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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미라주(탑-4)
게시물ID : readers_168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이안다
추천 : 1
조회수 : 21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0/25 10:03:15

 몇시간 뒤, 날이 밝자, 또 다시 누군가가 그녀의 오두막으로 걸어온다. 이수는 경계하며 문을 쳐다보지만, 정작 들어오는 사람은 생 야채를 잔뜩 들고 온 아이 엄마다.

“지난번에 보니까 외지사람들은 농사 지을 줄도 모르길래, 먹을 것 좀 가지고 왔어요.”

그 여자가 말한다. 그녀의 기색을 살핀다. “잠을 잘 못 잤나 봐요?”

“평소보다 설치지는 않았어요.”

이수가 말한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여자가 말한다. 대화가 길어지자, 이수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 와중에, 밤의 일이 떠오른다.

“강가에 사람이 살만한 곳은 안 보이는데, 그래도 누가 살기는 하나 봐요?”

이수가 말한다. 여자는 의야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체 누가요?”

그 여자가 말한다.

“밤에 그곳으로 가는 남자를 봤는데.”

이수가 말한다. 앞의 일은 모두 떼어낸 말이지만, 여자는 화들짝 놀란다.

“그 사람이 여기 왔었어요? 밤에? 안 놀랐어요?”

이수는 대답하지 않는다. 여자는 지난밤 일 탓에 너무 놀라 대답을 못한다고 생각하는건지 측은한 눈으로 말을 잇는다. “그 사람이 정신이 이상해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근데 왜 마을에 안 살죠?”

이수가 묻는다.

“글쎄요. 그건 저도 잘.”

그 여자가 말한다. “제가 어릴 때 있었던 일이라 저도 들은 것 밖에 없어서요. 분명 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녀가 더 말을 하려는 찰나에, 불청객 같은 꼬마들이 말도 없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와 온갖 소음을 뱉어낸다. 그 여자는 애를 달래 밖으로 내보내느라 여념이 없다.

“어제 아무도 말 안해줬나요? 어쨌거나, 강가에는 가지 마세요. 위험하니까요.”

그녀가 아이에게 끌려나는 와중에 말을 전한다. 자기 몸 하나 간수 못하는 어린 애들에게나 하는 충고를 듣다니, 이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간수에게도 사무실이 있기는 하지만 올라가기 귀찮은데다가 자주 오가기도 힘들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곳 책임자의 사무실처럼 쓰이고 있다. 언젠가 부터는 그냥 이대로 굳어져서, 사무실은 책임자의 호출이 있는 것이 아니면 갈 일이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젊은 간수는 교대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쉬지 못하고 계단을 오른다. 꼭대기 층에 도달해 사무실 문 앞에 서니 얇은 철문 사이로 안의 소리가 들린다. 중얼거리면서 무언가를 밟아 부수는 중인 듯하다.

그 성 안 사람한테 갔다 왔나?

그가 문을 연다. 예상 했던 대로, 책임자는 일어나있고, 나무의자의 다리가 어딘가로 날아가 있다.

“아, 무슨 일로 왔나?”

책임자가 묻는다.

“제가 서있는 감방의 죄수중 하나가 몸이 지나치게 안 좋은 듯합니다.”

그가 말한다. “며칠 전부터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할 만큼 심각합니다.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도 전염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차라리 다른 방에 혼자 격리 시키던가....”

“며칠 전에도 그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책임자가 말한다. “내가 그냥 두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가 말한다. “의사를 부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허락 안 해주시겠죠.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는 데다가 한주쯤 전부터 그에게 주어졌던.....”

“거기까지.”

책임자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표정이 어딘가 어색하긴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다. “내가 직접 보겠네. 뒷일도 내가 알아서 하지. 지금 내려 가 볼 테니까.”

이만 나가. 책임자가 손짓한다.

책임자가 계단을 내려오자 놀고 있던 간수들이 갑자기 각을 잡는다. 죄수들하고 잡담을 하지 않나, 앉아서 졸지를 않나. 책임자는 짜증이 나지만, 간수들을 처벌하려면 왕의 하인에게 허락을 받아야한다. 내 탄원서를 그 인간의 서류더미에 끼워 넣어봐야, 왕의 하인은 포장도 뜯지 않고 버릴게 분명하다.

근데 그 인간은 왜 사서 고생이래?

그 사람이 있는 방으로 가 안을 들여다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 구석에 웅크려있는 남자. 숨을 쉬는 것 같질 않아 손가락을 대어보지만, 살아있는지 아닌 건지 가려낼 수도 없을 만큼 약하다.

“이사람, 뭘 못 먹은 것 같은데.”

책임자가 주변 간수에게 묻는다. “며칠이나 굶었나?”

“이삼일은 된 것 같습니다.”

간수가 대답한다. 그래? 대답을 들은 책임자가 중얼거린다. 주변에 있는 간수 몇 명을 더 부르더니, 명령한다.

“저 환자, 내다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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