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파란 새 풀이 돋아나고 풀잎 끝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물은 풀잎들 사이를 지나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오, 내 사랑은 어디에서 어디를 지나 내게로 와 이리 슬프게 내 몸에 닿는가 때로 나는 지루한 서정은 싫다네 평화동 네거리 서학동 방면으로 가는 신호등 옆 휴대폰 중계탑 우에 까치같이 살다가 아침이면 코롱아파트 곁을 지나 푸른 산 푸른 강으로 나가 수많은 나무와 꽃들을 만나지만 때로 나는 지루한 서정은 싫으이 그러나 사랑은, 내 사랑은 어디에서 어디로 오는가 새로 돋은 풀잎을 스치고 흐르는 물처럼 내 곁을 스쳐지나간 저 봄꽃 꽃이파리들같이 그대는 그냥, 내 곁을 간단히 지나쳤을 텐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병처럼 꽃들은 피어나네 피어난 꽃들은 돌림병처럼 산을 넘고 들을 건너 뿌옇게 오염된 저 아파트 숲에도 피어난다 아, 사람들은 아직도 꽃이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봄바람 속 이 화사한 봄꽃들이 싫으이 오, 사랑은 어디에서 어디로 오는가 파랗게 자란 풀잎들 사이로 아름답게 흘러가는 시냇물은 어디에 가서 까맣게 죽는가 그대 곁을 스치다가 병든 내 사랑은 어디에서 꽃피는가 희고 노란, 그리고 연분홍으로 꽃들은 오늘도 오염처럼 내 몸을 스치는데 오, 내 사랑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봄 나는 내 몸 어딘가에 열꽃처럼 숨어 있을 이 지루한 서정이 싫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