구하는데 활용할 줄 모른다면 그것은 지능이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사용할 지능의 의미를 좀더 자세히 정의해 보면 그것은 “받아들인 데이터나 가지고 있는 정보로부터 목적달성에 필요한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스스로 예측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목적을 추구하는데 활용하는 능력”이다.
결합체가 지능체가 되는 데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로 (지능이 정보를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인 만큼) 지능체에게는 기본적으로 “1. 목적”이 있어야만 한다. 목적이 없는 지능은 정의될 수 없고, 따라서 목적이 없는 지능체는 성립 불가능 하다. 또한, 정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지능체에게는 “2. 인식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보를 활용하려면 신호들로부터 정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인 인식능력부터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경우에 따라 지능체는 “2-1. 외부에서 일어나는 물리 화학적인 변화를 계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인식력은 구분할 어떤 현상이나 대상이 있어야지 유효한 능력이다. 그런데 인식력은 있지만 정작 사전 정보나 다른 신호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의 결합체가 계측능력 마저 없다면 어떻게 될까? 계측능력이 없다면 데이터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감각능력도 없고, 감각능력이 없으면 추가적인 신호나 정보도 만들 수가 없다. 따라서 이 경우, 인식할 대상이 있지도 않고 인식할 대상을 만들 수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 인식능력은 유효할 수가 없다. 마찬가지 같은 이유로 인식능력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경우에 따라’ 감각능력이 있어야 한다. 입력된 데이터에서 규칙성을 파악하여 신호를 구분하는 능력인 감각능력은 지능체에게 인식할 새로운 신호를 제공한다.
지능체가 감각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2.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출”할 수가 있어야한다. 신호는 일관되게 반복되는 데이터이다. 따라서 입력된 데이터로부터 신호를 구분하는 능력인 감각능력은 데이터에서의 반복되는 부분과 일관성 없는 부분을 구분하는 능력과 같다. 그리고 이렇게 과거에 반복되었던 데이터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본적으로, 바로 이전 과거에 받아들였던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출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바로 이전의 데이터를 일시적으로나마 저장하고 인출하여 지금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어야지 지금까지 입력되고 있는 데이터로부터의 어떤 일관성을 구분할 수가 있다. 인식능력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능력은 “2-3. 접근 가능한 수많은 신호들 중에서 자기 목적 충족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신호를 구분하여 추출하는 능력”이다. 신호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이 과정은 자연계에서의 (객관적인) 신호가 인식체에게의 (주관적인) 목적과 만나는 과정에서 이루어 진다. 목적과 엮여있는 이 능력은 자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감각능력이 있다고 해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능력도 당연히 뒤따라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어떤 추가적인 작동성이 필요하다. 이 추가적인 작동성에 대한 내용 언급은 조금 뒤로 미룬다.
마지막으로 지능체는 “3. 받아들인 데이터와 가지고 있는 정보로부터, 가지고 있지 않은 필요한 정보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지능체에게 필요한 것이 인지력이다. 여기에서의 인지력을, 추출한 정보로부터 스스로에게 없는 필요한 정보를 생성하는 능력으로 정의해 본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가능하다. 예측을 통해 가능하다. 정보는 의미 있는 반복되는 데이터이고, 반복되는 데이터는 예측을 할 수가 있으며, 예측을 할 수 있다면 필요한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 앞서 어떤 수열이 1, 2, 3, 4, 5가 반복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지금의 입력 신호가 4이라고 한다면, 다음 수는 5라는 것을 예측해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이렇듯 받아들인 데이터로부터 없는 데이터를 예측하는 이 3번째 단계의 능력을 위해서 우선은 “3-1. 개별적인 단편정보 (예컨데 “1”, “2”, “3”, “4”, “5”…)들과 함께 그 단편정보들의 반복성에 대한 맥락정보 (예컨데 “1,2,3,4,5”)까지 별도로 입력, 저장되어 있고 한꺼번에 인출”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3-2. 이렇게 저장된 단편정보 조합의 맥락정보들은 지금 받아들이는 정보들의 맥락상태와 비교”되어야 한다. 이렇게 저장된 맥락정보를 지금 받아들이는 맥락정보와 비교할지 말지는 해당 정보에 대한 인식체의 목적 충족성 유무에 의해 결정된다. 해당 정보가 목적 충족성과 관련 없으면 비교하지 않을 것이고, 관련 있다면 비교 하게 될 것이다. 자동적으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인지능력을 위해서는 “3-3. 두 맥락이 일치하는 경우 새로운 정보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인지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두 맥락이 일치하는 경우 지금 받아들이는 정보는 저장되어 있는 단편 정보 조합의 맥락 상태로 간주하고, 그 맥락에 따라 받아들이지도 않은 다음 상태의 정보를 인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다음 상태의 정보를 알게 되는 과정이 예측이다. 받아들인 정보로부터 알지 못하는 정보를 예측하는 과정은 (앞서 언급한) 데이터로부터 신호를 추출하는 과정과는 그 단위와 목적성의 개입 여부가 다를 뿐 상당히 일치한다.
인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로부터 목적 추구에 필요한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예측함
지능: 인지하는 능력
지능체: 지능이 있는 결합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