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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가 사오신 치킨입니다.
게시물ID : cook_168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유리서인국
추천 : 24
조회수 : 2444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5/12/05 01:03:51
엄니한테 전화가 왔다. 

"아들 어디야? 치킨가게 지나가는데 냄새가 너무 좋네. 사갈께 같이 먹자"

뭘 먹고 싶다는 말을 아끼셨던 엄니가 치킨을 먹자니. 

두번째 아들된 도리로써 당연히 같이 먹어야지. 

"먹자 엄니, 사와유"



얼마 뒤 시리디 시린 공기와 함께 추위에 볼이 붉그스레 해진 엄니가 집으로 들어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치킨 봉투와 엄니의 환한 미소가 싸늘했던 집을 데핀다. 



냉큼 치킨 봉투를 받아 식탁에 멋드러지게 깔아본다. 그래봤자 14000원 짜리 치킨이지만 태가 난다. 

"어때 맛있어? 지나가는데 냄새가 너무 좋더라구"

옷을 갈아 입으면서 엄니는 들뜬 기분으로 계속 말을 건다. 

아이구 아직도 엄니 먹기도 전에 먼저 먹는 철부지 둘째 아들인 줄 아시남.

냄새가 자꾸 날 유혹하지만 조금만 참아보자. 

"아직 안먹었지, 빨리와 같이 먹자" 



"갑자기 왠 치킨이야?"

닭다리를 하나 잡고 게걸스럽게 살점을 뜯으며 말을 해본다.

"버스에서 내려서 집에 오는데 치킨 냄새가 솔솔 나더라구. 지나쳐 왔다가 다행이 너가 집에 있다길래 냉큼 돌아가서 사왔지"

잘했다. 잘했어. 기어 안나가고 집에 있길 잘했다. 나라도 빨빨빨 기어 나갔으면, 첫째놈한테 안쓰럽고, 둘째놈한테 서운하고,

셋째놈한테 아쉬웠을 우리 엄니.  

"엄니, 아들도 셋이나 키운 아줌마가 치킨도 혼자 못먹남?"

"나 혼자 다 못 먹고 남을 텐데, 식은거 남기기 싫어서."

치킨이 식어도 맛있지 엄니 잘 모르시네유. 그리고 엄니랑 나랑 둘이 먹어도 남아유.



"내 앞에온 젋은 총각, 처녀도 냄새 맡고 들어왔대. 원래는 1시간씩 기다린다구 하더라"

"그래? 엄청 유명한가보네?"

"할아버지, 할머니 둘이서 30년동안 장사했대."

"엄니, 대단하다. 한 곳에서 30년동안 장사 할 정도면 대단하네, 대단해"

자연스럽게 대화는 30년 전부터 지금까지로 이어진다.  

그때는 힘들었을 얘기가 지금은 추억거리가 된다. 

"뭐가 그리도 미안한게 많으시오 엄니, 이만큼 컸으면 다들 잘 컸지."

 


그 노부부는 30년 넘게 치킨을 튀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 엄니는 우리 3형제를 30년 넘게 키우면서 무신 생각일랑가 하실까나.

공교롭게도 치킨에 다리가 3개나 들어있다. 



KakaoTalk_20151205_0001452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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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5 01:38:57추천 19
개그인줄 알고 봤는데 훈훈 (코쓱)
댓글 5개 ▲
2015-12-05 01:45:58추천 50
.... 그럼 누군가는 닭다리 한개.. ㅠㅠ
[본인삭제]따라라란
2015-12-05 08:01:36추천 0
2015-12-05 09:39:51추천 1
다리 세개인 닭 이었을지도...
마음의 소리에 그런 내용이 있었던듯?
2015-12-05 09:58:49추천 30
다른 사람도 3개주면 해결
2015-12-05 21:43:37추천 1
그럼 누군가는 0개 ㅠ
2015-12-05 01:40:33추천 0
와와와! 저거 정말 예전에 즐겨먹던 그곳 치킨 같네요... 자주 먹을수는 없었지만 참 좋아 했었는데..
화곡동 화곡 아파트 정류장에 있던.. 다른곳 치킨집이겠지만 사진만 보고 그곳 생각했네요.

그리운 모습의 치킨이네요..
댓글 0개 ▲
2015-12-05 01:51:32추천 1
우와ㅜㅜ맛있겠다 새벽에 갑자기 배고파지네요
댓글 0개 ▲
2015-12-05 01:53:18추천 0
사진보니 예전에 성산회관 건너편에 있던 림스치킨 생각나네요 ^^
댓글 0개 ▲
2015-12-05 02:00:41추천 20
수필이네여ㅎㅎ 치킨수필ㅎㅎ
댓글 0개 ▲
[본인삭제]우켱
2015-12-05 02:05:05추천 25
댓글 6개 ▲
2015-12-05 07:46:54추천 5
왜 다리 먹고 놓고 또 먹냐고 싸웠으면 좋겠ㄷ... 읍읍
2015-12-05 09:50:14추천 99
괜찮아. 우리 자기도 다리가 3개니까.
2015-12-05 10:46:46추천 10
1아니 도대쳌ㅋㅋㅋㅋㅋㅋ
2015-12-05 12:18:59추천 0
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12-05 12:53:25추천 1
미친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12-05 13:21:42추천 10
일상생활 가능합니다.
2015-12-05 02:41:57추천 0
엄마보구싶다...ㅠ.....
댓글 0개 ▲
2015-12-05 03:04:55추천 0
아 새벽이라 그런가 괜히 짠하네요ㅠㅠㅠㅠㅠ
댓글 0개 ▲
2015-12-05 03:07:01추천 15
아... 엄마랑 치킨 먹고싶네요ㅠ
내년 봄에 찾아뵈러갈 때 사가야지!!!
생전에 좋아하시던 커피랑..
댓글 0개 ▲
2015-12-05 03:15:28추천 33
해마다 이때처럼 북쪽 바람이 불었다 버스에서 내린 뒤 내코 끝에 묘하게 건너편 치킨집 닭튀김의 냄새가 맺혔다.
고개를 돌아보니 역시나 그분 이셨다 자신을 형이라고 불러달라던 아저씨는 이번에도 침을 질질 흘리며 치킨집 앞에서 만원 짜리를 꺼내며 치킨을 결제 하고 계셨다 무시하고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상히도 형의 목소리가 내귀에 울리는 듯 했다

사람들은 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엄마는 한겨울에 폐지를 주어서도 옆집 할머니의 집에 연탄 한장 넣어 들이는것을 낙으로 삼는 형을 보고 나는 형의 선의에는 발끝 만큼도 못 미친다며 보고 배우라고 했다
내가 내가 만든 비누를 팔러 형의 집에 갔을떄 형은 요즘에 대학을 다시 다닌다고 말했다 사이버대학인데 학위도 안주고 등록금도 없고 돈도 꼬박꼬박 나오는 좋은 대학이라고 했다 그리고 요즘은 그 대학에서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보람차게 산다고 말했고 그렇게 웃는 형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해 9월에 어느날 형은 나보고 이상한 말을 했다 " 도하야? 있잖아 나는 기부로 돈을 벌고 싶어"
내가 어떻게 기부로 돈을 버냐 궁금해 말하자 형은 이렇게 말했다 "재단을 세우는 사업을 해서 먹고 싶은거 먹고 남부럽지 않게 떵떵 거리며 살고 싶다 이거야" 그리고는 형은 구석에서 프랑스 여행책을 꺼내며 읽으며 나에게 신사임당 하나를 건내며 치킨이나 한마리 사오라고 시켰다 나는 터벅거리며 곧장 그 닭집에가 통닭을 한마리 시켰고 오는길에 형 몰래 내가 좋아하는 아이유 나온 참이슬도 한 병 사서 넣은건 비밀이다 그리고 형에 집에와 문을 여니 형은 어느새 컴퓨터를 켜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었다 표가 835,947원이었다

내가 오자 형은 곧장 부엌에가 비닐장갑을 꺼내 끼워 닭다리를 꺼내 들었다 나에게는 목을 주며 공부하기 바쁠것 같다며 어서 먹고 가라고 했다  목에 붙은 밀가루 껍질을 뜯는 순간 나는 무언가 형용할수 없는 쓴맛이 울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헛구역질을 해댓다 무언가 규정하기 힘든 한 마디로 뭔가 엄마가 사오라고 한 것을 삥땅처먹고 그돈으로 사먹는 치킨의 맛이었다 아니 평소에는 그토록 맛있던 썬더 치킨이 우라질 이렇게 역겨울수가 있단 말인가

그로부터 며칠후 tv에 형의 이름이 나왔다 그뒤로 형은 이상한데 변호사를 알아보겠다고 물으러 다녔다 어제밤에는 딱봐도 평생 솔로로 살것만 같은 아저씨 두명이 와서 형을 찾았다 그뒤 몇시간 뒤에는 얼굴이 네모난 아저씨가 다른 아저씨들 몇명을 데리고와 형의 행방을 물었다 총장님 총장님 하는데 딱봐도 조폭같아 몸을 사리면서 요즘에는 변호사 구하러 다닌다며 얼버 무렸다 그리고 오늘 하교길 형의 모습을 본것이다 당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가 없는 영문이다
댓글 2개 ▲
2015-12-05 18:09:22추천 1
문과 흥해라!
[본인삭제]크헉심쿵
2015-12-06 23:16:33추천 2
2015-12-05 03:26:49추천 1
쿠키 삭제 때문에 추천이 안되요...

누가 저대신 추천 좀.....

하.....ㅜㅜ
댓글 0개 ▲
2015-12-05 03:27:19추천 0
소설인 줄 ㄷㄷㄷㄷㄷ
행복해보여요 ㅎㅎ
댓글 0개 ▲
2015-12-05 03:36:41추천 2
됐고. 오빠 문 열어봐 나왔어
댓글 0개 ▲
2015-12-05 04:03:02추천 1
멋진 필력이시네여..게다가 치킨도 너무 맛있어보여요
머스타드 듬뿍 찍어먹고 싶다 핰
댓글 0개 ▲
2015-12-05 05:28:56추천 6
부모님이 길 가다가 자식 생각나서 양손 가득 음식 사들고 오시는거.. 너무 훈훈해요 :)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마음이 뭔지 아니까 더 고맙고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나이를 먹을 수록 부모님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시간보내는게 얼마나 귀한건지 깨달아요. 더 빨리 깨달았으면 더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었을텐데.
지금부터라도 잘해야지! 다들 잘합시다!!
댓글 0개 ▲
2015-12-05 08:11:26추천 2
황석영 단편 느낌이 나는 글이엇어요^^
잘 봤습니다~ 훈훈..
댓글 0개 ▲
베오베 게시판으로 복사되었습니다!!!
2015-12-05 09:22:27추천 0
삼족오치킨
댓글 0개 ▲
2015-12-05 09:22:27추천 23
근데 우리동네 치킨집은 원래 다리 3개에요..  프렌차이즈 말고 그냥 동네 치킨집이요
첨엔 몰랐는데 치킨 한마리 시키면 실제 튀기는건 한마리 반이에요.
그냥 그렇게 주신다고 하더라고요

허름한 동네 치킨집에 배달은 안되지만 그래도 맛있어서 종종 가곤합니다.
배달은 안되지만 손님도 꾸준히 있고요 ㅋㅋㅋ
댓글 0개 ▲
2015-12-05 09:51:40추천 0
따뜻하고좋네요읽기만해도^^
댓글 0개 ▲
2015-12-05 10:20:56추천 1
2부에서 치킨은 삼족오였고..두둥
댓글 0개 ▲
2015-12-05 11:36:47추천 0
드라군을 튀겨 파나?
댓글 0개 ▲
[본인삭제]레이엘
2015-12-05 12:14:06추천 0
댓글 0개 ▲
2015-12-05 12:54:45추천 0
계놈 프로젝트의 힘!
댓글 0개 ▲
2015-12-05 12:55:54추천 6
80년 초반에 통닭 한마리(예전엔 통닭,치킨이란 말도 몰랐을때)면 부모님과 동생 넷이서 고양이 생선뼈발라놓듯이 뼈까지 쪽쪽 빨아 먹었었는데..
시커멓게 짜든 좋치않은 기름에 튀겨낸게 어찌나 맛있던지
댓글 0개 ▲
2015-12-05 16:36:59추천 0
따뜻해........
댓글 0개 ▲
2015-12-05 18:05:18추천 0
글을잘쓰시네여 화목함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여 ㅎㅎ
댓글 0개 ▲
2015-12-06 11:33:00추천 0
한마리반임
보드람도그럼
댓글 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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