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자협회가 대통령과의 토론을 수용(!)하고 토론자로 세 명을 내보낸다기에 회장을 뺀 나머지 두 사람이 누구일지 엄청나게 궁금해졌습니다.
‘회장이야 안 나갈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자기 얼굴에 먹칠할 게 눈에 보이는 토론에 끌려나올 두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한 명은 기자협회 정보 접근권 쟁취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보경 기자? 명분상 이분이 나오는 게 적절하구나... 근데, 이분 아마 MBC 기자일 텐데, 방송 기자란 혼자 말하는 것은 잘하지만 상대방과 의견을 나누는 건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 텐데? 또 한 사람은 누구? 아무튼 아주 재미있어졌네...’
오늘 미디어오늘을 보니, 기자 협회가 또 토론을 거부할 명분을 찾고 있네요. 대통령의 모두 발언 시간이 어떻고, 1:8이 어떻고. 하여간 무슨 일이 있어도 광장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오늘 서프 눈팅을 하다가 MBC 기자회의 성명을 읽었습니다. 자신들이 외통수에 걸렸다는 걸 잘 알고 있군요. 어떻게든 햇볕 없는 굴 속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이 처연하게 느껴지네요.
기가 찬 MBC 기자회의 성명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낯익은 문장
『(전략) 첫째, 토론회 중계 여부는 전적으로 MBC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모든 프로그램의 편성은 이 프로그램이 이 시간대에 국민에게 방송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전문적이고 양식 있는 방송사의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만약에 청와대의 압력성 회유에 의해 프로그램 방송 여부가 결정된다면 이는 언론사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하략)』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기시감이 들지 않으십니까? 특히 두 번째 단락에 나오는 ‘청와대의 압력성 회유에 의해 프로그램 방송 여부가 결정된다면’이라는 부분 말입니다.
‘~라면’ 사설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아예 없거나 낮은 가능성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만들어 놓고 공격 대상으로 삼는 거죠.
청와대에서 방송 여부와 시간에 대해 의논 좀 해 주십사 하는 ‘협조 요청’(실제로 있었는지도 불분명하지만)이 오면 ‘압력성 회유’라며 공개 반박 성명까지 내는 MBC 기자님들, ‘미디어 포커스-각하, 만수무강하십시오.’ 보고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2. MBC 기자들의 자기 부정
『(전략)기자협회 차원의 토론 참석에도 불구하고 많은 MBC 기자들은 이번 토론회의 성격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토론회가 국가 차원에서 중대한 공익적 사안이라면 공영방송으로서 당연히 중계를 하는 것이 책무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개혁 차원에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시각과 이른바 기득권인 언론과의 대결구도 조성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정치행위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하략)』
‘공익적 사안에 대한 판단’을 누구보다 잘한다는 MBC 기자님들이 만드시는 메인 뉴스인 9시 뉴스데스크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관련 기사를 몇 번 다루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5월 22일부터 6월 1일까지 기자의 리포트만 무려 11번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건조하게’ 소개한 것은 딱 두 번. 반면에 청와대를 반박하는 리포트는 무려 9번이었습니다. 때로는 여야 정당이나 학자들의 입을 빌려서, 때로는 공무원들이 취재 협조를 안 해 준다고 조지면서.
국민 소유인 전파를 위탁받은 공영 방송사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한 가지 뉴스를 내보낸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국가 차원에서 중대한 공익적 사안’이 아니었다면, 왜 그렇게 귀중한 공중파를 오랫동안 낭비하셨나요?
대통령이 언론과의 대결 구도 조성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정치 행위라고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언론과의 대결 구도를 새삼 더 만들어서 대통령이 보는 정치적 이득이 뭐죠?
나아가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이득을 볼 거라 예단하십니까? 헐~ MBC 기자들은 이 토론의 결과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군요. 기자들이 무참하게 깨질 것이라고. 아니라고요? 그러면, 토론회에 당당히 응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과 대통령 앞에서 내세우세요.
3. 제발 꼬리 내리지 마세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애쓰고 있는 많은 기자들이 기자실에서 담합이나 하고 보도자료 베끼는 한심한 사람들로 다시 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논의가 정치 권력화된 한국 언론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기자 개인에 포커스가 모아지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 이상 대통령의 ‘솔직한 화법’이 기자와 기자의 가족에게 모멸감을 주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번 토론회를 왜 합니까?
전문적이고 양식 있는 판단을 아주 전문적으로 하시는 기자들과 대통령의 주장이 서로 다르니까 누구 주장이 옳은지 따져 보고, 또 서로 공감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일 부분은 없는지 찾아보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이 기자들을 ‘매도’할 때,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할 기회를 기자들에게 안 준다고 합니까? 프라임시간대인 9시 뉴스 시간에 대통령이 말할 기회는 딱 2번 준 반면에 9번이나 조진 것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까?
이런 게 방송에 대해 전문적이고 양식 있는 판단을 하는 MBC 기자들의 수준입니까?
ⓒ 전직기자
***출처---서프라이즈****************
*****기자 종업원들이시여... 기자실 토굴에서 20여년 면벽 안마받았으면 이제 햇빛을 쬐어야 암발생도 줄어들고 썬텐도 약간 하면 섹시해보이기도 하지... 그렇다고 빨간 또는 시꺼먼 썬그라스 끼고 나오지마.. 그럼 세상 바로 못보니까.... 알았지.. 세상은 모험과 도전의 연속인거야.. 안그래..응..
기자 종업원들아.. 기자종업원과 기자 가족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은 대통령의 솔직한 표현이 아니라 기자 종업원들의 솔직하지 못한 조작질 왜곡질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