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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3.자존감과 동질감은 인간 존엄성의 시작점이다.
게시물ID : phil_168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iidyn
추천 : 1
조회수 : 71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1/18 10:07:26
"타인을 존엄하게 여긴다" 라는 말은 타인의 가치를 자신의 가치만큼 중하게 여긴다 라는 의미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것은 "타인의 독존성이나 감정의 가치를 자신의 독존성이나 감정의 가치만큼이나 중하게 여긴다" 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타인을 존엄하게 여긴다는 말은, 예컨대 타인이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면 자신이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고자 하는 것만큼이나 중하게 여기겠다는 의미다. 그럼 왜 그럴까?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자 공동체 사회에서의 강력한 권장사항 일뿐, 모든 인간이 타인을 존엄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타인을 도구로 보는 사람은 분명히 있고, 타인을 도구로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목적으로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충분히 가정할 수 있다. 다만, 타인을 존엄하게 여기는 사람에 한해서 그들은 왜 타인의 가치를 자신의 가치만큼 중하게 여길까? 여기에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동질감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 하다. 즉, 존엄성이 느껴지는 존재라면 일단 타인에게서 자신과의 동질감이 느껴져야만 할 것 같다.

자신과의 동질감으로부터 어떤 대상을 존엄하게 여긴다면, 그럼 자신의 무엇과의 동질감인가? 확실한 것은 그것은 외관에 대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인간뿐만 아니라 개도 존엄하게 대하기도 하는데 이들 개나 들짐승 등이 외관상으로는 인간과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관상을 말하자면 들짐승들보다는 정교한 마네킹이 더 자신과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네킹에게서 동질감을 느끼지 않고 존엄성도 느끼지 못한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마네킹 보다는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개를 훨씬 더 존엄하게 여길 것이다. 연쇄 살인마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개 연쇄 살인마를 이해할 수 없고, 그것들을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 상태의 존재로 여긴다. 연쇄 살인마는 우리와 외관상 크게 다를 게 없는데도 말이다. 설사 일말의 동질감이 있더라도 그것은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개만도, 하다못해 산에 돌아다니는 들짐승 만도 못한 정도라 할 수 있다. 즉, 동질감-존엄성 맥락에서의 동질감 성질은 자신처럼 머리가 있고 피부가 있고 두 팔과 다리가 있다는 것 같은 외관에 대한 것이 아니다. 여기 동질감에서의 동질 대상은 외면이 아닌 내면에 대한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이다.

독존성은 자기 존엄성의 근원이자, 인간의 내면적 고유함이자 특별함이다. 그리고 인간은 동질감 인식을 통해 특정 존재로부터 나와 동일한 형태의 독존성을 인식할 수 있다. 나아가 그 독존성이 느껴지는 대상만이 또 다른 동질의식을 통해 특별한 수준의 소통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 소통감 (또는 넓은 의미에서의 공감) 상태는 자신과의 일체감으로 연결이 된다. 즉, 내면적인 소통-교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존재에게서 느껴지는 자신과의 내면적 일체감으로부터 그 존재를 자기 자신의 확장 형태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가 느낄 고통이나 즐거움이 자신에게도 간접적으로 전달이 된다. 그리하여 그 특정 존재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여기게 된다. 왜냐하면 특정 존재에게서 자신과의 일체감을 느낀다면, 그리고 그 특정 존재를 수단으로 소모 시켜서 해를 끼친다면, 결론적으로 이 행위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학 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추구하며 자신을 존엄으로 여기는 인간이 타인을 존엄하게 여기기 위한 몇가지 조건들을 다시 정리하면 1. 자신의 독존성이 인간 고유의 내면적 특성 임을 인식하고, 2. 동질의식을 통해 타인에게서 그 독존성을 느낀다면, 3. 또 다른 동질의식을 통해 그 독존성이 느껴지는 타인에게서 소통감을 통한 일체감이 느껴지면, 4. 자신의 확장 형태로 느껴지는 타인 역시 존엄하게 여기게 된다. 즉, 1. 자기 독존성의 존엄성 인식 -> 2. 동질의식을 통한 타인에 대한 독존감 인식 -> 3. 소통감 상태 -> 타인과 자신과의 일체감 인식 -> 4. 타인에 대한 존엄감 인식 이 된다.

인간의 다른 존재에 대한 존엄감 인식은 인간의 그 다른 존재에 대한 동질의식을 통해 시작된다면, 이 동질의식은 추상화 능력을 통해 시작된다. 물리 화학적인 현상 뿐만 아니라 비 물리 화학적인 현상도 추상화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타인의 내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고, 타인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점이나 다른 점을 인식 할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은 타인의 내면을 이해할 줄 알며, 또한 인간들 내면 상태의 기본적인 작동원리는 모두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인간의 타인에 대한 동질감으로 연결이 된다.


소통감: 접촉을 통해 내면적 정보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느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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