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음악 1588
회우 (灰雨)
- 김두수
비는 내리네
메마른 가지 위에
잊혀졌던 작은 웅덩이가 또 쟁글거린다
비는 내리네
목마른 대지 위에
야생의 흙 내음이 연기처럼 흩어지누나
비가 내린다
이 혼돈의 세계에,
길 떠나온 방랑자들은 이 비를 맞으라
비가 내린다
저 순환의 강물 위에,
소멸하고 소멸하여, 끝내 적멸(寂滅)하리니
비는 내리네
메마른 가지 위에
태양의 땅, 잿빛 새 한 마리
또 길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